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복잡한 독일어 사용자
뇌 좌반구에서 연결성 강화
문맥 따라 발음 다른 아랍어 쓰면
좌반구·우반구 간 연결성 강해져
어떤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 구조까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막스플랑크 인간 인지 및 뇌 과학 연구소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신경영상(Neurolmage)’에 실린 논문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뇌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랍어와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아랍어 실험 참가자들은 최근 독일에 온 난민으로 아직 독일어를 하지 못하고, 독일어 사용자들은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였다. 두 그룹 모두 독일어와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집단인 셈이다. 연구진은 두 언어 자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데 주목했다. 독일어는 아랍어보다 문법이나 통사적 구조가 복잡한 반면, 아랍어의 의미와 발음은 문맥에 따라 달라진다. 또 글을 쓰는 방식도 독일어는 왼쪽에서 오른쪽이지만, 아랍어는 반대이다.
연구진은 독일어와 아랍어 사용자의 두뇌 언어 회로가 연결되는 차이를 살피기 위해 ‘확산 강조 자기공명영상(MRI)’이라고 불리는 MRI 기법을 이용해 뇌의 백색질을 관찰했다. 언어는 주로 좌뇌와 연결된 언어 회로에 의해 처리되고 생산되기 때문에 두 언어의 실험 참가자 모두 우반구보다 좌반구의 언어 회로에서 더 큰 연결성을 보였다. 하지만 독일어 사용자는 아랍어 사용자보다 좌반구에서의 연결성이 더욱 강했다. 반면 아랍어 사용자는 좌반구와 우반구 간의 연결성이 더욱 강했다.
연구진은 두 언어 사용자들의 연결 차이를 언어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했다. 아랍어는 어근이 복잡하기 때문에 소리와 단어 분석을 하기 위해 우반구 뇌 기능이 추가 작업을 하면서 연결이 강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순서 때문에 뇌의 좌우간 연결이 더 강화됐을 것으로 봤다.
반면 독일어는 복잡하고 유연한 어순을 갖고 있어서 단어 순서를 분석하는데 쓰이는 좌반구의 연결 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안완더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뇌의 발달, 특히 인지 처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에 모국어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며 “뇌 구조의 후천적인 변화와 관련된 이번 연구의 결과가 신경 재활 치료와 같은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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