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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3억짜리 개’ 키운다…에어컨 딸린 개집 지어준 이유

해암도 2026. 3. 23. 06:53

난 3월 1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용융로를 점검하고 있는 사족보행로봇 '스팟이'. 사진 포스코



경북 포항 포스코 3파이넥스 공장에 사는 로봇개 ‘스팟이’는 1000만원 짜리 자기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가로 2m, 세로 1.5m, 높이 1.5m가량의 정육면체 모양의 개집은 스팟이가 밥도 먹고(배터리 충전), 열도 식히는(에어컨 가동) 꽤 안락한 공간이다. 개집 문은 전자동으로 열리고 닫히기 때문에 스팟이가 쉴 때 쇳가루가 날아들 일도 없다.

 출동. 

‘주인님’인 황석균 포스코 공정DX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명령(태블릿PC로 전기신호 입력)이 떨어지면 스팟이는 이내 바빠진다. 쭈그렸던 다리를 펴고 몸체를 곧추세운 스팟이는 전자동 셔터문이 쓱 열리자 한걸음 한걸음 씩씩하게 내디뎌 일터로 나간다.

스팟이의 담당 업무는 1500도 이상의 뜨거운 쇳물을 머금은 용융로(쇳가루를 녹이는 설비) 상태를 체크하는 것. 용융로는 3m 두께의 세라믹 벽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지만 미세한 균열에도 고온·고압 가스가 뿜어져 나와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이에 스팟이는 몸체에 달린 열화상·고해상도 카메라로 총 30개의 산소 주입구와 수백 가닥의 파이프의 상태를 확인한다.

펄펄 끓는 쇳물 옆에서도 스팟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일만 한다. 매 시간 정각이면 벌떡 일어나 산소 주입구 쪽으로 먼저 이동해 10초간 응시하고, 이후 파이프와 밸브를 10초간 응시하는 식이다. 기기 온도가 정상(20~25도)에서 벗어나는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주인님인 황 수석에게 바로 보고한다. 이렇게 40분간 일한 후 개집에 돌아와 20분 쉬는 루틴을 24시간 반복한다. 스팟이의 주인님은 아래층의 쾌적한 관제실에서 스팟이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다.

2024년 10월 공장에 스팟이가 배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생산직 2명 이상이 교대로 해야 했던 일이지만 이젠 사람이 용융로 주변에 갈 필요가 없다. ‘스팟이 조련사’ 황 수석도 스팟이 도입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용융로엔 사람이 가까이 가면 안 돼요. 언제든 다칠 수 있거든요. 이제는 그런 곳에 스팟이가 대신 들어가서 일해 주니 주인으로서 뿌듯하고 또 고맙더라고요. 휴머노이드 로봇도 빨리 도입돼서 스팟이는 못 하는 일, 가령 밸브 잠그기 같은 일도 대신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쉴새 없이 일만 하는 스팟이의 몸값은 3억원, 메이드 인 USA, 미제(美製)다. 포스코가 2023년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사들였다. 현재 총 3마리가 현재 포스코 공장에서 일한다. 스팟이라는 이름도 원래 제품명(스팟, spot)에서 따왔다.

 



포스코에 따르면, 스팟이의 몸값이 람보르기니 우루스나 멕라렌 아투라 같은 수퍼카 가격에 맞먹는 만큼 개집도 대충 지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40도 이상까지 온도가 뜨거워지는 용융로 주변에서 스팟이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영하 2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견디도록 설계됐다지만, 주인님은 안심하기 어렵다). 아찔한 상황을 막기 위해 포스코는 인근 공업사에 의뢰해 스팟이를 위한 첨단 개집을 지었고, 밤에도 스팟이가 주변을 잘 살펴볼 수 있도록 LED 조명과 카메라를 달았다.

포스코는 앞으로 스팟이 친구들을 더 ‘입양’할 계획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라이온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등 국내 제조사와 포스코 현장에 맞는 로봇개를 개발하려고 했다. 황 수석은 “국내 업체들과 개발하면 우리 공장의 조업 특성에 맞게 로봇을 개조하기도 편하고,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하기가 쉽다”고 했다.

