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개집이 5억? 작품 개집 전시회 엿보기

해암도 2014. 6. 21. 08:51
    
건축 이야기  
# 작아서 더 이쁜 집, 개집의 매력
 
제목대로 오늘은 개집 이야기입니다.
아, 그렇다고 이런 개집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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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개집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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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집이 소중하듯, 개에게 개집은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스누피를 보면 잘 알수 있죠.

개집은 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 주인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개를 사랑하는 이들은 자기 개에게 좋은 개집을 마련해주려 하기 마련입니다.

개를 이유로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럭셔리 개집'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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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고전주의 건축적인 개집입니다.

모던한 현대 건축을 원한다면 이런 개집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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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전 건축도 싫고 현대 건축도 싫어, 미래지향적인 개집을 원해!"

그러면 이런 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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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공주야!"

그러면 이렇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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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층집이 좋아, 우리개도 그럴거야!"

당연히 가능합니다. 개집은, 무엇이든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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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개를 기른다면?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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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성스러운 개집이군요.

 

"좋은 개집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우리 집은 좀 좁아...ㅜㅜ."

이러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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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집의 가구화'입니다. 가구를 다기능화하는 것이면서, 재미를 주는 방법입니다.

 

"개랑 같이 자고 싶어. 하지만 한 침대는 싫어!"

그러면 스탠드를 개집으로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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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흔들거리는 걸 좋아해!"
네, 흔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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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게리의 개집은 얼마?
 
자, 개집은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내 개집 내맘대로, 무엇이 안되겠습니까.
그러면 건축가들이 디자인하면 어떨까?
 
건축가가 개집도 디자인해줄까요?
네, 간혹 합니다. 물론 모든 건축가가 흔쾌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건축가들은 당연히 개집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집도 틀림없는 집이니까요. 그리고 작은 것은 다 귀엽죠. 재미삼아서라도 디자인해보고 싶은 주제 중 하나입니다.
 
물론,
건축가가 디자인한다고 개집이 이런 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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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하면 주로 이런 개집들이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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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미니멀한, 또는 피라미드를 오마주 한듯한 개집입니다.
 
건축에서 구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건축가라면 이렇게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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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으로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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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건물 미니어쳐 같군요. 제작비가 제법 들었겠습니다.
 
실제 개집을 디자인한 건축가들은 의외로 제법 많습니다.
그 중에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이자 `미국 건축의 지존'으로 꼽히는 저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도 있었습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이 건축 거장도 말입니다.
 
1956년에 짐 버거라는 12살 소년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당시 라이트는 대중적으로도 아주 유명했는데, 소년은 아마 건축가라고 하면 당연히 라이트를 떠올렸나봅니다.
편지 내용은 "프랭크 아저씨, 제 개집좀 지어주세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아주 열정적이었습니다. 개의 키, 몸 길이 등 자세한 내용도 함께 적었습니다.
설계비는? 소년은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주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 최고의 건축가라는 라이트가 이를 승락했습니다.
"응, 그런데 내가 요즘 좀 바빠. 몇달 뒤에 해줄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아예 "무료로 해줄께"라고까지요.
그리고 정말 개집을 디자인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소년의 개는 금세 죽어버렸고, 정작 개집은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 2012년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된 존 버거는 당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한 디자인대로 다시 개집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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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의 작품이라는데, 생각만큼 화끈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참 흥미로운 이야기긴 합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어 스페인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또 하나 만들어질 때 설계를 맡아 `또다른 프랭크'라고 불리는 스타 건축가 프랭크 게리도 개집을 설계한 적이 있습니다.
자선행사를 위한 이벤트였는데, 당시 낙찰가는 무려 4억원. 진짜 집보다 비싼 개집이었습니다.
 
4억짜리 개집이라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집아냐? 라고 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비싼 개집도 있었습니다. 역시 건축가가 설계한 개집입니다.
이 개집 가격은 1억원이나 더 비싼 5억원.
바로 `개집 계의 전설, 앤디 라무스 개집'입니다.
 
개집으로 최고 스타가 된 앤디 라무스 개집은, 개 이름이 앤디 라무스여서가 아니고, 개 주인이 앤디 라무스여서도 아니고,
개집 설계한 건축가가 앤디 라무스이기 때문입니다.
개집을 의뢰한 건축주는 익명을 요구해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돈이 많은 여자 의사로만 알려졌습니다.
바로 이 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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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중에서 덩치 크기로 유명한 그레이트 데인 2마리를 위해 지었는데, 공사비는 5억원이 넘게 들었고,
위의 개념도에 나와있듯 첨단 방범장치(?)와 양가죽 마감, 개 전용 스파, 그리고 개 전용 52인치 AV시스템까지 갖췄습니다.
방범장치는 뭐냐면 스캐너가 주인 개를 자동 인식해 다른 개들은 못들어오게 하는 것이라네요.
개가 두 마리니까 방도 따로. 나름 풍력과 태양력 등을 활용하는 친환경 개집이라고 합니다...
 
자, 이런 것은 정말 극단적인 경우일테고요, 실제 건축가들이 디자인하는 개집은 개념적인 실험이거나 또는 동물을 위한 사랑, 그리고 귀엽고 작은 구조체를 만드는 흥미 뭐 이런 것들이 이유겠지요.
 
