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항문 닦는 법 반전 있었다
변비는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누구나 ‘잘 싸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구나 그 행복을 누리진 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변비 환자 수는 63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새 6만 명이 늘었다. 나이가 들수록 변비를 앓으면 더 힘들다. 70대 이상 노년층의 33%가 ‘노인성 변비’를 경험했다. 유병률은 20대의 10배다.
지난달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윤대 연세대 세브란스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화장실에 자주 가더라도 (변을 누는 게) 안 싸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며 “자연적으로 배출될 때까지 변비를 참고 견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비약을 먹거나 관장을 해서라도 숙변을 배출하는 게 낫다는 의미일까. 변비가 길어지는 건 혹시 대장암의 전조는 아닐까. 변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 변비처럼 설사의 경우도 지사제 등 약을 먹고 증상을 없애는 게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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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윤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잘 싸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닦기’다. 한 교수는 “깨끗하게 닦는 일에만 집착하는 건 금물”이라며 “치질이 있을 경우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수많은 이의 항문 건강을 지켜온 그가 말한 ‘닦는 법’의 핵심은 뭘까. 변을 볼 때 물티슈와 비데를 쓰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데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데, 건강에 괜찮을까. 요령 있게 쓰는 법은 뭘까. 이 밖에 한 교수는 “쾌변을 위한 최고의 자세가 따로 있다”며 ‘변기와의 승부’에서 승리할 비법을 전하기도 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수년에 한 번,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괴로운 숙제 중 하나다. 검사 주기는 ‘5년에 한 번’이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검사 주기가 너무 길다’며 불안해하는 이도 많다. 또 반대로 “10~15년에 한 번이면 족하다”는 연구 결과나 언론 보도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적절한 대장내시경 검사 주기는 몇 년일까. 한 교수는 “상황에 따라 2~3년에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어떤 경우일까. 내시경 검사 결과 용종이 발견돼 암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특성을 가진 용종이 암으로 발전할까. 한 교수는 “용종이 없었던 환자가 대장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
목차
1. 나올 때까지 견뎌라? 변비에 도움되는 음식 다섯 가지
2. 관장 다이어트? 관장 자주 하면 위험한 진짜 이유
3. “치질엔 닦기 집착 말라” 물티슈와 비데, 올바른 사용법은
4. “닦는 방향 중요” 쾌변을 위한 최고의 자세는
5. 대장내시경 꼭 5년에 한 번? “2~3년에 한 번 필요한 경우는…”
6. 용종 없었는데 대장암 생기는 두 가지 이유
나올 때까지 견뎌라? 변비에 도움 되는 음식 다섯 가지
잘 싸는 게 중요하다. 많이 싸도 괜찮나.
가끔 환자 분 중에 “많이 싸도 괜찮나요? 설사는 아닌데,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서 걱정”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안 싸는 것보다 100배 낫다”고 말씀드린다. 횟수가 잦더라도 자주 변을 보는 게 변비보다 낫다.
적당한 빈도와 양은.
(배변 횟수는) 하루 한 번은 괜찮다. 2~3일에 한 번도 괜찮다. 다만 4~5일을 넘어가면 문제다. 상황에 따라 양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300~500g 사이가 좋다. 4~5덩어리 정도 나와야 한다. 대변 모양이 ‘바나나’처럼 길면 좋지만, 그것의 절반 이상은 끊기지 않고 나와야 질 좋은 변이다.
대변도 규격화돼 있던데.
대변 형태를 주관적으로 말할 수 없는데, 연구와 진료 과정에선 객관화된 기준이 필요해 만들어졌다. 타입 1~7까지 나열돼 있다. 타입 3~4 정도가 정상적인 대변 형태에 속한다.
그래픽 이경은
변비의 경우 자연적으로 배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나.
변을 제대로 못 보면 장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배 안이 지저분해지면 장을 연결할 수가 없다. 그럴 땐 배로 변을 봐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변비는 ‘자연적으로 나올 때까지’ 참고 견디면 안 된다. 어떻게든 배출해야 한다.
변비에 좋은 음식은.
대장은 체내 수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변이 장 내에 오래 머물수록 변이 ‘미라’처럼 딱딱해진다.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부드러운 변이 밀려 나온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 대변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채소, 과일이 대표적이다. 말린 자두로 만든 푸룬 주스나 차전자피도 도움이 된다. 키위나 익은 바나나, 고구마도 섭취하면 좋다.
