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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 <21>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윤도흠 교수

해암도 2014. 4. 20. 07:07

 다른 의사 못 고쳐 의뢰받은 환자가 80%





중앙SUNDAY와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이 선정하는 ‘베스트 닥터’의 신경외과 척추 치료 분야에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윤도흠(56) 진료부원장이 선정됐다. 이는 중앙SUNDAY와 코메디닷컴이 전국 12개 대학병원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교수 49명에게 “가족이 아프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 홈페이지에서 전문가들이 추천한 점수와 환자들이 평가한 체험점수를 보태 집계한 결과다. 삼성서울병원 어환, 서울대병원 정천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용원 교수 등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왜일까? 무엇이 잘못됐을까? 내가 자만한 것일까? 분명히 수술은 완벽했는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윤도흠 교수는 지난해 두 환자의 수술을 깔끔히 끝내고도 환자 몸이 마비되자 한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는 며칠 동안 오전 2∼3시에 병원 교수실로 출근해 그날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이를 글로 정리했다. 얼마 뒤 열린 아시아척추학회에서 이 사실을 알리고 예방법에 대해 다른 학자들과 토의했다.

윤 교수는 한 해 500여 명의 난치성 척추병 환자를 수술한다. 특히 목뼈 질환과 척수종양 분야에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수’다. 환자의 80%는 다른 의사들이 의뢰한 난치성 환자이고 마비 직전에 오는 환자도 많아 수술이 잘돼도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윤 교수는 이 경우에도 불운 탓으로 돌리지 않고 가슴 아파한다.

윤 교수는 처음엔 뇌수술을 전공했다. 전임의 때 강남 세브란스병원 김영수 교수가 잠시 도와달라고 해서 응했다가 척추로 전공이 바뀌었다. 윤 교수는 1993년 미국 뉴욕대병원에서 연수하면서 세계적 대가 와이즈 영 박사로부터 목뼈 수술법을 전수받았다. 국내에서 의사들이 마비 위험이 있다며 목뼈 수술을 꺼릴 때 윤 교수는 수많은 경추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1998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국의 의사들이 보내는 난치 환자를 치료해 왔다.

그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퍼졌다. 2007년 아시아·태평양 경추학회를 만들어 1, 2회 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중국·호주·인도네시아·태국을 거쳐 지난해 9월엔 일본 삿포로에서 학회를 열었다. 지난해 학회에선 일본 의사 200여 명을 비롯해 중국·태국·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의 의사 500여 명이 참가해 토론을 벌였다.

이 학회를 창립할 때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길까 두려워한 일본 정형외과 의사들의 방해공작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의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학회에서 윤 교수는 창립자(Founder) 겸 본부 회장(President)으로 개회사를 하고 척수종양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특강했다.

윤 교수는 지난해 경추질환 치료 세계 4강 콘퍼런스를 열었다. 세계 최고의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는 일본 게이오대학,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중국 베이징대학 책임자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해 이를 성사시킨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개최된 첫 콘퍼런스에서 윤 교수는 3개국의 ‘세계적 고수’ 20여 명을 초대해 수술 시범 동영상을 보여주고 토론을 이끌었다. 동남아 의사 20여 명이 ‘고수들의 향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윤 교수는 ‘수술의 달인’이지만 수술 만능론과는 거리가 멀다. 나누리병원 장일태 이사장과 ‘바른척추연구회’를, 이춘성(울산대)·신병준(순천향대)·신원한(순천향대)·어환(성균관대)·김동준(이화여대) 교수 등과 ‘척추포럼’ 등을 만들어 무분별한 수술을 자제하자는 자정운동을 펼쳤다. 이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윤 교수는 “환자들에게 수술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이 차츰 인식돼 다행스럽지만 황당한 민간요법이 그 틈을 비집고 횡행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요통 환자의 90% 이상은 아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 치유되므로 고가의 치료는 일단 의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척추질환은 퇴행성 질환이 많아 무턱대고 수술에 의존해선 안 되지만 꼭 필요한 수술을 미루는 것도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목뼈와 척수신경을 잇는 ‘경추후종인대’가 두꺼워지고 딱딱하게 변하는 ‘경추후종인대골화증’은 수술 시기를 놓치면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온몸이 마비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수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엔 목뼈 수술을 하다가 중추신경을 건드려 의료사고(마비)가 발생하곤 했지만 요즘엔 수술법이 발달해 안전도가 크게 향상됐다”며 “수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꼭 받아야 하는 수술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급히 수술받아야 할 환자가 명의(名醫)에게 수술받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덧붙였다. 수술 일정이 밀려 (자신이) 수술할 수 없으니 다른 의사에게 수술받을 것을 권했는데 무작정 기다리다가 상태가 악화돼 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그를 가슴 아프게 하는 일이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stein33@kormedi.com  [중앙일보] 입력 201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