이런 `건축가의 작품 개집'으로 가장 유명했던 것은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개집으로 한 전시회였습니다.
이름은 `개를 위한 건축'.
전시를 주도한 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 하라 켄야였습니다. 그는 15년 동안이나 이 기획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2012년 마이애미에서 선보여 히트를 쳤고, 지난해 일본에서도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쟁쟁한 스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만든 개집, 또는 개를 위한 건축. 어떠했을까요?
실제 사용을 위한 개집이 아니라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실험에 가까운 것들인 점을 감안하고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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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 자체를 개짖는 소리로 지은 `아틀리에 바우-와우'의 작품, 닥스훈트를 위한 개 건축입니다.
개가 올라가기 쉽게 고층화한 구조인데, 이건 닥스훈트라는 개의 특성에 따른 것입니다.
닥스훈트는 다리가 짧고 허리가 깁니다. `숏다리'다보니 계단 오르기가 다른 개보다 훨씬 힘들죠. 소파에 올라가기도 어렵습니다. 주인하고 눈을 맞추기가 어려운 숙명을 타고난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주인하고 눈높이 맞추기 쉽게, 짧은 다리로도 쉽게 오르내리는 개 전용 건축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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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 빨리 지어야 하는 임시 건물을 종이로 지어 세계적 히트를 친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역시 종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종이는 구하기 쉽고 재활용이 가능해 그가 늘 연구하는 주제죠.

그는 이런 사회적 건축으로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개집이라기 보다는 컨셉트 건축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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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나도 하겠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 동그란 종이 막대는 바로 랩을 쓰고 나면 나오는 심입니다.

이걸 가지고 자연스럽게 이어붙이기만해도 뭔가가 나오는거죠.
저렇게 세우면 개의 영역을 만드는 벽이 되고, 누이면 개 침대가 될 수도 있고, 동그랗게 단단히 만들면 흔들흔들 개 전용 흔들의자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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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설치미술 작품 같습니다. 나무를 끼워맞추는 독특한 건축으로 유명한 구마 겐고의 작품. `퍼그를 위한 산'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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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 건축을 대표하는 세지마 가즈요는? 털이 복실복실한 개 `비숑 프리제'를 위한 개집을 내놨습니다.
개의 털과 개집 소재가 조화를 이루는 그런 개집이네요. "무엇이 개털이고 무엇이 개집인가" .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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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뭡니까. 개는 보스턴 테리어인데 개집은 실로 요상합니다.
이 개념적 개집은 일본 건축계의 떠오르는 별 소우 후지모토의 작품입니다. 개에게는 집이 되며 사람에겐 가구로 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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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구조체를 만들고, 그 위에 옷을 끼우면 개 전용 해먹 또는 침대가 되는 개집입니다.
저 개의 종류는 잭 러셀 테리어. 이걸 디자인한 이는 도라푸 건축설계사무소입니다.
너무 간단해 `이게 뭐야' 싶을 수 있지만, 이 단순명쾌한 `개건축'(어감이 좀...)에는 나름 건축가가 관찰한 것이 담겨있습니다.
건축가는 개들이 좋아하는 것이 바로 주인의 옷이란 데에 착안했습니다. 친숙한 주인의 냄새에 개는 안정감을 찾는 거죠.
그래서 버리게 되는 옷을 끼우면 개가 늘 주인 냄새를 맡으며 편안하게 잠 잘 수 있는 침대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전시회에선 이밖에도 다른 재미있는 개건축들이 많았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관심있는 분들은 홈페이지(http://architecturefordogs.com)를 참조하시길 바라며
 
오늘의 본론, 바로 `한국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반려동물용 건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에서도 개집 건축 전시회가 열려요
 
오는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쌈지길 맞은편에 있는 토포하우스 아트센터에서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반려 동물을 위한 건축' 전시회가 열립니다.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습성을 고려한 집의 형태를 제안하는 디자인 전시회"라는 것이 공식 설명입니다. 주로 개와 고양이를 위한 디자인이죠.
 
이번 주말 전시회를 보고 싶으시다면 한번 참고하시라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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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고재원씨의 작품입니다.

요렇게 세워놓으면 개가 들어가서 흔들흔들 놀 수가 있고, 저걸 거꾸로 뒤집으면 개집이 되거나 의자가 되는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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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동희씨의 개집.

도너츠처럼 원을 이루는 모양이 귀엽습니다. 문이 양쪽인 개집이네요. 실내 장식품으로 써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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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재미를 추구한 것으로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개뼈다귀 디자인 개집'이군요.

조립식이어서 아이들에게 직접 만들어보라고 하면 또다른 재미가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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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홍 김미희씨의 이 디자인은 조명 디자인 기구로 써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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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노휘 건축가의 작품. 인간+개 모두 쓰는 가구입니다. 인수공통가구?
이렇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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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도 쓰고, 위로도 쓰는 것이었군요. 이렇게 세우는 방향따라 용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 흥미로습니다.

 

개에게도 창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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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것으로는 이런 조각작품 같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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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집도 되고 조명 스탠드도 되는 다용도 개집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직접 가서 보실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소개합니다.
위의 한국 건축가 작품을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시면 너무 단순 간단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디자인들에는 또 하나 숨어 있는 의미가 있습니다. 조립하게 쉽게 나무판을 잘라내도록 디자인한 점입니다.
겉으로는 단순해보여도 그 단순한 해법 뒤에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겠죠.
 
그러면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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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정자, 또는 원두막을 지었는데 개가 더 좋아해서 저절로 2층 개집이 된 사례입니다.
이 개집은...바로 저희집 개집입니다. 개도 식구이니 누구든 즐기면 되는 거겠죠.
 
오늘 포스트에서 보셨듯 개집의 세계는 실로 무궁무진하며 귀엽고도 재미있는 디자인 장르입니다.
개를 기르시는 분이라면 한번 개집 디자인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개집은, 무엇이든 가능하니 말입니다^^.
 
by 구본준  http://blog.hani.co.kr/bonbon/    201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