그래픽 이경은
관장 다이어트? 관장 자주 하면 위험한 진짜 이유
설사의 경우 지사제를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설사가 물처럼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수분이 빠져서 탈수가 온다. 그럴 때 지사제를 복용하는데, 가급적 설사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복용하는 게 좋다. 설사 초기엔 독소가 장 안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일단 독소를 내보내야 한다. 초기 설사는 그래서 막을 필요가 없다. 몇 차례 지켜보고 복용하는 게 좋다.
장을 비우기 위해 일부러 관장하는 경우도 있다.
좋지 않다. 항문 위가 바로 직장이다. 관장을 통해 일시적으로 장의 볼륨을 키워 딱딱한 변을 확 밀려 나가게 하는데, 관장을 자주 하면 장의 볼륨이 늘어나는 버릇이 생긴다. 그러면 늘어난 장 크기만큼 대변이 쌓일 때까지 배변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반복적인 관장은 좋지 않다. 필요한 경우에만 하는 게 좋다.
약을 먹고 비워내는 건 괜찮나.
좋지 않다. 장을 비우면 장내 미생물도 다 빠져나간다. 새로운 환경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가끔 살을 뺀다고 관장하는 분들도 있는데, 수분만 빠져나간다. 이후에 식사하면 똑같아진다.
“치질엔 닦기 집착 말라”… 물티슈와 비데, 올바른 사용법은
항문 모양도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른가.
항문 주름이 많거나, 덜한 경우도 있다. 엉덩이골 깊이도 다르다. 골이 깊으면 닦기 힘들다. 엉덩이골 깊이는 비만과도 조금 관련이 있다.
그래픽 최수아
유독 닦는 것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항상 말씀드린다. 항문 밖은 바로 살이다. 입술과 같다. 음식이 묻었다고 입술을 열 번씩 닦지 않는다. 계속 닦으면 마찰을 일으킨다. 자극을 주고 상처가 나거나 살이 튼다. 항문에 대변이 안 묻어날 때까지 닦는 분들도 있는데, 아무리 닦아도 30분쯤 지나서 방귀 한번 끼면 위쪽에 지저분한 게 밀려 나와 속옷에 묻을 수 있다. 그렇게 닦으면 항문 주변에 상처를 내고 자칫하면 점막도 다쳐 출혈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 염증이 생겨 붓는다.
치질 등 항문 청결에 신경써야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아니다. 오히려 과하게 닦다간 튀어나온 치핵 등이 찢어져 다친다. 피가 나고 노출된 곳에 균이나 오염물질이 들어가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차라리 살살 닦는 게 안전하다. 흐르는 물로 가볍게 닦으면 좋지만, 직장에 다니거나 일상에선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물티슈가 꼭 필요한 사람도 있다.
물티슈는 대안으로 쓸 수 있지만, 깨끗하게 닦고 싶다는 욕심에 더 많이 쓰는데, 오히려 좋지 않다. 항문 주변 피부가 젖게 되고 상처가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물티슈를 쓰는 건 좋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닦는 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비데도 많이 쓴다. 문제없나.
비데를 쓰더라도 가급적이면 따듯한 물, 약한 수압, 분무형으로 쓰는 게 좋다. 수압이 세면 괄약근을 물리적으로 건드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좋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또 이걸 쏘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자극이 반복되는 건 좋지 않다. 그 외엔 사용해도 괜찮다.
“닦는 방향 중요” 쾌변 위한 최고의 자세는
닦을 때 항문 안쪽도 손가락을 넣어 닦으라는 이야기가 있다.
항문 입구만 닦다 보면 30번쯤 닦아야 할 수도 있다. 계속 묻어 나온다. 지문 있는 부위가 살짝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정도로 안쪽을 닦을 필요가 있다. 안쪽을 살짝 긁듯이 닦되, 처음 몇 번은 두루마리 휴지 4~5겹 정도로 두껍게 닦고, 휴지 두께를 줄이는 게 좋다. 처음부터 살짝 닦으면 휴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 깨끗해질 때까지 닦다 보면 화장실에서 못 나온다.
올바르게 닦는 방향은.
