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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끄떡없다"…美서 계층이동 사다리로 부상한 간호직

해암도 2026. 4. 5. 11:27

AI·경기 침체에 제조업·사무직 저무는 중에도
고령화·의료비 증가에 근 3년간 고용 12.5% ↑
학위·경력 따라 소득도 계단식으로 상승
대학들, 간호대 증원 나서…男 간호사 비율도 지속 증가

 

미국에서 간호사가 이른바 ‘중산층 사다리’로 부상하며 노동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공지능(AI) 확산과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간호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업과 사무직의 입지가 약화되는 가운데, 의료 분야는 구조적 수요 증가와 높은 임금 상승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호사는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에 힘입어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학위와 경력에 따라 소득이 계단식으로 상승, 노력 대비 보상이 확실하다는 인식이 노동 수요를 견인한다는 평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공인등록 간호사(RN)의 중위 연봉은 9만3600달러(약 1억4100만원)로, 전체 직종 평균(4만9500달러)의 두 배를 웃돈다. 석·박사 학위 취득 시 중위 연봉은 13만205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의료 산업은 직전 수십 년간 전 업계를 통틀어 가장 꾸준한 일자리 창출을 기록해 왔다. 시카고대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된 의료 분야 고용은 2000년대 초 제조업과 소매업을 이미 추월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3년간 의료·사회복지 분야 고용은 12.5% 증가했는데, 이는 동기간 다른 모든 직종의 고용 증가율이 2% 미만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특히 미국 내 의료 수요 증가가 간호직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국민의료비는 197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서 2024년 18%로 급증했는데, 고령 인구 증가와 만성 질환 환자 수 증가가 상승 폭을 키운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2010년 제정된 건강보험개혁법(ACA)으로 수백만 명에게 보험이 제공되면서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한 점과 의료 시스템이 내원 중심에서 외래·지역사회 기반으로 확대된 것도 간호사의 존재감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향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 노동부는 2024년부터 2034년까지 고급 학위 요건 간호직과 일반 간호직 고용이 각각 35%, 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전체 직종 평균 증가율(3%)을 상회하는 수치다.

 

조슈아 고틀립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현대의 중산층 일자리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간호직이 경기와 기술 변화에 모두 강한 직업이라고 총평한다. 로나 피네건 로욜라대 간호대학 학장은 “간호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강한 직업”이라며 “고령화와 만성 질환 증가, 의료 서비스 확대가 지속되는 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들은 간호대 인원을 빠르게 증원 중으로, 남성 간호사의 비율 또한 2005년 8%에서 최근 13%까지 확대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높은 업무 강도와 야간·주말 근무, 감염 위험 등이 노동 수요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2024년 미국 간호사 80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간호사를 관둘 것”이라 응답한 인원의 41%가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퇴사 이유로 제시했다.

 

올해 1월에도 미국 뉴욕시에서는 간호사 약 1만5000명이 집단 파업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들은 뉴욕주간호사협회(NYSNA) 소속으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직장 내 안전 문제 개선 촉구에 나섰다.

 

간호사들은 “병원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충원을 미루고 있다”며 “간호사 1명이 동시에 14~15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비정상적 시스템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정민 기자(조선비즈)      조선일보      입력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