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상식

"하늘 왜 파란 거야?" 묻는 아이…스탠퍼드대 교수 의외의 대답

해암도 2022. 6. 7. 08:20

 아이의 질문을 기록하세요. 그리고 관찰해보세요. 질문을 보면 아이의 숨겨진 역량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어떻게 해야 질문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이에게 좋은 질문을 끌어내려면 우선 아이의 관심사부터 파악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는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며 “생각을 주입하지 말고,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유도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31일 줌으로 만난 폴 김 스텐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질문 잘 하는 아이를 키우려면 아이의 질문을 잘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사진=한빛비즈]

폴 김 부학장은 질문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하위 1% 그룹 학생이었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공학과 교육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게 도와주는 교수가 됐다. 공부 못한다고 주눅 든 아이를 보면 동병상련을 느껴서란다. 숨겨진 역량을 발견해 줄 코치가 옆에 있다면 누구든 자신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도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며 배우고 있다. 배움의 과정에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을 모아 『다시, 배우다』도 썼다. 그는 “누구나 변화를 꿈꾸며, 변화는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가 질문 안에 아이의 역량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아이의 질문과 역량,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거꾸로 질문을 드려볼게요. 아이들은 언제 질문할까요?  
궁금할 때겠죠? 
질문이 생긴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겁니다. 관심이 생기면 궁금하고, 알고 싶고, 자꾸 생각나죠. 질문은 아이의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질문이 아이의 역량을 개발할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가 오늘 하루 무슨 질문을 했나 들여다보라고 하는 건 그래서죠.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우선 아이의 질문을 기록하세요. ‘질문 일기’를 써보는 겁니다. 아이가 오늘 하루 어떤 질문 했는지, 몇 개의 질문을 했는지요. 질문을 보면 아이의 관심과 생각의 패턴을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의 관심사를 연결해 보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주로 동물에 연관된 질문을 한다. 그런데 질문의 어휘력이 남다르다. 그럼 그 두 가지를 연결해서 ‘동물 언어학’이라는 키워드를 만드는 겁니다. 그럼 아이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겠죠. “동물들은 평소에 무슨 말을 할까?” 장기적으로 보면 동물의 언어학, 동물 신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까지 개척할 수 있고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질문 속에서 숨어 있는 생각을 끌어내야 하거든요. 그걸 부모가 도와줘야 합니다.
질문이 없는 아이들도 있어요. 입을 꾹 다물고 있죠. 이런 아이들은 호기심이 없는 걸까요?   
질문 없는 아이는 없습니다. 묻고 싶지만, 못할 뿐이에요. 환경이 생각할 힘을 억압하고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제가 살아있는 증거잖아요(웃음). 학창시절 저는 궁금한 게 많았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질문을 못 했어요. 물어보면 맞았거든요. 질문하기가 두려워서 늘 입을 다물고 앉아만 있었죠. 그런데 집에 오면 돌변해요. 부모님이 독립적으로 키우셨거든요.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보고, 결정하게 하셨어요. 자율적으로 생각하면서 성장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질문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드셨으면 해요. 거창한 게 아니에요. 아이가 학교에서 오면 “오늘 뭐 했어?”라고 묻기보다 “오늘은 무슨 질문 했어?”라고 물어본다거나 아이 스스로 하루 계획표를 짜게 하는 거예요. 스스로 해 본 경험을 통해 주체적으로 생각할 힘을 길러주라는 겁니다.   

폴 김 부학장은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오지에 물자를 실어나르기 위해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한빛비즈]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여행이나 캠핑 같은 체험 학습을 시키라는 말로 들려요. 부담되는 게 사실입니다.   
경험이라는 게 반드시 특별한 장소에서 몸으로 체험해보라는 게 아닙니다. 질문을 떠올릴 경험을 늘리라는 얘기입니다. 종이 한 장으로도 가능해요. ‘종이는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하얀색이 됐을까?’ ‘물에 젖지 않는 종이는 어떻게 만들까?’ 등 아이와 앉아서 수십 가지의 과학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 이게 경험이에요. 
부모가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아이는 공짜로 크지 않습니다. 질문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아이한테 관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돈 주고 맡긴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학원에서 아이가 어디에 관심을 보였는지, 어떤 질문을 했는지 모르죠. 기억하세요, 부모가 귀찮아할 수록 좋은 질문은 나올 수 없습니다.  

