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최배달(1923~1994)과 호랑이뼈

해암도 2014. 5. 13. 04:55


최배달(1923~1994)이 만든 무술 '극진(極眞)가라테'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극진가라테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원조로 꼽힌다. 80년대 만화가 방학기가 세계 무술 고수들과 최배달의 격투기 실전 대결담을 그린 '바람의 파이터'를 스포츠신문 만화로 연재한 바 있다. 70년대 한국 청소년들을 이소룡 영화가 매료시켰다고 한다면, 80년대 들어서는 최배달이 세계 각국의 무술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한판 붙는 스포츠 신문 연재만화가 이소룡 키즈들을 또 한 번 붙잡아 매었다.

실전에서 최배달과 이소룡이 맞붙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필자 생각으로는 최배달이 이겼으리라고 본다. 최배달이 이소룡(1940년생)보다 나이는 17세나 많지만, 상대를 직접 때려 눕히는 실전 격투 경험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이소룡은 배우였지 실전 격투가는 아니었지 않나.

최배달의 고향은 김제시 용지면(龍池面) 와룡리(臥龍里)다. 호남선 간이역인 와룡역(臥龍驛) 근처가 최배달 생가터다. 와룡은 평야지대지만 그 들판 사이로 야트막한 언덕들이 솟아 있는 지형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에서 인물이 많이 나온다. 김제는 이런 대혈에서 역대로 장사가 많이 태어난 고장인데, 아마도 풍부한 쌀을 많이 섭취할 수 있었던 지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는 10년 전쯤 최배달의 친형을 수소문해서 만나본 적이 있다. 형은 전주사범을 나와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분이었다. "내 동생을 어머니가 임신하였을 때 아버지가 어디서 호랑이 뼈를 구해 가지고 와서 그 뼛가루를 어머니에게 먹였어. 그래서 그런지 동생은 뼈가 통뼈였어. 열서너 살 무렵부터 인근 동네 또래들은 동생에게 전부 두들겨 맞았지. 10대 때부터 '갱까도리'(싸움꾼)로 소문이 자자했지."

최배달은 일제강점기인 16세 때 형에게 부탁을 했다. "형, 나 일본으로 밀항을 해서라도 들어가려고 하니까 뱃삯 좀 마련해 줘". 당시 형은 나이 어린 동생을 믿고, 부모님 몰래 겉보리 300가마를 팔아 그 돈을 동생에게 주었다고 한다. 격투기가 올림픽에 채택되면 최배달의 이야기는 신화가 될 것이다.

조용헌
원광대학교동양학대학원 교수
E-mail : goat1356@hanmail.net

입력 : 201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