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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만 된다니, 차별 아니오" 올해 가장 웃긴 반려동물 사진

해암도 2024. 6. 7. 17:52

[사이언스샷] 英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수상작 발표

 
 

영국에 사는 강아지 헥터는 고양이가 하는 것을 보고 한 번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문만 통과하면 된다고 봤는데, 작은 고양이 출입문에 그만 머리가 끼고 말았다. 순간 고양이만 지나가고 개는 안 되면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Comedy Pet Photo Award)’은 “영국의 사라 하스켈(Sarah Haskell)이 찍은 반려견 사진 ‘냥이만 되나요(원제 Not just for cats!)’가 올해 세상에서 가장 웃긴 반려동물 사진으로 뽑혔다”고 6일(현지 시각) 밝혔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대상, 반려견 부문상 Sarah Haskell '냥이만 되나요'/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고양이에게 넘어간 강아지

“헥터는 고양이를 따라 나왔는데 온 길을 되돌아 나오기 전까지는 여기까지만 왔어요. 머리는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헥터 사진을 찍은 사라 하스켈은 “고양이가 출입문을 지나가는 게 너무 쉽게 보였는데 헥터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상상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 열린 이 대회는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의 자매 대회이다. 2018년 영국의 사진작가 폴 조인슨-힉스(Paul Joynson-Hicks)와 톰 설람(Tom Sullam)은 야생동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위안을 주는 동시에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관한 관심을 높이려고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을 시작했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반려묘 부문상 Kenichi Morinaga '함정에 빠진 고양이'/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은 동물 보호의 범위를 반려동물로 확대했다. 폴 조인슨-힉스와 톰 설람은 반려동물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긍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동물 복지에 대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이 상을 만들었다.

하스켈은 학창 시절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반려동물 사진, 특히 개 사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헥터는 대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견”이라며 “사진을 찍을 때 이렇게 표현력이 풍부하고 영리하며 종종 웃긴 캐릭터는 사람을 웃을 수밖에 없게 한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자는 대상 트로피와 상금 500파운드(한화 약 88만원), 부상인 카메라 가방을 받는다. 하스켈은 “상금을 받으면 고양이 출입문을 좀 더 크게 하고 카메라 장비를 사겠다”고 농담했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Atsuyuki Ohshima '부뚜막에 오른 고양이'/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벽을 뚫고 들어간 고양이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은 부문별 수상작도 발표했다. 사라 하스켈은 대상과 함께 반려견 부문상도 받았다. 반려묘 부문상은 일본의 모리나가 겐니치가 찍은 ‘함정에 빠진 고양이’에게 돌아갔다. 모리나가는 담벼락에 난 구멍으로 몸을 넣은 모습이 마치 게임 속 함정에 빠진 슈퍼 마리오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에는 유독 일본 작가들의 고양이 사진이 많이 선정됐다. 일본인은 반려동물 중에서도 고양이를 특히 좋아한다. 지난 2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에서 한 해 고양이와 관련해 지출되는 금액이 약 2조4941억엔(약 21조8766억원)에 달한다는 간사이대 조사 결과를 보도했을 정도다.

올해 대회 인기상은 일본의 오노 가주토시가 찍은 ‘타잔’이 받았다. 고양이가 노란 끈을 입에 물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밀림에서 타잔이 덩굴을 잡고 공중을 누비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인기상 Kazutoshi Ono '타잔이냥'/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고양이 부문상을 받은 모리나가는 고양이 두 마리가 비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우수상도 받았다. 제목은 ‘비밀인데, 나한테 들었다고 하지마(원제 You didn’t hear this from me)’라고 붙였다. 일본의 오시마 아추유키는 ‘부뚜막에 오른 고양이(원제 Kitty bin the kitchen)’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고양이가 대범하게 부엌에서 큰 대접 안에 들어가 쉬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의 엠마 비어즈모어는 ‘코로나 감시냥(원제 Nosey Neighbours)’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봉쇄됐던 시기에 고양이 두 마리가 마치 미어캣처럼 서서 옆집을 보는 모습이 마치 방역 규정을 어기는지 감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Kenichi Morinaga '비밀인데, 나한테 들었다고 하지 마'/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쿵푸 팬더 아니고 쿵푸 도그

개들도 고양이 못지않게 웃긴 모습을 연출했다. 스위스의 실비아 미셸은 반려견 라스타가 눈 속에 몸을 숨기고 귀만 나온 모습을 찍고 ‘잠복 중(원제 Peek a boo)’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사진은 우수상을 받았다.

