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그는 이 음료 들고 간다…술꾼 화학자 ‘음주 필살기’

해암도 2025. 3. 19. 06:32

술은 마시고 싶지만, 건강은 챙기고 싶어.
술은 취하고 싶지만, 숙취는 없었으면 좋겠어.
안주는 좋아하는데, 살은 안 찌고 싶어.



술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영원히 풀기 힘든 세 가지 숙제입니다. 기자도 술을 많이 마시는 직업 중 하나인데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있을 뿐더러, 고된 업무 끝에 술 한잔의 보상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저 안 마시는 게 상책일까요? 숙취와 건강을 챙기면서 행복하게 술과 동행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요?


장홍제 광운대 화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중과 과학으로 소통하며『일상다화학』 등의 저서를 썼다.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화학자를 만났습니다. 장홍제(광운대 화학과) 교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대중에게 일상 속 화학 이야기를 쉽게 전하고 있는데요. 장 교수 역시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특히 동료 화학자들과 한잔할 때는, 술의 핵심 성분인 에탄올에 대해 재미있는 토론을 한다는데요. ‘어떻게 하면 위스키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를 논문을 들어 논쟁하는 식이죠. 장 교수가 들려준, 술에 관한 거짓과 진실은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세간의 속설을 뒤집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온음료와 술을 같이 마시면, 쉽게 취한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술과 ‘이 음료’는 같이 마시면 당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1일 1잔’하는 이 음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또 ‘해장술’이 숙취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장 교수가 권하는 최고의 숙취 해소제, 최고의 안주도 살펴봅니다. 화학자의 ‘슬기로운 음주법’을 만나보세요.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비싼 숙취해소제 언제? 어떻게? 제일 효과적인 ‘이 방법’
🍹‘이온음료 금지’ ‘주종 통일’ 다 틀렸다. 진짜 피해야 하는 건
🤢“술자리서 억지로 토하지 마세요” 효과 없는 이유
🍜3차까지 안주 먹어도 배고픈 사람, ‘OOO’ 현상 겪는다
🚽과음 다음 날 생기는 ‘장 트러블’도 과학, 피할 수 있을까

🎤진행 : 김홍범 기자
🎤답변 : 장홍제 광운대 화학과 교수

▷김홍범〉 교수님도 술을 자주 드시나요?

▶장홍제〉 즐기는 편이죠. 인터뷰에 나와서 많이 마신다고 하면 사람이 이상해 보일 수 있으니 즐긴다고만 하겠습니다(하하). 화학과 교수든 누구든 결국 사람이니까요. 술을 안 마실 수도 없고, 좋아하는 분도 많고요.

▷김홍범〉 화학자들끼리 모이면 더 진지하게 술 얘기를 하나 궁금했어요. 어쨌든 에탄올도 화학 성분이니까요.

▶장홍제〉 학구적으로 다루진 않고요. 술자리에서 누군가 한 분이 딱 등장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씩 하기 시작해요. 예를 들면 ‘위스키를 마실 때 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맛이 좋아진다’는 식의 이론을 가지고 오는 거죠.

▷김홍범〉위스키에 물을 타면 정말 맛이 좋아지나요?

▶장홍제〉 네. 이 부분은 논문으로도 나와 있고요. 다만 도수가 40도 미만일 경우엔 물을 넣어도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위스키처럼 도수가 40도 이상일 때, 물 몇 방울 넣으면 향이 확 풀려나와요. 에탄올과 물의 비율이 바뀌면서 녹아 있던 향 성분이 물을 타고 밖으로 나오는 겁니다.


💊비싼 숙취 해소제 언제? 어떻게? 제일 효과적인 ‘이 방법’ 


▷김홍범〉 제일 궁금했던 게 숙취 해소제의 효과였어요. 저도 술자리가 많다 보니 종종 마실 때가 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비싸기도 하잖아요.

▶장홍제〉 우선 ‘숙취 해소’라고 쓰인 제품 중에서 정상적으로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건 맞아요. 헛개나무 추출물이나 오리나무 추출물 등이 성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성분을 취한 쥐에게 실험해보면 정상 상태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요.

▷김홍범〉 원리가 뭐예요?