스팟이처럼 위험 업무를 자처하는 로봇은 철강·조선 등 한국의 전통 제조업 현장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대형 코일을 하역하는 데 로봇을 도입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선박의 거대 외벽이나 탱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용접 상태를 검사하거나 청소하는 벽면 주행 로봇을 도입했다. 한화오션은 블록 상단 등 높은 위치에 있는 설비를 점검하는 데 드론을 이용한다.

일자리 걱정은 없을까.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우리 산업을 잘 모르고 하는 말 같아요. 

1987년부터 39년째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오정철 기감(최고 숙련기술자에게 주는 직위)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로봇들이 반갑다. 울산조선소에서 대형 선박에 엔진을 얹거나 블록 조립을 관장하는 그는 10년 전부터 제작·용접·도장 전반에 로봇이 도입되는 것을 목격했다.

 조선소에선 작업자가 늘 위험에 노출돼 있어요. 그런데 사람은 체력이나 컨디션에 따라 작업 집중도가 날마다 차이가 나다 보니, 무리한 작업을 연속해서 하면 설비에 몸이 끼이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안전사고가 날 위험이 커집니다. 그런 작업에 로봇을 활용하니 작업자가 위험한 작업에 투입될 일이 확 줄어든거죠. 저는 로봇을 ‘사람을 산재로부터 방어하는 장치’라고 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40대 A씨도 “현장에서는 로봇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십수 년간 뜨거운 용광로 옆에서 일한 베테랑 A씨는 ‘아틀라스 충격’이 가져올 파장을 체감하면서도, 이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로봇이 내 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보다 당장 눈 앞의 안전이 더 절실하다고 했다.

A씨는 “제철소는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용광로로 추락하거나, 1000도가 넘는 쇳물 근처에서 일해야 하는 고위험 작업이 부지기수로 많다”며 “사람이 들어가기 위험한 곳일수록 로봇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입사 초기만 해도 현장 직원이 쇳물 온도를 직접 재야 했지만 이젠 사람은 인공지능(AI) 기술과 로봇을 활용해 관제실에서 체크한다.

산재, 숙련공 부족 덮친 공장… 로봇을 뽑다  
사실 제철소나 조선소는 로봇 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노후한 설비와 복잡한 수작업 위주 공정 탓에 일부 고위험 작업에만 중소형 협동 로봇을 썼다. 용접과 도장 등 반복 공정의 90% 이상을 로봇이 맡는 완성차 공장이나, 먼지 한 점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화 공정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2024년 1월부터 전면 시행(처벌 유예 종료)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업재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떨어졌다. 여기에 숙련공 고령화까지 겹쳤다. 이제는 ‘로봇만 한 대안이 없다’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포스코그룹은 ICT 자회사 포스코DX가 로봇 설계와 배치를 맡고 있고, HD현대 역시 HD현대로보틱스를 통해 조선소 전용 협동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지윤 기자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실제로 공장에 설치돼 작동 중인 산업용 로봇 숫자는 중국(202만7200대), 일본(45만500대), 미국(39만3700대) 순이었다. 한국은 미국 다음인 4위로 39만1900대의 산업용 로봇이 설치됐다. 인구 100만 명당 로봇 숫자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로만 따져보면 1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1436대)보다 한국(7595대)이 더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포스코, HD현대 등 기업들과 로봇을 공동 연구개발하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이재열 통합로봇시스템연구본부장은 “생산성 제고가 절실한 제조 기업에 로봇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제는 로봇이 위험 현장을 맡고 사람은 그 로봇을 제어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직무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어보니 좋네?”…‘착용 로봇’ 효과

올해 1월 CES 2026를 계기로 ‘아틀라스 충격’에 빠진 현대차 노조는 “노사합의 없이는 단 1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도 공장에 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로봇 기술의 발전이 인간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경계다.


