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리브리반트 대장암 임상 3상 추진
美 이그젝트, 대장암 혈액검사 기술 공개
국내서도 대장암 치료제·진단법 개발 ‘속도’
매년 9월은 대장암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장암의 달’이다.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높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말기에 발견돼 ‘조용한 암살자’로 불린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장암 환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속속 성과를 보였다. 새로 개발한 항암제가 대장암에 뛰어난 효과를 보였고, 혈액으로 진단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내 제약사들도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대장암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존슨앤존슨(J&J)은 지난 13~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이중항체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로 대장암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리브리반트는 지난달 유한양행(149,300원 ▲ 23,800 18.96%)의 렉라자와 함께 병용요법으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리브리반트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MET)를 동시에 목표로 한다. EGFR와 MET은 고형암의 세포 성장에 관여해 암세포가 증식하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리브리반트는 EGFR와 MET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J&J는 리브리반트를 비소세포폐암 이외의 적응증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다. J&J는 이번 ESMO에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브리반트와 화학요법 병용 임상 1b/2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시험 결과, 이전에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은 대장암 환자에게 리브리반트를 1차·2차 요법으로 투여했을 때 종양 크기가 줄거나 완전히 사라지는 비율이 49%로 나왔다. 암세포가 멈추고 다시 성장하기까지 생존 기간은 7.5개월로 기록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장암은 전 세계에서 간암·담도암에 이어 발병률 3위이고, 폐암에 이어 사망률 2위에 이르는 질병이다. 특히 한국은 WHO가 조사한 184개국 중 대장암 발생률 1위다. 대장암은 식습관과 비만, 음주가 주요 원인이고, 초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90%를 웃돈다. 하지만 환자의 60%가 증상이 없어 검사를 받지 않다가 말기가 돼서야 진단을 받는다.
대장암은 초기 진단이 중요한 만큼, ESMO에서 진단 기술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이그젝트 사이언스(Exact Sciences)는 혈액검사 기반 대장암 검사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그젝트 사이언스는 혈액에 있는 유전물질 DNA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암세포를 추적한다. 메틸화 분석은 별다른 진단법 없이 혈액 채취만으로 가능하고, 빠르게 노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최근 보건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는 기술이다.
이그젝트 사이언스는 임상시험에서 혈액 시료를 3000개 이상 분석했다. 그 결과 혈액검사로 대장암 환자를 정확히 진단해 내는 민감도는 88.3%, 진행성 전암성 병변에 대한 민감도는 31%로 나타났다. 치료가 필요 없는 종양을 악성으로 잘못 진단하는 비율은 9.9%에 그쳤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에스티팜(116,000원 ▲ 6,500 5.94%)이 먹는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바스로파립의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바스로파립은 암세포 분열과 성장에 관여하는 텐키라제 효소를 줄여 암세포 증식을 막는 약물이다. 에스티팜은 ESMO에서 포스터 발표를 통해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국내 연구진도 혈액에서 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 대장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정확도 96% 수준으로 암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정상 유전자의 형광 신호를 억제하고, 암 돌연변이 유전자의 형광 신호만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재료연 연구진은 대장암과 유방암, 췌장암으로 진단 기술을 확장하고 기술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참고 자료
Small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002/smsc.202400101
송복규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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