명의

양한광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

해암도 2014. 9. 22. 08:17




“매운 음식보다는 소금에 절인 짠 음식이 더 안 좋아… 위암은 조기진단만 되면 거의 완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사망원인별 사망률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 사망률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교통사고 사망률이 3위였다. 특이한 것은 위암이었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사망률이 3위였다. 전체 암 사망률이 29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암에 따른 사망은 압도적이다. 꽤 정복한 암으로 알려진 암이 위암 아니었나.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이자 위암 명의로 꼽히는 양한광 교수(54)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이참에 위암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7일 오후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     
       

서울대병원 위암센터장 양한광 의대 교수를 만난 17일은 암 환자 교육이 있던 날이었다. 팔에 링거를 꽂고 교육에 참여한 암 환자들에게 양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은 위암의 특징에서부터 수술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허문명 기자

“위암을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사망률이 최고 수준이라니 실망스럽다”고 기자가 말하자 “발병률이 높아 그런 것”이라며 “한국의 위암 극복 속도는 매우 경이적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이다.

아시아권 발병률 전세계 61%

“발병률이 워낙 높다 보니 사망하는 사람도 많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발병 대비 사망률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여 년 동안 사망률이 경이적인 수치로 낮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인구 10만 명당 위암 환자가 41.8명꼴로 세계 1위이긴 하다. 2위인 몽골(32.5명) 3위 일본(29.9명) 중국(22.7명)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사망률은 13명꼴로 일본(12.4명)과 비슷한 수준이고 몽골(25.3명) 중국(17.9명)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그래프 참조)

그는 이어 “위암 발생 국가가 우리뿐 아니라 몽골 일본 중국 등 주로 동아시아권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나라들의 위암 발병률이 전 세계 발병률의 절반을 훌쩍 넘는 61%나 된다. 유럽 중남미 등 나머지 권역들의 경우 한 자릿수로 발병률이 고만고만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유는 뭔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식생활과 관련이 깊다고 추정하고 있다. 흔히 맵고 짠 음식이 안 좋다고 하는데 매운 음식이 많은 동남아시아의 경우 위암 발병률이 우리보다 낮은 것을 보면 매운 것보다는 짠 게 더 문제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서는 소금에 오래 절인 염장 식품을 선호하는데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균이 발생해 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美 한인 밀집지역 발병률 높아

양 박사는 이 대목에서 1986년부터 2년간 미국 일리노이에 사는 백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한국인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별 위암 발생 통계치가 적힌 기록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인종 가운데에서 특히 한국인들의 위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거주 남성들의 경우 10만 명당 24.8명꼴로 위암이 발생했는데 한국인들은 40∼49세 그룹에서만 평균을 밑도는 정도였고 전 연령대에서 다른 인종보다 평균을 앞섰다. 60∼69세의 경우 전체 평균의 20배에 달했다. 주(州)별로 발생 현황을 보았더니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뉴욕 하와이 같은 곳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10만 명당 22.1명꼴로 미국 내에서도 특히 높았다. 한국인들과 위암 발병률을 연관지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전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나.

“유전적 요인보다는 식습관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실 위암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2009년 아시아태평양 암학회에서는 내인성 외인성 요인을 정리했는데 내인성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을 들었다. 이 균은 보통 손을 안 씻거나 술잔을 같이 쓰거나 찌개를 같이 먹는 등 위생을 철저히 하지 않아 감염된다. 외인성 요소로는 짠 음식, 훈제 음식, 술, 흡연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위(胃)는 어떤 특징이 있나.

“가장 먼저 음식물을 접촉하고 저장하는 장기(臟器)이니만큼 음식물에 나쁜 균이 있다면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다.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위에서 오래 머물고 상대적으로 빨리 소장을 지나간 다음 다시 대장에서 오래 머문 뒤 대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직장에 변으로 농축된다. 발암 인자들이 있다고 가정할 때 오랜 시간을 머무는 위와 직장에서 암 발생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위암 환자들은 특히 먹지 못해 고통스럽다고 하던데….

“암 세포는 통제가 안 되는 돌연변이 세포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자라기만 하면 양성이지만 근육층과 림프절을 마구 뚫고 들어가면 악성이 된다. 그 후 주요 장기들을 침범하면서 아예 해당 장기의 세포 모양으로 바뀌어 버린다. 위암은 식도 손상을 자연스레 유발하는데 식도가 헐면 출혈을 동반한다. 출혈 양이 적으면 검은색 대변으로 배출되지만 양이 많을 경우 구토를 동반한다. 십이지장까지 막히면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식도가 막히면 넘기지 못하게 된다. 위암이 발병률이 높은 편이라 주변에서 환자를 많이 접하다 보니 고통을 눈앞에서 보게 되어 더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할 뿐 다른 암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위암 수술 세계적 수준



다시 OECD 통계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한국은 발병률이 높다 보니 다양한 환자들을 통한 임상경험이 풍부해졌고 많은 유능한 인력과 자원이 집중되어 위암 수술 선진국이 되는 발판이 됐다. 진단 기술에서부터 수술과 관련한 테크닉, 수술 후 항암치료까지 전 세계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나의 경우 1년에 400명 정도를 수술하는데 20년 동안 봐온 환자가 7000∼8000명은 될 거다. 항암 치료의 경우도 한국의 연구 성과가 외국에 소개되어 치료 원칙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에서는 현재 노르웨이 중국 의사들이 연수 중이었다. 그동안 전 세계 26개국 의료진이 이 병원을 찾아 자비 연수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위 내시경 검사’를 강조했다.

“아직 원인을 잘 모르니 예방은 힘들지만 조기 진단만 되면 거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위암의 경우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다. 불쾌감 통증 속쓰림을 호소하지만 위염과 증상이 비슷해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40세가 넘으면 최소 2년에 한 번은 꼭 내시경 검사를 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1년에 한 번씩 하기를 의사로서 간곡히 바란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암을 1∼5단계로 나눌 때 1단계 점막암의 경우 내시경 수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1기를 넘어서면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 3기까지도 수술로 치료를 기대할 수 있지만 4기로 오면 수술이 불가능하다.”

―요즘은 건강검진이 일반화되어서 위 내시경 정도는 다들 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병원에 오는 환자의 30% 정도가 내시경 검사를 한번도 하지 않다가 3기 4기가 되어서야 온다.”

―소득수준과 관계가 있나.

“부자들 중에도 내시경 검사 자체를 싫어하거나 귀찮아 하다가 발병이 되는 경우도 많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을 것 같다.


“위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걸리는 암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조기 진단만 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쉽고 저렴하게 조기 진단을 할 수 있을까가 숙제다. 인도 중국의 경우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변 내 DNA 변화만으로도 암의 징후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요즘엔 암 선고를 받고도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최근 84세 남자 환자를 만났다. 3기였는데 충분히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단계였다. 하지만 본인이 거부했다. 혼자 결론내리기보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고 가족들과 대화해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위암의 경우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이니 의료진을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 말을 꼭 써달라”고 당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뭐 먹고 암을 이겨냈다는 말에 동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때 청국장 먹고 암을 이겨냈다고 청국장 붐이 불었는데, 사실 그런 것은 살아난 사람만 알려질 뿐 죽은 사람 이야기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주었으면 한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입력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