▶장홍제〉헛개나무 추출물 등이 에탄올을 직접 분해하는 건 아닙니다. 대신 우리 몸의 해독 공장인 간이 잘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독성 물질인 에탄올을 2단계로 해독합니다. 우선 에탄올을 (숙취 유발의 주범으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꾼 뒤에 이를 다시 초산으로 바꾸는데요. 이 과정에서 간 세포를 보호하고, 간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김홍범〉 숙취 해소 성분은 얼마나 섭취를 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장홍제〉 말씀드리면 상심하실 수도 있는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축 가루를 한 수저 퍼서 그대로 먹어야 하는 수준이에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이 들어 있고요. 그래서 성분에 따른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숙취 해소제를 섭취하면 플라세보(심리적 기대) 효과도 부르잖아요. 그것도 무시할 수 없어요. 숙취 해소제를 먹었는데 속이 편한 기분이 들었으면, 그 믿음으로 섭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술자리에 갈 때 구매하기도 해요.

▷김홍범〉 그래도 도움이 된다니 제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차(茶) 형태로 팔거나 젤리, 가루 형태로 팔기도 하고요. 약국과 편의점에서 파는 상품이 다르기도 해요.

▶장홍제〉 사실 차로 우린 형태는, 그냥 물을 많이 마시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어요. 효과가 좋은 제품은 약국에 가면 ‘갈색 앰플’에 들어 있는 간장활성화제(헤파토스)가 있어요. 다른 숙취 해소제와 비교할 때, 술 깨는 성분이 조금 더 많이 들어 있어요. L-아르기닌, 베타인 같은 성분들이 담즙 분비를 증가시키거나 간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금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간장활성화제 헤파토스에는 아르기닌(Arginine), 베타인(Betaine), 구연산(Citric acid) 등 간 기능 상승과 간 보호를 위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편의점이 아닌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홍범〉 섭취하는 시점은 언제가 가장 좋아요?

▶장홍제〉 술자리 전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숙취 해소제가 순식간에 몸을 정화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간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도와야 하니 술자리 전에 드시는 것이 좋고요. 술자리가 길어진 경우에는 마치고 하나 정도 더 드셔도 됩니다.

▷김홍범〉 아무래도 간에 작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다량을 섭취하기가 불안하기도 해요. 여러 번 먹어도 괜찮나요?

▶장홍제〉 성분 함량 자체가 그런 걱정을 할 정도는 전혀 아닙니다. 제 주변 지인(화학자) 중에선 젤리 형태로 된 제품을 간식처럼 드시는 분도 있어요.

🍹‘이온음료 금지’ ‘주종 통일’ 다 틀렸다. 진짜 피할 건

장홍제 교수는 ″우유를 마시면 위벽이 코팅된다는 속설은 알려진 바와 달리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DEEPAI

▷김홍범〉현명하게 술 마시는 법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술과 관련한 속설이 많잖아요. 위벽 보호를 위해 술자리 전에 우유를 마시라든지, 한 술자리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면 더 숙취가 심하다든지, 이온음료를 함께 마시면 빨리 취한다든지.

▶장홍제〉 우선 우유가 위를 코팅한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우유가 몇 시간 동안 위에 남아 있긴 어렵다 보니, 과학적 근거는 없어 보여요. 차라리 음식을 드시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이온음료의 경우, 술과 함께 마셔도 괜찮습니다. 이온음료가 에탄올의 흡수를 촉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분이 공급돼서 좋다는 의견도 있고요. 오히려 진짜 마시면 안 되는 건 따로 있어요.

▷김홍범〉 이온음료는 괜찮은데, 마시면 안 되는 것이 따로 있다고요?

▶장홍제〉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정확히는 카페인 성분을 에탄올과 같이 섭취하면 좋지 않아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같은 종류가 되겠죠.

▷김홍범〉 취기가 오르면 시원한 게 당겨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셨던 것 같은데 의외네요.

