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韓 비타민D 토마토, ‘종자 공룡’ 바이엘이 전 세계에 판다

해암도 2024. 5. 28. 19:48

 "매년 수백억 로열티 받는다" 초대박 터진 韓 채소

지플러스생명과학, 바이엘과 유전자 교정 기술 이전
토마토의 비타민D가 유지되도록 유전자 교정
공동 연구로 상용화 후 판매액 대비 로열티 받기로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있는 온실에서 비타민D 토마토를 소개하고 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일반적인 토마토에는 없는 비타민을 함유한 새로운 종자를 개발했다./이병철 기자

유전자 교정 전문 기업인 지플러스생명과학이 글로벌 종자회사인 바이엘AG에 비타민D가 함유된 토마토 품종 기술을 이전한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바이엘AG가 비타민D 토마토 종자를 판매할 때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이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플러스생명과학과 바이엘AG는 유전자 교정 종자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바이엘AG는 이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막한 세계 종자 회의(World Seed Congress)에서 지플러스생명과학과의 기술 이전 계약 체결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바이엘AG의 채소 관련 연구개발(R&D) 책임자인 JD 로소(JD Rossouw)는 공개 서한에서 “바이엘AG는 아무도 굶주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은 지플러스생명과학의 유전자 편집 기술과 바이엘의 독점적인 토마토 품종을 활용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유소년기에는 뼈가 약해지고 성인은 골다공증·고혈압·당뇨병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구루병은 전 세계에서 10억명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이 만든 비타민D가 함유된 토마토의 모습./지플러스생명과학
 

문제는 비타민D 섭취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토마토에서 비타민D의 재료인 프로비타민D가 만들어지면 곧 콜레스테롤로 바뀐다. 우리가 토마토를 먹어도 비타민D를 얻기 어려운 이유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프로비타민D가 콜레스테롤로 바뀌는 경로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원하는 유전자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효소 복합체이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프로비타민D를 콜레스테롤로 바꾸는 토마토의 유전자를 잘라냈다.

 

최성화 지플러스생명과학 대표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토마토에 비타민D를 축적시킬 수 있었다”며 “전 세계에서 비타민D를 함유한 유일한 채소를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타민 D 토마토는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영양제에 들어가는 비타민 D는 대부분 양털 지방으로 만든다. 이끼에서 추출한 비타민 D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토마토라면 채식에도 문제가 없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작물은 유전자 변형 작물(GMO)과 달리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GMO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종자에 넣어서 새로운 특성을 갖게 만드는 기술인데, 자연에서는 보기 어려운 서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를 섞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반면 유전자 교정 작물(GEO)는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지 않고 자체 유전자로 교정한다는 점에서 GMO와 다르다.

그래픽=정서희
 

지플러스생명과학과 바이엘AG는 앞으로 4년 동안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바이엘AG가 가지고 있는 토마토 품종에 지플러스생명과학의 비타민D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접목해 실제 종자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된다. 공동 연구에 들어가는 R&D 비용은 바이엘AG가 댄다.

 

최성화 대표는 “전 세계 각지에서 자라는 토마토 품종이 저마다 다른데, 이 많은 품종에 우리가 가진 비타민D 유전자 교정 기술을 하나하나 다 적용해야 된다”며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이걸 대량으로 판매하기 위한 종자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이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이 글로벌 종자 회사인 바이엘AG와 함께 비타민D 토마토 상용화에 나서면서 빠르면 4년 뒤에는 비타민D 영양제가 필요없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원천 기술을 가진 한국에서는 비타민D 토마토를 맛보기 힘들 수도 있다. 한국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규제로 비타민D 토마토 같은 GEO까지 GMO로 묶어서 판매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GEO를 GMO와 별개로 보고 규제하지 않는데 한국만 갈라파고스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성화 대표는 “우리가 활용한 유전자교정 기술은 2015년 국내 과학자들이 다른 나라에 앞서 발표한 것”이라며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비타민D 토마토를 소비자에게 팔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규제를 개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