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출장 온 원희룡(50) 제주지사와 점심 먹는 자리에서 물었다.
―정치를 해보니 어려움이 뭔가?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내 속을 까뒤집어 보여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내 실체와는 다른 어떤 나의 상(像)이 만들어진다."
―그 본인의 상이란?
"진보 여론을 의식해 내가 '쇼를 한다'느니, 혹은 '튄다'고 한다. 일관된 소신으로 묵직하게 입을 닫을 때는 닫아야 하는데, 나는 시의에 맞춰 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는 솔직했다. 그럼에도 그는 요즘 또다시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쇼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제주지사에 당선된 직후 그는 중국 자본이 추진해온 제주의 2대 건설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제주의 최고층 빌딩이 될 '드림타워'(1조원대)와 '제주신화역사공원'의 대형 복합 리조트(2조6000억원대) 사업이다. 또 그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은 상당 부분 절차적 정당성 없이 진행됐다"며 반대 주민들에게 진상 조사 권한을 줬다.
이런 보도만으로 그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대략 감(感)이 들 것이다.
―원 지사는 시민단체 쪽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입바른 소리를 들어주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보수도 이 정도의 폭(幅)을 가져야 한다. 이들과도 자주 만나지만, 사실은 기업가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난다. 제주도가 앞으로 먹고살기 위해 돈 버는 고민을 더 많이 한다."
―정치를 해보니 어려움이 뭔가?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내 속을 까뒤집어 보여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내 실체와는 다른 어떤 나의 상(像)이 만들어진다."
―그 본인의 상이란?
"진보 여론을 의식해 내가 '쇼를 한다'느니, 혹은 '튄다'고 한다. 일관된 소신으로 묵직하게 입을 닫을 때는 닫아야 하는데, 나는 시의에 맞춰 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는 솔직했다. 그럼에도 그는 요즘 또다시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쇼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제주지사에 당선된 직후 그는 중국 자본이 추진해온 제주의 2대 건설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제주의 최고층 빌딩이 될 '드림타워'(1조원대)와 '제주신화역사공원'의 대형 복합 리조트(2조6000억원대) 사업이다. 또 그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은 상당 부분 절차적 정당성 없이 진행됐다"며 반대 주민들에게 진상 조사 권한을 줬다.
이런 보도만으로 그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대략 감(感)이 들 것이다.
―원 지사는 시민단체 쪽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입바른 소리를 들어주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보수도 이 정도의 폭(幅)을 가져야 한다. 이들과도 자주 만나지만, 사실은 기업가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난다. 제주도가 앞으로 먹고살기 위해 돈 버는 고민을 더 많이 한다."
- 원희룡 지사는“현실적인 세력화와 정치적 비전 사이에서 항상 갈등한다. 내게 근본적인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이는 선거 과정에서 시끄러웠고 의회와 시민들도 반대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선거 15일을 앞두고 우근민 전 지사가 '내가 유치했으니 내가 매듭짓겠다'며 서명해버렸다."
―전임 지사가 뒷거래를 했다고 보나, 아니면 소신으로 한 것이라고 보나?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 사업은 30년 넘게 터 파기 공사만 이뤄진 채 방치됐다가 어렵게 투자자를 찾은 것이라고 들었다.
"짓지 말라는 게 아니다. 지상 56층의 나 홀로 초고층 빌딩은 제주도의 흉물이 되니 고도를 최대한 낮춰달라는 것이다. 현재 제일 높은 건물은 제주시에 있는 22층짜리다."
―그래도 건축 허가가 난 것이다. 중국 언론에는 '원희룡 지사의 제주도에 대한 투자 경계령'이 보도됐다.
"해당 중국 기업 회장과 만나 몇 차례 사과하면서 제주도 입장을 설명했다. 고도 문제에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쇄국주의자가 아니다. 허가가 난 사업 중에 제동이 걸린 것은 '드림타워'밖에 없다. 다른 투자가 문제 된 것은 없다."
―법정 소송으로 가면 제주도가 질 수밖에 없다.
"이미 공사가 진행됐으면 몰라도 도면상에서 고치는 것이다. 잘못된 건축 허가는 지사 직권으로 취소도 가능하다. 만일 그쪽에서 소송으로 나오면 우리도 법대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30년째 공터로 방치됐는데, 사업이 무산돼도 상관없나?
"30년을 참았는데 왜 3년을 더 못 기다리겠나. 이런 대형 건물이 한번 세워지면 후손 대대로 문제가 된다."
―정작 불발이 되면, 주민들은 지사의 도정 운영에 의문을 표시할 것이다.
"내가 책임질 문제다.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 투자자를 찾아볼 수도 있다."
―'제주신화역사공원'의 복합 리조트 사업에서는 4500 객실 수가 너무 많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 또한 사업 승인이 난 걸로 아는데.
"객실 수는 실제 숙박객이나 카지노 내장객 수와 연동해 정해야 한다. 중국 투자 자본은 객실 수를 늘려 분양 장사를 하려고 한다. 투자영주권 제도로 제주도에서는 5억원대 콘도를 분양받으면 한국 영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투자한 콘도들이 대박이 났고 과잉 공급되고 있다. 정책적인 관리 수단이 없었다."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과도하다고 보나? (중국인이 취득한 제주도 부동산 규모는 미국에 이어 둘째이고 금액으로는 가장 크다.)
"솔직히 말해 제주도민들의 밑바닥 정서는 '공포'다."
―일부 제주도민들에게 나타나는 배타성 때문은 아니고?