▶장홍제〉 흔히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신나니까 에탄올이 각성 작용을 한다고 오해하기 쉬운데요. 에탄올은 진정제입니다. 술자리가 길어지면 피곤해하거나 심지어 옆에서 자는 사람도 생기잖아요. 그런데 카페인은 뇌를 깨우는 성분이죠. 그래서 에탄올과 카페인이 동시에 몸에 들어가면 서로 경쟁을 합니다. 한쪽은 진정시키고, 한쪽은 각성시키고. 그러다 보면 몸은 점점 취해가는데 정신은 멀쩡해지는 일이 생겨요.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게 하는 거죠. 반대로 절대 취하면 안 되는 자리라면 전략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도 가능할 수 있고요.

🙁“술자리서 억지로 토하지 마세요” 효과 없는 이유 
▷김홍범〉 정말 어려운 자리에선 취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구토하기도 하잖아요.

▶장홍제〉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 에탄올 100이 들어오면 위에서 흡수되는 건 10~20%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 거의 장에서 흡수합니다. 위에 술이 많은 상태에서 토를 할 수도 있지만, 보통 술을 마시자마자 독극물처럼 바로 토하지는 않잖아요. 어느 정도 몸에 다 흡수가 된 뒤에 토를 하거나, 숙취 때문에 어지러워서 다음 날 토를 하거든요. 결국 구토로 에탄올을 많이 배출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겪는 고통에 비해선 그렇지 않을 수 있죠.

▷김홍범〉 술을 제일 고통 없이 마실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장홍제〉 우선 술을 마시면 취하는 것과, 술을 마셔서 생기는 숙취를 구분해야 합니다. 취하는 것은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이 뇌로 가서 그런데요. 에탄올은 조그마한 녀석이라 혈뇌장벽까지 쉽게 통과하거든요. 그래서 이 에탄올에 의해서 뇌가 점점 마비되는 과정이 취하는 과정이고요. 이 에탄올을 간에서 분해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쌓여요. 이게 독성 물질이라 술을 마실 때 우리 얼굴도 빨개지고 목과 가슴도 빨개지는 겁니다. 이 물질이 머리도 아프게 하고, 구토도 일으켜요. 이 둘에 대한 접근법이 다릅니다.

▷김홍범〉 어떻게 다른가요?

▶장홍제〉 사실 숙취가 덜 생기게 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에탄올 섭취 절대량을 줄이는 건데요. 간의 해독을 돕는다 해도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양은 에탄올 섭취량과 비례하거든요. 몸에 들어가면 언젠가는 다 독성 물질로 바뀌는 거라 조금 마시는 수밖에 없어요.

▷김홍범〉 그럼 덜 취하는 방법은 있다는 건가요?

▶장홍제〉 덜 취하는 건 에탄올이 흡수되는 시간을 지연시키면 가능하거든요. 제일 좋은 방법은 빈속에 술을 마시지 말고, 안주를 반드시 먹는 겁니다. 우리의 위를 보면 식도랑 연결된 입구가 있고 장과 연결된 출구가 있잖아요. 음식물이 없으면 위에 들어간 액체가 순식간에 장으로 지나가 버립니다. 바로 장으로 가면 흡수가 훨씬 빨라지죠. 에탄올 흡수가 가장 빠르게 이뤄지는 부위가 소장이거든요. 음식물이 위에 있거나 무언가 씹고 있을 때는 위의 출구가 닫히게 됩니다. 흡수가 늦어지는 것이죠.


술자리에서 안주로 기름진 음식을 선택할 경우 에탄올 흡수를 지연할 수 있다. 정준희 기자

기름진 음식은 특히 소화가 오래 걸리고, 에탄올이 혈류에 들어가는 속도도 늦춥니다. 곱창과 막창을 먹을 때 술이 더 잘 들어간다고 느끼는 이유죠. 기름진 곱창이 맛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흡수를 느리게 만들어서 덜 취한 겁니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숙취는 총 에탄올 섭취량과 비례하니 덜 취한다고 술을 더 마시면 다음 날은 더 힘들어집니다.

▷김홍범〉 주종을 섞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잖아요.

▶장홍제〉 술의 종류가 섞인다고 무조건 숙취가 심해지는 건 아닙니다. 소주나 보드카 같은 맑은 색 증류주는 대부분 에탄올과 물, 일부 향 성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다른 성분이 별로 없죠. 그런데 와인이나 막걸리를 생각하면 수많은 성분이 있잖아요. 물론 그래서 향도 다양하고 풍미도 생기죠. 그런데 이게 결국 다 화학 물질이거든요. 이렇게 주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물질들을 ‘콘제너’라고 하는데요. 이 콘제너가 몸에 들어가면 숙취를 일으키는 성분이 많아요. 콘제너가 없는 술을 마시는 게 아무래도 숙취가 덜하죠.

