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능은 공짜예요.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죠.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김상윤 경희대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 전공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AI가 누구에게나 전문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제공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업종에서 ‘우리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심민규 디자이너
한국 AI 리터러시 아카데미 원장이기도 한 그는 AI가 산업과 교육·일자리를 어떻게 바꿀지 연구하는 미래학자다. 중앙대 연구교수와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을 거쳐 삼성전자 임원 AI 리더십 과정,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AX 교육 등 민간과 공공을 오가며 강연과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AI에 대체되지 않는 인간의 조건을 담은 『AI시대 인간 증명』도 펴냈다. AI가 전문가의 일까지 해내는 시대, 아이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 AI 시대에 성적보다 더 중요해질 역량은 무엇일까? 지난 9일 김 교수를 만나 물었다.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알 수 있어요
📌AI 혁명이 불러온 전문직의 위기
📌SKY 학벌 영향력 점점 약해지는 이유
📌미래 상위 1%에게 필요한 능력
📌AI 시대 성적보다 중요한 역량
📌AI 제대로 쓰기 위한 실전 연습법
💵의사·변호사 고액연봉? 딱 3년 남았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1956년 처음 등장했다. 과학자들이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기계도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선언을 하면서다. 이후 오랜 시간 인공지능은 그저 꿈같은 얘기라며 ‘사기’라고 조롱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제 AI의 도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AI 연구자들은 더는 ‘AI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언제 인간을 넘어설지’ 묻고 있다. 김상윤 교수는 “곧 다가올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엔 모든 분야에서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AGI는 뭔가요?
범용 인공지능이라고 번역하는데,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뜻해요. 지금까지 AI는 ‘특정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었어요. AGI는 ‘어떤 시험이든 잘 보는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험뿐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연구하고, 해결까지 하는 수준의 지능이죠.
AGI는 아직 먼 미래의 일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요. 2022년 AI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AI가 인간의 모든 과제를 능가할 확률이 50%에 도달하는 시점’을 묻자 2060년이라고 했어요. 2년 뒤 같은 질문에는 2047년이라는 답이 나왔죠. 불과 2년 만에 예측이 13년 당겨진 거예요. 지금은 언제로 당겨졌을 것 같으세요?
글쎄요. 그래도 10년은 남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AGI를 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3년 정도밖에 안 남았어요. 제 개인 주장이 아니에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지난해 4월 인터뷰에서 “3~5년 안에 AGI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2030년 안이라고 전망했고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더 공격적이에요. 그는 “AI가 이미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해요. 기술적으로는 AGI가 가능하지만 사회적 제약 때문에 상용화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는 거죠.
AGI 시대가 오면 뭐가 달라지나요?
직업과 개인의 경쟁력, 삶의 방식까지 모든 게 다시 정의될 거예요. 예전에도 기술 발전으로 변화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폭의 변화일 겁니다. 키오스크를 쓰거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는 수준이라면 천천히 적응해도 됩니다. 하지만 AI는 달라요. 변화를 빨리 깨닫지 못하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어요. 특히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죠.
전문직도 예외가 없다고요?
이미 전문직 일자리는 줄기 시작했어요. ‘미지정 회계사’(공인회계사 시험 통과 후 실무 수습처를 찾지 못한 합격생)가 1년 사이 2.5배 늘었어요. 금융당국에서 신임 회계사 안정화 방안으로 ‘할당제’를 도입할 정도죠. 변호사 채용 공고도 2021년 3895건에서 2025년 3167건으로 약 19% 줄었어요. 회계사의 서류 검토나 변호사의 판례 분석 같은 일은 이제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합니다. 10명이 필요하던 일이 2명만으로도 가능해진 거죠.
일자리는 줄어도 높은 연봉은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문직은 우리가 모르는 ‘지식’을 바탕으로 권위를 얻어요. 법률 지식이나 회계 지식이 그렇죠. 전문가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높은 대가를 받는 거잖아요. 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AI가 공짜로 더 정확하게 주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계속 비싼 값을 줄까요? 전문직이 독점하던 지식을 AI가 대신하게 되면 높은 보수를 받을 근거도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의사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다른 전문직보다 변화 속도가 더딘 건 맞아요. 다만 이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미 진단 영역에서는 AI가 의사보다 정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올해 4월 하버드 의대에서 진행한 연구가 화제였어요. AI와 전문의 두 명에게 똑같은 전자의무기록(EHR)을 주고 진단 정확성을 평가한 건데요. AI는 67%의 정확도를 보인 반면, 전문의는 50~55% 수준에 그쳤어요. AI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순간 그 분야는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직업은 AI가 대체하기 어렵지 않나요?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교감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분야를 이미 AI가 많이 대체했어요. 주변에 AI에 심리 상담을 받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을 보신 적 있죠? 사주나 궁합도 챗GPT한테 묻는 사람이 많아요. 반려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보다 먼저 AI에 증상을 설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사람들이 AI를 더 신뢰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분야 역시 예외가 되기 어렵죠.
김상윤 경희대 경영대학원 AI 비즈니스 교수는 "3년 안에 AI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인간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AI시대 인간의 경쟁력? 질문에 있다
“지능은 곧 유틸리티가 될 것이다. 전기처럼, 수돗물처럼.”
오픈AI의 수장 샘 올트먼의 말이다. 그는 “계량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저렴한 지능이 우리 손 닿을 거리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날 전기와 수돗물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재화다. 그것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더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지능도 전기와 수돗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김상윤 교수는 “AI 시대에는 ‘지능을 가졌는지’보다 ‘지능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부모 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깨졌다”고 강조했다.
부모 시대 성공 방정식이 깨졌다고요?