항문은 원형이다. 앞에서 뒤로 한쪽으로만 닦다가 ‘꽤 없어졌는데?’ 싶을 때 반대편을 닦으면 또 많이 묻어 나온다. 그러면 화가 나서 더 닦게 된다.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닦아야 한다. 여성의 경우 가능하면 ‘앞에서 뒤로’ 닦는 게 좋다. 대변 내 안 좋은 균이 질과 요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변은 내 배 속 상태를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물이다. 변을 잘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휴지로 닦고 변기에 던지기 전에 꼭 확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대변을 볼 때 좋은 자세는.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은 손가락을 넣어 항문을 넣는 직장수지검사를 반드시 한다. 검사 때 항문이 잘 노출되게끔 환자들이 옆으로 누워서 무릎을 가슴에 대고 항문을 노출하는 ‘심스(Sim’s) 자세’를 취하는데, 이 자세가 항문 노출에 좋은 자세다. 대변을 볼 때도 여기에 준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살짝 뒤꿈치를 들어서 변을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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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꼭 5년에 한 번? “2~3년에 한 번 필요한 경우는…”
대장내시경 검사 주기는 왜 5년인가.
얼마 전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없으면 10년 뒤 검사를 해도 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관련 논문도 나왔다. 사실 검사를 많이 받아도 나쁠 건 없다. 그런데도 ‘5년 주기’가 생긴 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인 결과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선종에서 암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7~10년 정도’라는 표준화된 판단이 있다. 그래서 5년 주기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나온 거고, 또 하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한 결과다. 대장내시경을 매년 할 수 없다. 준비가 힘들다. 그래서 5년 주기를 권고한다. 다만 용종이 많은 경우도 있다. 내시경 검사 1년 만에 용종이 6~10개씩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엔 검사를 자주 받는 게 좋다. 경우에 따라서 2~3년에 한 번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최소 5년에 한 번 꼭 검사받길 권한다.
‘선종’은 맨눈으로도 구분되나.
맨눈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는 족족 다 뗀다. 용종엔 일반적으로 ‘과증식성 용종’과 ‘선종’이 있다. 과증식성 용종은 증식은 하지만 실제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여러 개 있어도 떼면 괜찮다. 반면에 선종은 7~10년 사이 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용종이다. 반드시 떼야 한다. 맨눈으로 구별이 안 된다. 떼어서 현미경으로 병리학적 결과를 봐야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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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판별하는 ‘분변잠혈검사’도 있다.
내시경 검사의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부분적으로 도움은 준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을 찾는 데 일차적인 검사로 활용한다. 말 그대로 대변에 피가 있는지 현미경을 통해 확인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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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만큼 검사가 정확한가.
분변잠혈검사를 통해 대장내시경이 꼭 필요한지를 판단한다. 대장내시경이 더 정확한데도 이 검사를 첫 번째 툴(tool)로 활용하는 건, 첫째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용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검진해야 하므로 “변을 받아오세요”라고 하는 게 가장 좋다. 다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선 ‘콜로가드(Cologuard)’라는 제품을 공식적으로 써서 암 검진을 한다. 가격이 좀 나간다. 단순히 피뿐 아니라 암 관련 유전자를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엔 ‘얼리텍’이란 비슷한 제품이 있다. ‘신데칸-2(syndecan2)’라는 물질로 대장암 여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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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 검사에서 음성이면, 대장내시경 안 받아도 되나.
분변잠혈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당연히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음성일 경우에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대변에 암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설 때, 용종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 길이는 약 1.5m로 굉장히 길다. 대장 내 용종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수술을 통해 제거가 가능한지 알 수 있다.
용종 없었는데 대장암 생기는 두 가지 이유
용종이 없는데도 대장암이 생기는 경우도 있나.
얼마 전 만난 환자분의 경우 1년 반 전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대장암이 발병해 오셨다. 우선 ‘선종에서 암으로 가는 표준화된 코스’를 이탈해 시간이 단축돼 암이 생긴 경우가 있다. ‘인터벌 암(간격암·interval cancer)’이라고 하는데, 결국 암으로 진행되는 경로가 다 밝혀진 게 아니란 뜻이다. 둘째, ‘대장내시경을 완벽하게 했느냐’는 기술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장은 길다. 장이 팽팽하게 펴져 있다면 확인이 원활하다. 다만 관찰을 못 한 부분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런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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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판별하는 용종(선종)의 특징은.
선종이 변화되는 정도에 따라 저등급 이형성, 고등급 이형성 등으로 나뉜다. 선종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 또 용종을 제거했을 때 주변부 경계까지 암세포 전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관찰되는 몇 가지 병리학적 결과들로 나누어 판단한다. 또 림프절, 혈행성 전이 가능성이 보이느냐 등의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용종이 작고 잘 떼어졌다면 병원에서 별말 안 한다. 다만 용종이 크거나 떼긴 뗐지만 검사 결과상 큰 병원에 갈 수도 있다. 그럴 땐 상급병원에서 상담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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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태호 이경은 조은재 신다은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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