▷김홍범〉 그럼 소주를 마시다가 위스키를 마시는 건 괜찮겠네요? 같은 증류주니까요.

▶장홍제〉 그런데 위스키 색깔을 보면 어둡잖아요. 어두운 색깔의 술에서 콘제너가 더 많이 발견됩니다. 같은 맥주여도 흑맥주가 더 숙취가 심해요. 가장 머리가 덜 아프려면 술의 색까지 보는 것이 좋습니다.

▷김홍범〉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해소가 되네요.

▶장홍제〉 이론으로는 그렇지만, 결국 사주시는 분이 마시자는 술을 먹게 되지 않겠어요?(하하)


연합뉴스

▷김홍범〉 그럼요. 그런데 저는 이것도 궁금했어요. 술자리에 오면 꼭 한 명씩 “오늘따라 술에 취하질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러고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화학적으로 몸 상태가 정말 달라서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건가요?

▶장홍제〉 이건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심리에 더 달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서 “오늘 내가 진짜 안 취하고 잘 마시네?”라고 하는 분들은 없잖아요. 화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행동은 아닐 것 같습니다.

🍜3차까지 안주 먹어도 배고픈 사람이 주목해야 할 원리 
▷김홍범〉 금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술자리기도 하잖아요. 화학으로 설명 가능한 부분이 있나요?

▶장홍제〉 이 부분은 화학 물질이 만들어낸 신체적 반응 때문이 맞아요. 취중 진담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에탄올이 뇌에 들어가면 점점 마비를 시키면서 인지의 단계를 낮추거든요. 그럼 자제력, 인내력과 관련한 부분이 작동을 잘 안 합니다. 그래서 참고 있던 것들이 참기 힘들어지는데 대표적인 게 담배이죠. 심지어 담배의 니코틴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합니다. 술을 마셔서 도파민이 나온 상태에서 도파민 분비를 더 촉진하니 서로를 원하는 짝이 되는 것이죠.

▷김홍범〉 궁합이 좋지 않은 관계네요.

▶장홍제〉 네. 안타깝게도 우리의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김홍범〉 담배를 안 피우시는 분들은 과식하기도 해요. 집에 도착해서도 꼭 무언가 먹고 자기도 하고요.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장홍제〉 이건 기자님 본인 얘기로도 들리는데요?

▷김홍범〉 저는 술을 3차까지 마시고 안주도 배가 터지게 먹어도 꼭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요. 아침에 너무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장홍제〉 우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뇌가 절제하기 힘든 상태여서 그런 것이 있는데요. 그럼 왜 라면이 먹고 싶을까요? 3차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와서 “곱창 한 그릇만 더 먹고 싶다”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김홍범〉 그러게요.

▶장홍제〉 우리 몸이 에탄올을 분해하는 것도 다 에너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엄청 열심히 일해야 해요. 우리 몸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 간에 저장해 놓은 당을 꺼내서 쓰는데요. 문제는 에탄올의 특징 중 하나가 간에 저장된 당을 꺼내 쓰는 작용을 막습니다. 우리 몸이 순간적으로 저혈당이 되는 것이죠. 저혈당이 오면 심한 허기를 느끼고, 몸이 당 성분이 많은 음식을 찾습니다. 그래서 많이 먹어도 배가 고프고, 아이스크림이나 라면 같은 음식을 찾게 되는 거죠.

▷김홍범〉 그럼 라면을 먹는 것이 간에 에너지를 주는 것이니 꼭 나쁘지는 않네요?

▶장홍제〉 위에 주는 부담을 무시한다면요.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것이 “그럼 술을 마시면서 당분을 같이 섭취하면 실시간으로 술이 더 잘 깨겠네?”라고 생각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술자리에서 제일 건강 망치는 일이 콜라랑 술을 같이 마시는 거예요.


