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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생쥐에게 간 분비 FGF21 호르몬 투여
의식 찾고 몸 가누기까지 2배나 빨라져
마신 술이 다 분해되지 않아도 약만 먹으면 바로 만취 상태에서 깰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물실험에서 알코올에 의식을 잃었다가 두 배나 빨리 깨어나게 하는 호르몬이 발견된 것이다. 사람에서도 같은 효능이 확인되면 급성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병원의 스티븐 클리워 교수 연구진은 8일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알코올에 취한 생쥐가 더 빨리 의식을 회복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호르몬 주사로 의식 회복 빨라져
간은 술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장기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 FGF)21′이 술을 빨리 깨게도 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알아냈다.
FGF21은 굶거나 단백질이 부족할 때, 또는 당분이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분비된다. 사람은 알코올 섭취 때 가장 많이 분비된다. 앞서 연구에서 FGF21은 알코올 섭취를 억제하고 물을 마시도록 유도해 탈수와 간 손상을 방지한다고 알려졌다.
클리워 교수 연구진은 FGF21 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가 알코올을 섭취하면 다른 생쥐보다 만취 상태에서 깨어나는 데 두 배나 더 걸리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FGF21 호르몬이 술에서 깨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반 생쥐에게 취할 정도의 알코올을 먹이고 FGF21 호르몬을 추가로 투여했다. 그러자 의식을 찾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있게 되는 시간이 다른 생쥐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FGF21 호르몬이 술 깨는 특효약인 셈이다.
◇뇌 신경신호 늘려 급성 중독 상태서 벗어나
클리워 교수는 “간이 알코올 분해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밝힌 것은 간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뇌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완전히 새로운 경로”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간에서 분비된 FGF21 호르몬은 무조건반사 중추인 중뇌의 청반(靑斑)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을 분비시킨다. 청반은 의식을 유지하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관장한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 의식을 잃지 않도록 한다. 클리워 교수 연구진은 이 과정이 FGF21 호르몬에 의해서도 유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마취제인 케타민(ketamine)을 주사했을 때는 FGF21 호르몬을 투여해도 깨어나는 시간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호르몬은 전적으로 알코올 중독에만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사람에서도 FGF21 호르몬이 같은 효능을 보인다면 급성 알코올 중독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일단 FGF21 호르몬을 주사해 빨리 의식을 차리게 할 수 있다. 그러면 환자가 의사 질문에 답할 수 있어 치료가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조선비즈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3.03.09
참고자료
Cell Metabolism, DOI: https://doi.org/10.1016/j.cmet.2023.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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