3040세대까지만 해도 시험 잘 보는 능력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명문대를 나와서 전문직을 가는 게 대표적인 공식이었죠. 모두가 강남 대치동으로 몰리고, 의대 공화국이 만들어진 이유예요. 하지만 이제 암기해서 정답을 내는 건 AI가 훨씬 잘합니다. 심지어 그 능력을 거의 공짜에 가깝게 누구에게나 제공하죠.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벌의 영향력도 약해질 거라 보세요?
어떤 조직이나 집단이 프리미엄을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별한 성과가 없는데 혜택만 유지할 수 없거든요. SKY가 대표되는 학벌이 무너진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경쟁력의 순위가 달라질 것이란 의미죠.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얼마나 잘 길러주는지가 대학의 평가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순히 SKY를 선망하는 게 아니라요.
앞으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뭔가요?
예전에는 답을 잘 찾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문제를 빨리 읽고, 정확하게 답을 쓰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을 했죠. 하지만 이제 정답을 찾는 일은 AI가 맡게 될 겁니다. 인간은 이제 ‘답을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잘 내는 사람’이 돼야 해요. ‘질문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죠.
질문력이요?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을 해야 하거든요. 쉽게 말해 AI는 최고의 능력을 지닌 사원이에요. 그런데 신입이에요. 정말 똑똑하지만, 알아서 일하진 않죠. 상사가 이상한 지시를 내리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죠. 그래서 좋은 지시.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백 투 더 베이직’,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요. 호기심·상상력·탐구력을 키워야죠.
그런 역량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나요?
우린 그동안 답을 찾는 공부만 했어요. 그래서 AI에도 “원주율이 얼마야?”처럼 답만 묻습니다. 그럼 AI는 몇 초 만에 “3.141592653…”라고 답하겠죠. 하지만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원주율이 왜 필요해?” “누가 언제 발견했어?” “우리 생활에 어떻게 활용돼?” “이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뭐야?”처럼 물어야 해요. 중요한 건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닙니다. 지식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김상윤 경희대 경영대학원 AI 비즈니스 교수는 "지식이 전기나 수돗물처럼 넘쳐나는 재화가 됐을 때, 답을 내는 능력보다 '문제'를 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미래 상위 1% 되기? 루틴으로 키워라
AI vs 인간. AI 시대가 온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대결 구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김상윤 교수는 “그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를 발명했을 때 ‘전기 vs 인간’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듯, AI도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기를 잘 활용한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해낸 것처럼 AI도 마찬가지다. 그는 “앞으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상위 1%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AI 근육’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AI 근육이 뭔가요?
근육을 단련하려면 꾸준히 운동해야 하듯, AI 활용 능력도 매일 조금씩 써봐야 늘어요. 저는 일간·주간·월간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죠.
일간부터 하나씩 설명해 주세요.
매일 30분 정도 AI와 노는 거예요. 무슨 일이든 상관없어요. AI에 “시 한 편 써줄래?” “여름방학 가족 여행 후보지 뽑아줄래?” 같은 지시를 할 수 있겠죠. 어제 본 영화를 토대로 토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매일 30분씩 회화 연습을 하는 것처럼 시간을 갖는 거예요. 매일 AI와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죠.
주간 루틴은 뭔가요?
단순히 노는 것을 넘어 이제 AI와 함께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같은 일을 혼자 할 때와 AI를 사용할 때를 비교하며 효율과 결과를 점검해 보는 거죠. 예를 들어 첫 번째 과제로 ‘독후감 줄거리 요약 연습’을 한다고 해볼게요. 먼저 책 내용을 녹음한 뒤 AI에 글로 옮기고 나서 요약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후 내가 정리한 내용과 AI 결과를 비교하며 어떤 점이 더 나은지 토론해 봅니다. 중요한 건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 결과와 비교하며 분석하는 과정이에요. 그러다 보면 나와 AI의 강점을 파악할 수 있고,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알게 되거든요.
월간 루틴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한 달 동안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돌아보는 거예요. 점검 항목은 AI만으로 처리한 일, AI와 협업한 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투자한 시간, AI 덕분에 절약한 시간이에요. 이번 달 현황과 다음 달 목표를 기록하며 AI의 숙련도를 체크해 보세요. 이렇게 해야 AI 활용 능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또 확보한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도 AI를 많이 쓰는 게 괜찮을까요?
좋은 질문을 하려면 기본적인 교양과 사고력이 갖춰져야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신 AI를 쓸 땐 부모가 가이드라인을 미리 지정해 줘야 합니다. ‘이런 자료는 검색하지 마’ 같이 선을 미리 정해 놓는 거죠. 그보다 어릴 땐 놀이로 접근하는 걸 추천해요.

김상윤 경희대 경영대학원 AI 비즈니스 교수는 28년 전 한의대와 컴퓨터 공학과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답은 없다"며 "안정적이지 않아도 세상의 변화에 방향에 뛰어든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AI 시대가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많은 양육자가 SKY 입시에 매달린다.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도 여전하다. 그는 불안한 미래 앞에서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양육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28년 전 한의대와 컴퓨터공학과를 두고 진로를 고민했던 때의 일이다. 당시 주변의 모든 어른은 “안정적이고, 수입도 좋고, 사회적 인정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한의대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후 컴퓨터공학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그는 “정답은 없다”며 “그저 ‘세상이 바뀌는 방향’으로 움직인 내 선택이 옳았다고 믿을 뿐이다”고 말했다.
비싼 학원보다 AI와 함께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을, 정답을 맞히는 훈련보다 ‘이게 왜 정답이지?’ 질문하는 습관을,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호기심을 키워주세요. 이런 역량을 갖춘 사람이 결국 미래의 상위 1%가 될 겁니다.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6.07.20 에디터 이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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