에탄올은 대사 과정에서 간에 저장된 당의 활용을 방해해 음주 후에는 탄수화물이나 당이 풍부한 음식을 찾게 된다. 연합뉴스

▷김홍범〉 그래요?

▶장홍제〉 액상과당 같은 정제당과 술을 같이 섭취하면 몸이 당을 제어하는 능력을 상실해요. 다량의 에탄올과 정제당을 같이 드시면 인슐린 장애가 생깁니다. 그래서 당 성분은 에탄올과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섭취하는 것이 좋아요. 과음하고 다음 날에 병원 가면 주는 것도 포도당 수액이잖아요. 집에 있을 때는 꿀물을 마시면 좋습니다. 꿀에는 정제당에는 없는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 등 다양한 성분이 있거든요.

▷김홍범〉 음식 얘기를 하니까 또 궁금한 게 있어요. 에탄올은 탄수화물도 아닌데, 왜 술을 마시면 살이 많이 찔까요? 안주 문제인가요?

▶장홍제〉 우선 술과 안주를 같이 섭취하면 당연히 더 살이 찌고요. 술만 마시는 건 괜찮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김홍범〉 술만 마셔도 몸에 지방이 쌓인다고요?

▶장홍제〉 그건 아닌데요. 에탄올은 일단 열량이 굉장히 높아요(1g당 약 7kcal). 영양소는 없는데 열량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에탄올이 몸에 들어오면 몸이 다른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소비를 억제하고 에탄올을 먼저 써요. 그리고 에탄올의 대표적인 작용 중 하나가 인체의 지방 합성을 가속합니다. “지금부터 남는 영양소는 다 지방으로 만들자” 이런 체계가 작동된다고 보면 돼요.

▷김홍범〉 기름진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니 지방 축적이 굉장히 빨라지겠네요.

▶장홍제〉 또 안주 없이 밤에 술을 마셔도, 다음 날은 어쨌든 음식을 먹잖아요. 지방 합성 가속화 효과는 다음 날까지 꽤 오래 나타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술을 마시면 어쨌든 살은 더 찌게 되는 것이죠.

🪠과음 다음 날 생기는 ‘장 트러블’? 술에 몸이 반응하는 방식 
▷김홍범〉 사실 술을 마시면 제일 힘들 때는 다음 날 아침이잖아요. 숙취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공유해주신다면요.

▶장홍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숙취는 사실 몸이 독성 물질을 분해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너무 힘들다면 포도당 수액을 맞거나, 꿀물 등을 마시면서 당과 수분 공급을 충분하게 해주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있어요. 바로 ‘해장술의 효과’인데요.

▷김홍범〉 그냥 술꾼들이 술을 더 마시려고 만든 변명 아닌가요?

▶장홍제〉 해장술은 숙취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요.

▷김홍범〉 어떤 원리인 거죠?

▶장홍제〉 정확히는 술을 깨도록 하는 것은 아니고, 숙취의 대표적인 증상인 어지러움과 구토감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 몸은 귀의 반고리관 림프액 움직임을 통해 평형감각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에탄올은 물보다 가벼워서 많이 섭취하면 민감한 기관인 반고리관 내 림프액 농도에도 영향을 줘요. 에탄올 때문에 바뀐 농도에서 다시 정상 농도로 돌아올 때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거든요. 이 과정에서 멀미가 있는 듯이 어지럽고 구토감을 느끼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에탄올을 넣어주면 이전 농도로 돌아가서 어지러움이 조금 덜하게 되는 것이죠.

▷김홍범〉 결국 고통을 조금 유예하고 더 많은 에탄올을 해독해야 하는 거네요?

▶장홍제〉 네. 정말 유예만 하는 것이죠. 간이나 모든 부분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다만 해장술을 마시면 숙취가 덜한 것처럼 느껴지는 과학적 원리는 있다는 것이죠.

▷김홍범〉 과음의 증상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니 조금 지저분할 수 있지만, 장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도 궁금해요. 이 부분도 과학적인 원인이 있는 건가요?

