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매니악 볼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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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안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내기를 벌이는 조(오른쪽)와 그의 친구. 내기 상품은 초콜릿 한 봉지. /엣나인 필름 제공
그래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님포매니악'(여성 색정증)이란 제목의 네 시간짜리 영화를 내놨을 때 다들 기대했다. 과연 어디까지, 어떻게 보여줄까.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은 섹스를 많이 하고, 영화는 이를 망설임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몸을 배배 꼬며 침을 꼴깍 삼키는 게 아니라 머리를 뒤로 젖히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제 그의 재능 목록엔 도발 다음에 유머가 추가됐다. 영화는 불륨 1, 2로 나뉘어서 개봉하고, 국내에서 불륨 2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년 남자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카드)은 길에서 쓰러진 조(샤를로트 갱스부르)를 집에 데려온다. 정신을 차린 조는 샐리그먼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겪은 성경험을 하나씩 들려준다. 샐리그먼은 조의 첫 경험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발견하고, 그가 기차 안에서 친구와 경쟁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게임을 플라이 낚시에 빗댄다. 조 역시 샐리그먼이 건네준 케이크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샐리그먼이 알려준 바흐의 대위법(對位法)에서 세 남자와의 섹스를 회상한다.
영화는 섹스를 보여주지만,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재치와 지성이다. 배우들이 절정을 연기하는 포스터나 심의 논란 때문에 음심(淫心)을 품고 이 영화를 보러 가더라도 상관없다. 본래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잊고 죽음과 성(性), 그리고 인간의 욕망 등에 대해 웃으며 고민할 수 있을 테니까.
성경험을 털어놓던 조가 자신이 너무 밝히는 것 같다며 괴로워하자 화면엔 새 한 마리가 등장하고 샐리그먼이 말한다. "날개가 있는데 좀 날면 어떤가." '님포매니악'이 너무 야한 영화일까 봐 주저할 필요 없다. 재미가 있는데 좀 보면 어떤가.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피보나치 수열
‘0, 1, 1, 2, 3, 5, 8…’처럼 앞의 두 수의 합이 뒤의 수가 되는 수의 배열. 변희원 기자 조선 : 201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