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의 요지경 세계 - 보름만에 두 배 뛰는 등 가치 요동쳐

해암도 2013. 12. 7. 06:24

 

진짜 금값 된 사이버머니 '비트코인'… 통화혁명 불러올까

세계 금융 위기 직후 2009년 등장… 프로그래밍 마니아들의 문화로 시작

獨, 지난 8월 세금납부용 공식화폐로… 英 민간우주여행사·中 포털사 바이두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
한국도 지난 1일 사용처 등장

보름만에 두 배 뛰는 등 가치 요동쳐… 韓銀 "실제 화폐 구실 어렵다" 입장

돈이 사람들의 관심사였던 것은 동서고금 마찬가지지만, 요즘 유난히 주목받는 화폐가 있다.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 '비트코인(Bitcoin)'이다. 처음에는 소꿉놀이 장난감 돈의 인터넷판 정도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주목하는 사람이 최근 늘면서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인터넷발(發) 통화(通貨) 혁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관리 주체가 없는 '인터넷 금'

'코인(coin·동전)'이라는 말이 동전을 연상시키지만 눈에 보이는 실체는 없다. 온라인 가상 화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게임 사이트 등에서 쓰는 사이버머니와 비슷하다. 하지만 게임 회사와 같은 특정 업체가 발행하고 관리하는 사이버머니와 달리 비트코인은 통화를 관리하는 일정한 주체가 없다. 거래도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된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P2P(다자간 파일 공유)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P2P로 영화 파일을 주고받듯 화폐를 주고받는 것이다.

또 비트코인은 발행 총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이는 비트코인 발행량이 폭증해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이 매장량이 일정한 지하자원과 비슷하다고 해서 비트코인을 '인터넷 금'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런 발행·거래 시스템은 세계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가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만 보면 일본인 같지만 일본인인지 아닌지, 심지어 개인인지 집단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처음 비트코인은 돈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마니아끼리 향유하는 문화에 가까웠다.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마운트 곡스'처럼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꿔 주는 거래소가 해외에서 생겨났고, 캐나다에서 집을 판 돈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주류 화폐는 아니었다.


	비트코인 동전
비트코인(Bitcoin)의 영문 첫 글자‘B’에 미국 달러화처럼 두 개의 세로줄을 넣어 만든 마크가 들어간 비트코인 동전. 비트코인은 실제로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지만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마크를 넣어 실제 동전처럼 제작한 것이다. / 블룸버그

사용처 점차 늘어… 한국에도 비트코인 받는 가게 등장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곳이 늘고, 실제 화폐와 다른 독특한 특성도 조금씩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하는 민간 우주 여행사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은 "우주여행 비용을 비트코인으로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에는 독일 정부가 비트코인을 세금 납부에 쓸 수 있는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

 

최근에는 중국 포털사 바이두(Baidu)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외국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는 추세다. 지난 4월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이 생겼다. 지난 1일부터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이 '비트코인 사용처 1호점'이 됐다.

비트코인 사용량이 늘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마운트곡스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1242달러(약 131만8000원)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금이 온스당 125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터넷 금'이라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진짜 금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인터넷발 통화 혁명 올까

이제는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신해 실생활에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이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이 통화로서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공통으로 쓰기 때문에 환율 문제가 불거질 위험이 없다. 개인끼리 인터넷으로 거래하니 언제 어디서든 주고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수수료도 필요 없다. 타임매거진은 "개념적으로 비트코인은 가장 완벽한 화폐"라고 평가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은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누가 거래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일종의 '금융 익명제'다. 따라서 총기·마약 등의 불법 거래에 악용되거나 돈세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누가 얼마나 가졌고, 얼마나 주고받았는지 모르니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에 세금을 매기기도 어렵다.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에서는 금융통화위원까지 참석한 비트코인 세미나가 열렸다. 통화로서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다. 한은은 비트코인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사실상 마치고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까운 미래에 비트코인이 실제 화폐 구실을 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 수단이 되려면 화폐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지난달 중순 1비트코인당 500달러에서 약 보름 만에 1200달러로 배 이상 뛰는 등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1비트코인 가치가 해외에서 20달러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1년 만에 60배가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경제사를 쓰는 사람들은 역대 자산 거품 목록에 비트코인이라는 가상 통화를 추가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두고 투기 붐이 불었던 것처럼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도 과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채민기 기자  조선 :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