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항노화 넘어 역노화로… AI로 설계한 '회춘 단백질' 늙은 세포를 젊게 만든다

해암도 2025. 2. 6. 06:06

[AI, 세상을 뒤바꾸다] [12] 노화 정복 나선 바이오 AI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그래픽=박상훈
 

지난 4일 오픈AI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 워크숍에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의학”이라며 “모든 의료계가 오픈AI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AI가 질병 치료 등 큰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의료용 AI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세포를 더 젊게 만드는 ‘역노화(逆老化·Reverse Aging)’의 돌파구를 여는 데 오픈AI가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

 

역노화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기존의 항노화(抗老化·Anti-Aging)보다 한발 더 발전한 개념이다. 오픈AI뿐 아니라 구글도 AI를 활용한 역노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역노화 기업들에 잇따라 거액을 투자했다. ‘노화의 시계’를 AI로 되감으려는 빅테크들의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역노화 AI ‘GPT-4b 마이크로’

오픈AI는 지난달 미국의 바이오 기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레트로 바이오)’와 협업해 바이오 분야에 특화한 AI ‘GPT-4b 마이크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올트먼이 개인적으로 1억8000만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한 레트로 바이오와 오픈AI가 본격적으로 손을 맞잡고 역노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겨냥하는 역노화 단백질은 노화된 세포를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야마나카 인자’다. 이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발견한 4종의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뜻한다. 야마나카 인자를 일반 세포에 주입해 줄기세포로 초기화하는 역노화 효과는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야마나카 인자의 불안정성이 심해 세포 역노화 성공률이 낮다는 게 한계였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야마나카 인자를 구성하는 300개가 넘는 아미노산 서열을 새롭게 조합해야 하지만, 사람이 직접 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 GPT-4b 마이크로는 AI를 활용해 아미노산 서열을 최적화해 야마나카 인자의 역노화 작용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MIT(매사추세츠공대)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기존 방법은 수주가 걸리는 데다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성공 확률이 1%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GPT-4b 마이크로를 사용했을 땐 야마나카 인자의 세포 역노화 활성화 효율이 수십 배 높아졌다는 것이다.

 

레트로 바이오는 역노화 기술로 인류의 기대 수명을 지금보다 10년 더 연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AI를 활용해 안정적인 야마나카 인자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역노화 분야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은 바이오헬스 자회사 ‘칼리코’를 설립해 인간의 노화를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칼리코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기술을 활용해 DNA 서열을 기반으로 인간 유전체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노화에 작용하는 유전체를 비롯해 근본적인 노화 원인을 파악하고 젊음을 되찾는 기술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도 AI를 활용해 노화 세포 제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베이조스를 비롯해 글로벌 억만장자들이 자금을 대고 야마나카 신야 교수를 영입한 ‘알토스 랩스’도 세포 회춘 등 역노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생명 연장에 기여할 의료 AI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다양한 형태의 의료 AI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글로벌 의료 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 유전체 분석 기업 ‘일루미나’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헬스케어 AI ‘바이오니모’의 영역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진단에 필요한 의료 정보를 찾아주고 처방 등을 제시하는 등 의료 AI 3종을 출시했다.

 

알파폴드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AI 기반 신약 설계를 비롯해 다양한 의료 AI가 성공을 거두면, 거의 모든 질병이 향후 10~20년 안에 정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노화 (Reverse Aging)

이미 진행된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치료법으로, 세포를 더 젊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노화(Anti-Aging)보다 한발 더 발전한 개념이다.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발견한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를 활용해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 기술이 대표적이고, 동물실험 단계에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