'엑스블 숄더' 로봇을 착용한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연구원이 팔을 올려 모형 차량 하부의 부품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기아



하지만 로봇은 이미 공장 곳곳에 침투해 있다. 그 모양이 휴머노이드가 아닐 뿐이다. 현재 현대차 국내 공장에는 수만 대의 현역 로봇들이 활동 중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다. 조끼 형태인 엑스블 숄더는 무동력 스프링 구조로 노동자의 양팔 근력을 한쪽당 3kg씩 보조해 준다.

2023년 시작된 실증사업 초기만 해도 현장에선 “거추장스럽게 뭐 이런 걸 입어야 하느냐” “우릴 로봇으로 만들려는 거냐”는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써보니 달랐다. 어깨나 팔목 통증에 시달려온 현장직에겐 단비였다. 가령, 리프트로 들어올린 차량의 하부를 다루는 의장 공정에서 엑스블 숄더가 노동자의 어깨와 팔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도 노동환경 개선 목적이라는 데 공감대가 있어서 웨어러블 로봇 도입에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10년 걸려 키우는 숙련공, 로봇은 금세 배운다
용접은 ‘조선소의 꽃’이다. 선박 건조 공정의 60~70%가 용접이다. 하지만 ‘용접 좀 한다’는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갓 입사한 생산직 초짜가 숙련 용접공으로 성장하려면 최소 10년의 세월을 현장에서 보내야 한다.

파도의 충격과 수만t의 화물 무게를 견디며 수십 년을 버텨야 하는 선박의 특성상, 용접 부위에 단 하나의 기포도 허용하지 않는 ‘기밀성(氣密性)’은 용접의 핵심이다. 얇은 판을 기계로 찍어내는 자동차나 가전과 달리 두꺼운 선박용 후판은 숙련공이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위치를 잡아가며 이어붙여야 한다.

문제는 이 ‘황금 손’들의 이탈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1개 블록 조립 공정에는 50~60명이 투입되는데, 이 중 용접에만 전체 투입 인원의 50%인 25~30명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의 용접공 숫자는 10~15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자주 들고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10년의 노하우가 응축돼야 하는 용접을 가르치기도 어렵다.

국내 조선업의 현실을 다룬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저자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사가 공들여 육성한 숙련공들이 더 높은 일당을 찾아 조선업계의 프리랜서 격인 ‘물량팀’으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최근 조선사 수주 물량이 폭증하면서 현장의 숙련공 부족 현상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로봇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2월 말 기준 HD현대중공업은 133대, HD현대삼호는 90대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80대의 용접·협동 로봇을 운용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용접 로봇 30대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고, 한화오션은 자체 연구소(제품전략기술원)에서 고난도 용접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새 용접 로봇이 개발되면 곧바로 현장에 배치되는 추세”라며 “숙련공이 부족한 미국 소재 한화 필리조선소에도 용접 로봇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접 로봇들은 숙련공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용접 로봇의 생산성을 따져봤다. HD현대삼호에 다르면 2셀(cell, 1셀은 선박 블록 1개를 60분의 1로 쪼갠 작업량)을 용접할 때 숙련공은 13분, 로봇은 15분쯤 걸린다. 숙련공이 로봇보다 일을 더 빨리 끝낸단 얘기다.

하지만 하루 작업량 전체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숙련공은 하루에 25~30셀을, 로봇은 45~50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숙련공은 피로 누적 등 컨디션에 따라 생산성에 영향을 받지만, 로봇은 집중력 저하 없이 작업 품질과 속도를 종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용접 로봇을 부리는 방법은 이렇다. 인간 작업자가 태블릿PC로 용접 대상의 위치와 용접 선(線)의 굵기 등을 입력하면, 로봇이 터치 센서를 이용해 용접 대상 금속의 특징, 토치가 접촉돼야 할 목표선 등을 파악한다. 이후 로봇이 용접을 시작하면, 로봇의 두뇌 격인 AI가 실시간으로 로봇의 위치를 보정해 가며 목표선에 맞춰 용접하도록 가이드한다. HD현대로보틱스에 따르면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용접 로봇으로 오차범위 0.5~1㎜ 이내의 정밀 용접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로봇엔 아직 맡기기 어려운 일도 있다. 곡면 용접이다. 직선 용접이 고속도로 자율주행이라면, 굴곡진 선체를 따라가는 곡면 용접은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으며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선박 하부처럼 구부러진 철판의 경우, 토치와 철판의 거리·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한데, 레이저 센서로 실시간 스캐닝하며 로봇이 용접한다 해도 오차가 생긴다. 게다가 곡면 용접은 중력에 의해 쇳물이 흘러내리거나 열 변형으로 판재가 휘기도 해 순간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지난 2월 4일 경북 포항 소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외국인 연구원이 로봇팔이 장착된 자율주행로봇을 시험가동하고 있다. 김효성 기자