미셸은 눈밭에서 찍은 반려견 사진으로 우수상을 더 받았다. 자신을 따라오던 반려견에게 눈덩이를 던졌을 때 공중으로 도약한 모습이 마치 무술을 하는 듯했다고 ‘쿵푸 파이터(원제 Everybody was Kung Fu fighting)’라는 제목을 붙였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Sylvia Michel '쿵푸 파이터'/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독일의 베라 파우펠은 점프를 좋아하는 반려견을 찍은 사진에 ‘댄싱 퀸’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사진도 우수상을 받았다. 아일랜드의 줄리 스미스도 점프 선수인 푸들을 찍은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마치 하늘을 나는 듯 하다고 ‘난 날 수 있어(I believe I can fly)’란 제목을 붙였다.

브라질의 루이자 히베이루는 5살짜리 요크셔테리어 닉 배리가 심술난 표정을 찍은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미국의 다리야 젤렌소바는 구조견 루도 폰 리켄페이스와 보호자 데이비드를 찍은 사진으로 주인과 가장 닮은 반려동물 부문상을 받았다. 둘 다 같이 뽀글이 파마를 한 듯 헤어스타일이 닮았다. 젤렌소바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출신이다. 지난해 대회에서 페럿 사진으로 기타동물 부문상을 받은 바 있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주인과 가장 닮은 반려동물 부문상 Darya Zelentsova '우리는 뽀글이 멋쟁이'/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피곤한 당나귀와 깜짝 놀란 말

개와 고양이 말고도 재미있는 포즈를 취한 동물이 많았다. 영국의 샤를롯 키친은 당나쥐 벤가 하품을 하는 모습을 찍고 ‘개피곤 당나귀(Tired donkey)’란 제목을 붙였다. 이 사진은 청소년 부문상을 받았다.

미국의 데비 토머스는 말이 우아하게 도약한 순간을 찍은 ‘공중 부양’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원제는 ‘쥐를 본 것 같아요(I think I saw a mouse!)’라고 붙였다. 훈련 과정이 아니라 쥐를 보고 놀라서 펄쩍 뛰었다고 놀린 것이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청소년년 부문상 Charlotte Kitchen '개피곤 당나귀'/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영국의 조너선 캐시는 거북이 에드거가 꽃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 ‘꽃 맛 좀 아는 거북(원제 The New Rose)’으로 기타동물 부문상을 받았다. 에드거는 철마다 꽃을 즐긴다. 봄에는 민들레, 여름에는 금어초를 좋아하고, 사진을 찍은 9월에는 장미를 통째로 먹었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단은 TV 진행자이자 작가, 환경 보호론자이자 동물 애호가인 케이트 험블, 전문 사진작가이자 자연 애호가인 제라드 게팅스와 그의 아들 자비스 게팅스, 수의사이자 동물 복지 운동가인 엠마 밀른, 전문 반려동물 사진작가이자 전 대회 수상자인 엘케 보겔상로 구성됐다.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측은 올해는 청소년 부문 출품작이 어느 해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창립자 두 명과 함께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운영자인 미셸 우드는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반려동물은 우리 삶에서 의미 있고 기쁨과 때로는 큰 웃음의 원천이 되는 유일한 상수”라며 ”할 수만 있다면 매일 대회를 열고 같이 크게 웃고 싶다”고 밝혔다.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Julie-Smith '난 날 수 있어'/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Sylvia Michela '잠복 중'/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Emma Beardsmore '코로나 감시냥'/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Luiza Ribeiro de Oliveira '심술쟁이 강아지'/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말 부문상 Debby Thomas '공중 부양'/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우수상 Vera Faupel '댄싱퀸'/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2024 웃긴 반려동물 사진전 기타동물 부문상 Jonathan Casey '꽃 맛 좀 아는 거북'/The Comedy Pet Photography Awards 2024

 

조선비즈 = 이영완 기자    입력 2024.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