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여학생들_영화 <와즈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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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외출 시 얼굴과 몸을 노출할 수 없고, 남성이나 외부인과 불필요한 접근이 불가하고, 여성전용장소 외에 단독으로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없고, (아직은) 선거 때 입후보나 투표를 할 수 없으며, 영화·음악·무용 등 문화활동도 안 되고 허가증이 없으면 여행도 할 수 없으며,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해서도 안 되었던 전 세계 유일한 나라",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이
한 문장보다 이 영화를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와즈다는 10세 소녀다.
이슬람 문화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다.
청바지와 캔버스
운동화,
록음악을
좋아한다.
와즈다의 어머니는
무척 아름답다.
집에서도 예쁜 옷을
입고,
긴 생머리는 항상
단정하게 손질되어 있다.
하지만 모녀가
문턱을 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검은
베일(부르카)에 가려진다.
크게 말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도 금지된다.
사우디 사회에서
“여자의 목소리는 벗은 몸과
같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와즈다는 매일 하교길 자전거를 쓰다듬다 돌아간다_영화 스틸 |
와즈다는 매일 하교길에 완구점에
들른다.
완구점 앞에는
초록색 꽃무늬 자전거가 얌전히 주차되어 있다.
와즈다는 혹시나
자전거가 팔리지 않을까 매일 매일 자전거를 구경하고,
매일 매일 어머니를
조른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말에 번번히
좌절된다.
와즈다의 어머니는
와즈다를 낳을 때 심한 산통을 겪어 다시는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됐다.
와즈다의 아버지는
또 한 번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소녀, 와즈다_포스터 |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찍힌 와즈다는 어느 날
‘코란 대회’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된다.
상금은 무려
1000리얄,
자전거를 사고도
남을 돈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코란 공부를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우리의 와즈다는 그
많은 범생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흐뭇한 표정의
교장선생님은 와즈다에게 상금을 ‘팔레스타인 형제를 위해
기부’하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와즈다는
답한다.
“저는 이 돈으로 자전거를 살
겁니다.”
일그러지는 선생님의 표정과 어리둥절한
학생들의 표정이 오버랩된다.
금기를 넘어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이 ‘길들여지지 않은’
와즈다를 망연하게
쳐다본다.
와즈다는 자전거를
사는 데는 실패했지만,
공고한 가치관에
균열을 내는 데는 성공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 처음으로,
이 씩씩한 소녀가
눈물을 흘린다.
그것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소리내 우는 것조차
분하다는 듯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빨간 드레스를 포기하고 와즈다의 자전거를 산 엄마_영화 스틸 |
결국 와즈다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고,
와즈다는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자전거를 얻지 못한다.
쓸쓸한 마음으로
옥상에 올라온 모녀의 뒤로 불꽃이 터진다.
아버지의 두 번째
결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입으려던 붉은 드레스 대신,
딸을 위해 자전거를
산다.
가부장제에 한 번도
도전해 본적 없던 어머니가 딸에게 주는 선물,
그래 너는 어디
마음껏 한 번 달려보렴.
차 안에서 무전기를 이용해 현장을 지휘했다는 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40)_영화 스틸 |
와즈다가 달린다.
역시나 잘
탄다.
와즈다는 세계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
소망을
품고,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다만 궁리할 뿐이다.
<와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감독이 만들었다.
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40)은 영화 내내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다만
보여준다.
와즈다가 자전거를
꿈 꾼 과정은,
그녀가 영화를 꿈
꾼 과정과 비슷하다.
‘영화를 상영하는
행위를 금하는 나라’에서 영화를 꿈꿨고,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를 비롯해 14개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그보다 더 큰
기적은,
이 영화 이후에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우디 여성들을 억압하는 부르카(공고한 제도)를 벗긴 건 거센 돌풍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2014년 4월 사우디에 처음으로 여학생을 위한 체육
시간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우디 슈라위원회는
오랜 토론 끝에 오랜 세월 금지돼온 여학생 체육행사를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슈라위원회는 왕실의
자문기구이자 일종의 의회다.
(슈라는 무슬림
부족사회의 전통 협의체를 말한다.)
위원의 대부분은
남성 성직자로,
사우디의 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들도 ‘이슬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것이 알고프다 1.
와즈다는 왜
자전거를 탈 수 없을까?
그동안 여학생의 체육 활동이 금지된
이유는,
부르카(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가리는 이슬람
전통의상)를 입고는 스포츠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즉 체육교육이
가능하려면 복장규정을 완화해야 하는데,
이를 허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사우디 여성들이
처음 올림픽에 참여한 건 지난 2012년 영국 런던
올림픽이다.
