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타오바오-알리익스프레스 등 中온라인몰 이용하는 국내 알뜰족들
美보다 가까워 배송 빠르고… 생활용품-의류 등 판매품목도 다양
“국내 가격의 15%에 구입할 수도”… 구매정보 나누는 동호회도 늘어나
직장인 정자혜 씨(30·여)는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 국내 백화점이나 가방 매장에서 4000원 정도 하는 여행용 수납 가방(파우치)을 500원에 샀다. 2만 원대인 보풀제거기와 5만 원대인 여성용 보세 원피스는 각각 1만 원에 구입했다. 정 씨가 결제한 금액은 채 3만 원이 되지 않는다. 각각의 물건값은 한국에서 살 때의 8분의 1에서 절반 사이다.
○ 중국산 제품은 국내 가격 절반 이하
정 씨는 중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자주 이용한다. 그는 1년 전 아이의 옷을 사기 위해 미국 ‘아마존’에서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시작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국 직구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엄청나게 싸다”, “없는 게 없다”는 정보를 보고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정기적으로 쇼핑을 할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정 씨는 “미국 사이트보다 물건 가격이 싸고 배송 기간이 짧다”며 “많을 경우 물건을 한 번에 50가지 정도 구매한다”고 말했다.
1조 원 규모를 넘어 2조 원대로 향해 가는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에서 중국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거대 온라인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T몰, 알리바바,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사이트들이 대표적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물건 가격이 매우 싸다는 것이다. 특히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가격의 경우 상당수가 국내 판매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때로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국내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배송 서비스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배송 기간은 미국보다 1, 2일에서 1주 정도 빠르다. 중국 우체국을 이용할 경우 한국까지의 배송료가 공짜인 경우도 많다.
최근 주요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는 중국 직구 관련 동호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특히 타오바오 등 한국어나 영어 지원이 원활히 되지 않는 사이트의 경우 이용자들이 환불 방법이나 자주 쓰는 중국어 회화까지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 가격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와 맞물려 급성장
중국 직구는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관세청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올해 1∼4월 ‘해외직구 대상 국가’ 통계를 보면 중국 관련 직구 거래 건수는 전체의 11%로 2위지만, 1위인 미국 직구(74%)의 7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해외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이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국가별 배송대행건수 성장 추이를 보면 중국 직구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70%) 미국(45%)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 직구 사이트에서 전자제품이나 유명 브랜드 의류를 주로 산다. 반면 중국 직구 사이트에서는 주로 생활용품이나 액세서리 등 ‘브랜드’에 민감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한다. 유성호 몰테일 기획해외사업본부팀장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합리적 소비와 맞물려 중국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직구 시장의 성장세가 우리나라 내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광열 삼정KPMG 연구원은 “향후에는 가격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우수한 제품들이 나와 우리나라 제조 및 유통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저가 마케팅을 펼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등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제품의 질이나 구색 등 가격 외적인 부분에서 차별화를 위한 연구를 다양하게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입력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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