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하는 사진작가 아해./아해홈페이지 캡처
그는 왜 아해라는 예명을 썼을까. 아해는 천재 시인 이상(李箱·1910~1937)의 시 오감도(烏瞰圖)에도 나오는 표현으로, ‘아이(child)’의 옛말이다. 난해한 시 오감도에는 13명의 아해가 등장한다.
유 전 회장은 자신의 예명 아해를 영문으로 ‘Ahae’로 표기했지만 어린이라는 뜻의 아해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다수 언론은 이미 어린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왜 예명을 아해라고 했을까?
- 사이비 종교단체 집단자살 사건인 '오대양 사건'과 관련, 1991년 7월 30일 당시 세모 사장이었던 유병언씨가 대전지검으로 출두하기 전 세모사옥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작가는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상의 작품을 5~6년 집중 연구한 결과 이상이 기존 기독교의 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한 표현 여러 개를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이상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1987년에 발생한 사이비 종교단체의 집단자살 사건인 ‘오대양 사건’과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1991년 8월 사이비 종교 분파 ‘구원파’ 신도들에게 거액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살았다.
세월호와 유 전 회장과 이상과 오감도와 아해, 이 사이에 과연 무슨 코드가 숨겨져 있을까?
☞2013년 10월 14일자 주간조선에 실린 조성관 위원의 아해 추적기사
- 까치와 고라니, 2011 photo 사진도록 ‘Ahae 베르사유궁전’
아해(兒孩)는 예명이다. 영어로는 아해(Ahae). 현재까지 아해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도록에서도 아해는 정면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 사진을 촬영하는 측면 사진만을 실었을 뿐이다.
아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에 나오는 단어다. ‘오감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13人의 兒孩가 道路를 疾走하오…’. 작가나 예술가가 본명을 숨기고 예명(필명)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동물농장’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그런데 그는 ‘오감도’에서 예명을 따왔다.
사진작가 아해가 국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아해가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통째로 샀다는 내용이었다. 아해가 운영하는 아해프레스가 리모주시 법원이 5월 21일 진행한 쿠르베피 마을 경매에서 52만유로(약 7억7300만원)에 최종 낙찰을 받았다. 파리에서 남서쪽 약 450㎞ 떨어진 쿠르베피는 면적 10만㎡, 상주인구 150여명의 작은 마을. 쿠르베피에 있는 농가 19채, 마구간, 수영장, 테니스장 등이 아해의 소유가 됐다.
아해는 사진작가 이전에 사업가다. 아해는 오래전 유기농업과 자연보호 활동을 하는 기업을 세워 환경운동에도 나선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라벤더 농장을 비롯해 123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1000개가 넘는 특허와 상표를 등록했다.
사진계에서 무명이던 아해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봄. 아해는 첫 번째 초대전 ‘나의 창을 통해(Through my window)’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에서 가졌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맨해튼 42번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차역이다. 이후 아해는 런던, 프라하, 파리에서 ‘나의 창을 통해’ 초대전을 잇따라 열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해는 Ahae.com 사이트에 영문으로 작성한 ‘Ahae’s photography’에서 이렇게 제작과정을 밝혔다. 특이한 것은 주어를 ‘나’가 아니라 ‘아해’로 했다는 점이다.
“최근 4년 동안 그는 260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스튜디오에 있는 단 하나의 창문을 통해서. 4년 동안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늘 그의 눈을 사로잡는 자연물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창가에 매일 머물렀다. 그는 스튜디오 창을 통해 보여지는 자연풍광들을 망치고 싶지 않아 뜨겁고 습기 찬 한국의 여름날씨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그의 열린 창문은 그를 굉장히 추운 추위와 겨울바람에 내몰았고 여름엔 모기와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을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4년간 260만장. 이는 하루 평균 2000~4000장을 찍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하루 2000~4000장 분량도 정리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하물며 260만장은 정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아해는 촬영한 사진을 정리·인화하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아해프레스(Ahae Press Inc)’를 설립한다. ‘아해프레스’ 대표는 그의 아들인 케이스 유(Keith H. Yoo)가 맡고 있다. 아들의 영어 이름으로 인해 아해의 성(姓)이 유씨라는 것은 드러났다. 아해프레스의 주소지는 미국 뉴욕주 ‘마운트 키스코’라는 작은 마을. 전시 관련 연락은 오로지 이메일로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수명이 조력자로 아해를 돕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 태양과 새, 2012
외국 언론은 발명가, 디자이너, 환경활동가, 태권도 유단자, 화가, 조각가, 시인 등으로 그를 표현한다. 다재다능한 재능의 소유자인 아해. 이 정도면 아해가 누구인지 알려졌을 법한데, 정작 국내에서는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그는 왜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숨기는 걸까. 자신이 알려져서는 안 되는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 최근에 아해를 만난 한 인사는 “아해가 누구냐?” “왜 정체를 숨기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 사진작가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배병우씨다. 배씨는 한국의 소나무를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 그렇다면 아해의 사진은 어떤 평가를 받나. 먼저 뉴욕, 런던, 프라하, 파리에서 가진 초대전이 어떤 비중을 갖는지를 알아보자. 초대전은 말 그대로 주최 측에서 작가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전시회다. 작품 제작 비용, 운송 비용 등 모든 것은 작가 책임이다. 작품이 팔린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비용을 혼자 감당한다는 것은 작가로서는 커다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초대전을 열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세계 유명 도시에서 초대전을 열었다는 사실이 곧 아해의 작품 수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전시는 아해프레스가 주관하고 있다. 아해프레스 대표를 맡고 있는 아들 케이스 유씨가 해외 전시와 관련 노하우가 풍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인 아해.
아해의 사진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외국 언론의 주목도에 비하면 국내의 관심도는 차갑다. 한번도 국내에서는 전시회를 가진 적이 없다. 사진작가 조의환씨는 아해의 사진도록을 본 적이 있다. 조의환 작가는 “아해의 작품이 예술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을 오랜 시간 찍을 생각을 했는지 그 시도는 놀랍다”고 평가한다. 아해의 사진은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아해는 국내의 평가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아해는 인터넷으로 자신의 작품을 캘린더, 그림엽서, 부채 등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그림엽서는 30장에 75달러, 100장에 200달러에 인터넷으로 팔린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해의 스튜디오는 경기도 안성에 있다. 그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창문 너머로 야산이 펼쳐져 있고, 그 앞에 웅덩이에 가까운 연못 두 개가 마치 벙커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작은 들이 연못과 야산 사이를 연결한다. 우리나라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다. 그런데 아해는 이런 평범한 풍경 속에 자연의 날얼굴을 포착했다. 해외 평론가들은 이 점을 높게 평가한다. 베르사유궁전 전시회 제목을 ‘평범함 속의 비범함’이라고 붙인 이유다. 일흔두 살의 사진작가는 공간을 고정시키면 시간을 깊게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다.

- 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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