이런 고난도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기 위해 최근 로봇 제조사들은 용접 로봇에 ‘모방학습(Imitation Learning)’을 시키는 중이다. 여러 숙련공이 곡면을 용접하는 모습(동작)을 카메라, 고정밀센서 등으로 모션 캡처한 뒤 손목의 각도, 토치와 용접 대상과의 거리, 손의 이동 속도 등 데이터로 추출한다. AI에 이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숙련공이 왜 이 지점에서 속도를 서서히 줄였는지’에 대한 이유를 AI가 스스로 추론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된 AI가 로봇에 탑재되면 기존에 학습했던 철판과 곡률(휘어짐 정도)이 완전히 다른 새 철판에서도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용접할 수 있다.

국내 로봇제어 연구 권위자인 이동준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모방학습의 최종 목표는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로봇이 숙련공의 감각을 체득해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로봇이 인간의 기술을 물려받는 ‘기술의 디지털 승계’가 이뤄진다면, 조선업의 숙련공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러시, 철강·조선업에도 시작됐다
로봇개나 협동 로봇을 넘어, 인간의 형상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제철소나 조선소에서 일할 날이 곧 올까.

전문가들은 용접처럼 정밀함과 유연함이 동시에 필요한 공정에서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자리를 일부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중견 조선사 임원 B씨의 말이다.

 기존의 로봇팔이나 용접 로봇을 공장에 도입하려면 별도의 레일이나 선반을 새로 설치해야 하고, 넓은 작업 공간도 확보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과 유사한 체형에 이족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렇게 안 해도 되죠. 문턱이나 계단 같은 장애물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고, 복잡한 선박 구조물 내부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휴머노이드 제조사 페르소나AI와 손잡고 올해 하반기부터 경북 포항항에서 항만 하역 보조 업무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실증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원통형 강판인 코일을 선적·하역할 때 고정용 핸들을 구멍에 삽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람이 일할 땐 통상 3인 1조를 이뤄 하는, 사고 위험이 높은 고위험 공정으로 꼽힌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장애물이 많은 항만 환경에서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최적이라고 회사는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협동형 용접 로봇보다 진화한 ‘휴머노이드형 용접 로봇’을 국내 제조사 에이로봇과 개발 중이다.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협소 공간이나 추락 위험이 있는 실외 고소(高所) 작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안전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휴머노이드가 만능은 아니다. 무거운 자재를 다루는 중공업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근력 수준은 다소 아쉽다. 최신 휴머노이드의 경우 성인 남성(70~90kg)만큼도 못 든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가 50kg, 테슬라 옵티머스가 20kg에 그친다.

더 큰 힘을 내기 위해 손과 팔에 대형 전기모터를 장착해야 하는데, 그 무게를 견디려면 로봇의 팔다리가 더 굵어져야 하고 배터리도 더 커져야 한다. 성능을 높이려다 로봇 자체가 비대해져 효율이 떨어지는 소위 ‘무게의 역설’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중후장대 제조업의 휴머노이드 도입 확대는 이 물리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가 중후장대 산업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기보다는 공정의 난이도와 환경에 따라 그 형태가 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점 알바, 택배 기사를 만약 로봇이 대체한다면? 이제는 계산대 점원으로 활동하는 휴머노이드도 등장했다고? [K로봇 연구] 4회에서는 물류·유통 부문에서의 로봇 도입의 현실과 한계, 그리고 시사점에 대해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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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효성     장주영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