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폐해의 주범으로 경멸(Despised)의 존재가 될 것”(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석좌교수)
본지가 AI(인공지능) 인지·심리 분야 석학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 등 글로벌 AI 석학 8명에게 “2030년 AI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 중 일부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는 해’로 2029년을 꼽았는데, 이듬해인 2030년은 그런 기계(AI)가 인간 사회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첫해가 되는 셈이다.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가까운 미래 모습은 AI가 인간 대신 생산 활동을 하는 유토피아일까, 인간이 AI에 종속되는 디스토피아일까. 석학들 의견은 뚜렷하게 갈렸다. AI를 잘 사용하면 인간의 번영을 도울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영화 ‘매트릭스’처럼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러셀 석좌교수는 ‘AI 악당설’을 제기했다. 그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권력을 추구하거나, 목표가 인간과 맞지 않을 경우 실질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I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간까지 배제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반면 AI 윤리 전문가인 조안나 브라이슨 독일 헤르티행정대학원 교수는 AI 위협의 주체를 인간으로 봤다. 그는 “진짜 위협은 AI가 아니라 정부나 기업의 독재적인 통제”라고 했다. AI는 자동차의 핸들일 뿐이며, 핸들을 다루는 인간 운전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학 8명 중 5명은 AI가 민주주의를 멍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노출되는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 편향과 딥페이크(AI로 만든 가짜 영상)로 주권자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AI가 주권·안보 영역으로 확장하며 특정 국가나 빅테크 기술에 종속되는 ‘디지털 식민지화(Digital Colonialism)’ 우려도 커지고 있다. 6명의 석학은 ‘소버린(주권) AI’ 개발에 실패하면 국가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30년 AI와 관계 재정립하는 해
AI 석학들은 2030년을 인간과 AI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단순한 비서 역할을 넘어 주체적으로 현실 세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부상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AI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처럼 지구상에 하나의 종(種)으로 등록될 것이라고 로스만 교수는 전망했다. AI가 스마트폰 같은 무기체가 아니라 사람 같은 ‘인권’을 가지고 활동하는 유기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로봇 법학자인 라이언 칼로 미 워싱턴대 교수는 “AI가 세상에 직접 영향(Act directly)을 끼칠 능력을 얻을 것”이라고 했고, 마이클 리트먼 미 브라운대 AI 담당 부총장은 “그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How to live)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AI 거품론·무용론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 테크 기자 출신인 존 마코프는 “모두가 AI 거품에 실망(Disappointment)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러셀 교수는 “많은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경멸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커스 교수는 “AI는 5년 후에도 현재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술 발전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2030 교육 핵심은 정답보다 질문이 중요한 시대
AI 미래 전망에 대해 의견이 갈렸지만, AI 전쟁 승리의 필수 조건을 묻는 말에는 공통으로 ‘인재 확보’라고 했다. 6명의 석학이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끌어오고 지키는 능력이 AI 시대에 가장 핵심 요소”라고 했다.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탐구와 비판적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석학 5명은 답했다. AI가 즉각적인 답을 주는 시대일수록 질문하고 정보를 검증하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암기 위주 교육제도, 의대 쏠림과 이공계 인재들의 ‘탈한국’이 심각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브라이슨 교수는 “탐구와 비판적 사고에 집중해 교육하면 윤리와 적응력, 창의력 등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