"그런 면도 있겠지만, 신제주의 중국특화거리는 중국인들이 점령해버렸다. 그 거리에서는 오히려 주민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머쓱해진다. 찾아온 손님들을 환대해야겠지만, 그러려면 투자와 관광 질서도 만들어줘야 한다."
"사실 낙전(落錢)이 별로 없다. 콘도 분양에 따른 부동산 취득세가 들어오고, 전세버스가 호경기인 것은 틀림없다. 관광지 입장료 수입이 늘고 인삼 가게가 잘되는 것 정도다. 중국 관광객들은 점점 자기들끼리 완결된 사이클로 가고 있다. 우리는 땅만 제공하고 돈은 떨어지지 않는다."
―중국 관광객들은 자국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와서 중국 여행사 가이드의 안내로 중국 식당에서 밥 먹고 카지노에서 도박한 뒤 중국 숙박업체에서 자고 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
"낙전을 못 끌어내는 것은 우리 비즈니스 문제다. 중국인 숙박업체 종사자나 여행 가이드에 제주도민을 고용한다든가, 쇼핑에서 현지 가게를 반드시 거치게 하는 규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싸구려 단체 관광이 아니라, 고급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체험과 교육, 의료 관광 쪽으로 가야 한다."
―'제주신화역사공원'의 복합 리조트에 카지노가 들어오는 것도 제동을 걸었다고 들었다.
"사업계획서에서 카지노 사업을 숨겼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카지노 기업 '겐팅'이 들어오려고 한다. 투자자 측에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 우리도 카지노가 필요하다. 단 국제적인 수준의 카지노를 원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라면?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에 공무원들이 배치돼 전산과 회계를 감독하는 것이다. 투명한 매출과 세수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제도가 정비된 뒤 하자는 것이다."
―이는 반대한다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제주도에는 카지노 8개가 영업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모아 카지노에 데려오는 브로커가 도박 금액의 80%를 가져가고, 카지노는 전체 매출의 20%만 신고한다. 장부 조작 등으로 탈세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 외상으로 도박을 하고 빚보증을 서주는 대출회사와는 본국에 돌아가서 결제한다. 세금도 못 매기고 현행법상 외국환관리법 위반이다. 그래서 감독 기구를 만든 뒤 국제적 수준으로 카지노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타당하게 들리는데, 이게 왜 시끄러웠나?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촉진위원회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 리조트의 건축 허가를 간편하게 해주자고 했다. 그런 마당에 내가 마치 딴 방향으로 뒤통수를 친 게 아닌가 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는?
"한 번도 '친박계'로 분류된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이 당대표, 내가 최고위원이던 시절 몇 번 충돌했다. 그때 '박사모'들이 나를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 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7년 대통령 경선 때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고 '박정희 딸로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대선 때까지도 복지국가와 정치 개혁 등의 이슈로 중간 지대를 선점해 잘했는데…."
―본인을 아직도 '소장개혁파'라고 생각하나?
"15년 전 이회창 총재가 '젊은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며 나를 영입했다. 이제 50대다. 운동권이나 진보 진영에서 나를 볼 때는 '보수의 액세서리'쯤으로 여길 것이다. 보수가 시대정신에 맞춰가려면 내가 생각하는 정도의 개혁성은 논의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완공 단계에 접어든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된 채 진행됐다"고 말한 동기는?
"반대해온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들은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에서 임명한 통장도 인정하지 않는다. 정부 통치를 거부하는 '특구'처럼 됐다. 이들에게 출구(出口)를 마련해줘야 한다."
―반대 주민들에게 '진상 조사' 권한을 줬다. 다 꺼져가는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않을까?
"진상 조사권을 주는 대신, '공사 중단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마 진상 조사 백서를 발간하고 책임자 처벌을 주장할 것이다. 그때쯤 내가 정치적으로 사과하고 매듭지을 생각이다. 이들을 달랠 수 있다면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고 본다."
―과연 생각대로 될지, 너무 나이브한 게 아닌가? 어쩌면 또다시 전국에서 시위·선동 세력이 몰려들 것이다.
"내가 너무 타협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과거의 것을 다시 끄집어내 시끄럽게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고민해보니 이것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국회의원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일이 많아졌다. 비판만 하다가 지금은 비판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고."
―정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2012년 'MB계'를 대표해 당대표 선거에 나가 망신당했을 때다. 영국에 여섯 달 가 있으면서 '정치를 끝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 뒤로 달라진 게 있다면 술에 대한 욕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 밤마다 마시던 술을 안 마신 지 1년이 넘었다."
―한때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려고 했던 걸로 아는데.
"그쪽에서 여러 번 접촉해왔는데 '안철수 리더십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안철수씨와 딱 한 번 만났을 때도 그런 얘기를 했다. 정치에 들어와 그는 생각보다 일찍 무너졌다."
―누구를 야당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보나?
"당장은 박원순 시장이고, 인물로는 안희정 지사가 더 나은 게 아닌가 본다. 안 지사와는 서너 번 만났다. 인간적인 폭이 넓고, 연출이랄까 전략적인 행보를 잘한다."
―본인은 어떤가?
"현실적인 세력화와 정치적 비전 사이에서 항상 갈등한다. 권력투쟁 속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세력을 잘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당장 기반은 약해도 자신의 비전으로 더 큰 대중을 끌어들이는 게 우선인가 하는 질문이다. 내게는 근본적인 딜레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자신의 점수(點數)를 내게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