▶장홍제〉 술 마신 다음 날 화장실에 가면 뭔가 독소가 나가는 느낌이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몸이 술을 깨려면 에너지원으로 당이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문제는 당이 분해가 되는 과정에서 소르비톨이라는 성분이 생깁니다. 이 녀석은 독성 물질은 아닌데, 천연 변비약으로 불리는 푸룬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이에요. 푸룬 주스 유명하잖아요. 원래는 장에 있는 수분이 몸으로 나가는데, 소르비톨이 장에 많으면 반대로 몸에 있는 물을 끌고 들어와요. 에탄올이 원래 장을 자극하는 물질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아침에 장 트러블이 쉽게 발생하는 겁니다.

▷김홍범〉 이런 부분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 신기하네요.

▶장홍제〉 이런 작용만 연구하시는 분들도 있는걸요.

▷김홍범〉 술은 꼭 나쁘기만 한가요?

▶장홍제〉 좋은 영향을 기대하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예전엔 소량의 술, 하루 와인 한 잔 정도는 마시면 심혈관 질환에 좋다는 말도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뉴스 기사 보신 적 없으실 겁니다. 한 잔도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이죠. 음주가 신체적으로 어딘가에 도움이 되진 못하고, 정신적인 어려움이 완화될 수 있다면 가벼운 선에서 즐길 수는 있겠다. 이 정도입니다.

▷김홍범〉 술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파민 때문인가요?

▶장홍제〉 네, 그렇죠.

▷김홍범〉 최근에 도파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잖아요.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도 자주 나오고요. 술도 몸에 나쁘다면 도파민 자체를 피하는 것이 좋나요?

▶장홍제〉 전혀 아닙니다. 도파민은 우리 몸에 무조건 필요한 물질이고, 단순히 자극적인 영상을 보거나 행위를 했을 때 나오는 쾌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에요. 도파민 수용체가 너무 줄어들면 일종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처럼 몰입이나 공감하는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게 됩니다. 또 도파민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만족감과 성취감을 주기도 하고요. 다만 운동을 해도 도파민이 나오니 좋은 방식으로 생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도파민이 나쁜 물질은 아닙니다.

▷김홍범〉 도파민 외에 술과 관련해 흥미로운 화학 성분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장홍제〉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긴 하지만, 술과 관련한 화학 성분 중에서 에탄올 없이 술에 취한 느낌을 만들어주는 음료는 있습니다.

▷김홍범〉 그런 음료가 있어요?


지난해 4월 알코올 성분이 없어도 취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술이 영국에서 출시됐다. 사진 센티아스피릿

▶장홍제〉 네. 일반적인 술은 감마-아미노뷰티츠산(가바·GABA) 수용체에 에탄올이 전달되면서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지만, 이 음료엔 에탄올 없이 가바 수용체를 자극하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신 것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주죠. 에탄올이 들어 있지 않으니 해독 과정에서 나오는 숙취 유발 독소 아세트알데히드도 나오지 않아요. 숙취 자체가 없는 음료이죠.

▷김홍범〉 기존 술의 문제가 사라진 거네요? 한국에도 있나요?

▶장홍제〉 수입이 되진 않습니다. 이 음료를 마시면 중추신경이 자극되니 정상적인 인지에도 문제가 생기거든요. 예를 들어 음주 단속에 걸리지는 않는데 음주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은 있는 것이죠. 또 아직 이 음료를 수십 년 마셔본 분은 없으니 안전성도 의심해볼 수 있고요. 또 숙취가 없으면 “내가 위험하다”는 감각 없이 마시게 되잖아요. 의존성이 더 클 수도 있죠. 여러모로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학자가 알려주는 알코올에 담긴 ‘과학 상식’

1. ‘숙취해소제’는 술자리 시작 전 섭취하는 것이 좋다
2.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 숙취해소제가 더 효과적이다.
3. 억지로 하는 구토는 고통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
4. 각성제인 커피는 뇌를 깨워 더 많은 술을 마시게 한다
5. 술 마시기 전 우유를 마셔도 위가 코팅되지 않는다
6. 이온음료는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지 않는다
7. 곱창 등 기름진 안주를 먹으면 덜 취할 수 있다
8. 주종을 섞는다고 숙취가 심해지지는 않는다
9. 숙취 해소엔 당분, 특히 ‘꿀물’이 효과적이다
10. 음주 도중 섭취하는 콜라는 인슐린 장애를 부른다


에디터   김홍범   권다빈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