유도와 중거리
달리기에 참여한 이 여성들은 머릿수건을 쓰고 있었다.
이유를 말해주마 2.
와즈다의 엄마는 왜
집에서 가장 예쁘게 꾸미고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배우 림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으로 금기에 도전한 이들 중 한 사람. 중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각종 드라마의 주연을 맡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와즈다의 엄마 역할을 맡았다._<와즈다> 스틸 |
사우디는 지구상에서 여성에게 가장 보수적인
나라 중 하나로 매년 발표하는 성격차지수가 최하위 5개국에 드는 국가다.
가정폭력의 실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미 국무부의 국가별
인권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의 16~50%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사우디 법률하에서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은 범죄가 아니기에 범죄 통계조차 내기 어려워 이조차 정확하지 않다.
극 중에서 와즈다의 아버지는 자상하고 친절하다. 그럼에도, 아들을 낳을 다른 여자와 결혼하라는 가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와즈다가 몰래
붙여놓은 가계도 속 딸의 이름을 떼어낸다. 개인의 성품으로 극복하기에 사우디의 제도는 아직 공고하다.
무엇이든 물어봅니다 3.
와즈다네 운전기사는
뭘 믿고 매일 늦게 올까?
사우디는 여성이 운전을 하면 '쉽게 죄를
짓게 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운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운전교육은 물론 운전면허증 발급도 금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거리에서 여성 운전자를 적발할 경우 이를 저지하고 현장에서 앞으로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풀어주었다.
2011년에는
운전하다 체포된 사우디 여성이 채찍질 10대를 선고받았다.
여성운동가 수십명이
‘운전할 권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차를 몰고 나오자 이
같은 운동이 확대될 것을 막기 위한 강경조치를 쓴 것이다.
추적 61분.
4. 혼자 다니는
와즈다를 바라보는 행인의 눈빛은 왜 그렇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사우디 여성운동가 들이 ‘후견인제를 폐지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들이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 일을 하거나 여행하는 것을 금한다.
이들은
“사우디 여성들은 수술을 받거나 수업시간
중에 대학 캠퍼스를 벗어날 때도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폐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얼마 전 리야드의
한 여대에서는 만삭의 임신부 학생이 학교를 벗어날 수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캠퍼스 내에서 출산해야만 했다.
지난
2월에는 후견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급 의료원이 캠퍼스 내에 들어오지 못해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5.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처음 참정권을 가진 건?
2011년!
2011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사우디
여성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슈라위원회는
"국왕이 허가했으므로 여성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도
출마 또는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침내 백기를 든 것이다.
아랍권에서는
팔레스타인이 1946년 처음으로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한
뒤,
이란(1963)
카타르(1999)
바레인(2002)
쿠웨이트(2005)
등이 여성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했지만 사우디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아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둘라 국왕의 두 얼굴
사우디아라비아에 '봄날'의 훈풍이 불기
시작한 건 압둘라(89) 국왕의 즉위 이후다. 그럼에도 그의 사생활은 여전히 겨울왕국이다. 그의 딸 4명이 13년 간 사우디 서부 제다의 저택에
가택연금당한 채 지내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감금된
4명의 공주는 사하르(42)와 마하(41),
하라(39),
자와헤르(38)
등으로 압둘라와
이혼 후 런던에서 지내고 있는 아라누드 알파예즈(57)
전 왕비의
소생이다.
더타임스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의 명령으로 제다의 왕궁에서 13년째 감금 생활을 하고 있는 공주들. 사진은 둘째 마하(41,왼쪽)와 셋째 하라(오른쪽) 공주다. 이들은 모두 압둘라 국왕과 알아누드 알파예즈 전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제 인권단체‘휴먼라이트워치’는 공주들이 겪는 고통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여성 차별의 증거라고 밝혔다. /더타임스 사하르(맨 왼쪽)와 다른 공주들 |
심지어 공주들마저 가택연금 상태에서
억압받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우디에 대한 비난이 더 거세지고 있다. 전
왕비인 알파예즈는
유엔 인권단체에 딸들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여러
명의 왕비들과의 사이에 모두 38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이들은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압둘라 국왕과 관계가 악화돼 이같은 가택연금에 처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도 봄날은 찾아올까.
6월 19일 개봉한 <와즈다>는 현재 흥행 10위권에 오르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