질문에도 급이 있다

폴 김 교수는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국경 없는 교육’을 실천하는 교육자로 유명하다.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등 개발도상국 400만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마일(SMILE)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주자는 게 그의 목표다. 폴 김 교수는 “학생의 질문을 통해 배움의 수준과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라며 “수준 높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일(SMILE)’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의 약자예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프로그램인데요. 아이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공유하고, 풀어보고, 질문을 서로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으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산수 문제를 만들라’고 과제를 줍니다. 그러면 각자 질문을 만들어 기기에 입력해요. 학생이 30명이면 질문 30개가 생기죠. 아이들은 서로의 질문에 답을 찾은 뒤 질문을 평가합니다. 이 친구 질문은 5점, 저 친구 질문은 3점 이런 식으로요. 

스마일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탄자이나 학생들. 아이들이 폴 김 부학장이 개발한 '스마일 플러그'라는 기기를 이용해 질문을 공유, 평가하고 있다. [폴 김 교수 제공]

질문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나요?  
얼마나 새로운 생각을 떠오르게 하였느냐에 달렸어요. 좋은 질문을 구별하려면 우선 미국의 교육 심리학자 벤자민 블룸의 사고 체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블룸은 우리의 사고 과정을 기억→이해→응용→분석→평가→창조 단계로 나눴어요. 이에 근거해 질문의 수준도 나뉩니다. 암기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은 가장 낮은 수준이에요. 흔히 단답형이라고 부르죠. 그다음 2단계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 3단계는 새로운 지식이나 환경을 적용해 생각하게 하는 질문, 4단계는 또 다른 범주의 개념과 비교 분석해 차이점을 찾게 하는 질문, 5단계는 주어진 정보를 기준으로 어떤 현상을 평가하게 하는 질문으로 구분하죠.
그럼 마지막 최상위 질문은 어떤 질문인가요?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질문이에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인가?’가 1단계 하위 질문이라면 ‘새 대통령의 임기 5년 뒤 한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는 최상위 질문입니다. SMILE 프로젝트가 추구한 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질문을 끌어내고 그 질문에 대한 해결책과 방안을 생각하게 하는 거였어요. 실제 에티오피아에서 이 수업을 6개월 동안 해봤더니 아이들의 질문이 점점 향상돼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한 해는?’이라는 단답형 질문을 하던 아이가 6개월 뒤 ‘에티오피아 여성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만들어요.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아이가, 정보를 이해·응용·분석·평가해서 창조하는 단계에 다다른 거예요.   
수준 높은 질문을 하기까지 어떤 연습을 한 건가요?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질문을 까다롭게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SMILE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객관식 선택형 질문을 만들라고 했는데요. 선택지를 만들 때 단답형의 확실한 답이 아니라 복수의 답을 만들게 했어요. 답인 것 같으면서 답이 아니고, 답이 아니지만, 답 같은 것들을 선택지로 넣으라 했죠. 질문과 답을 자꾸 유추하다 보면 주어진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비교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예요. 무엇보다 그 안에서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는 능력도 자라고요.

코스타리카에서 모바일 교육 중인 폴 김 스텐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사진=한빛비즈]

연결성이요?
조합을 통해 새로운 걸 창조하는 거예요. 질문하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결성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이런 식으로요. 더 나아가 새로운 직업도 만들어 낼 수 있는데요. 역량 하나를 'n'이라고 해볼게요. 배움을 통해 두 가지 n을 섭렵했다고 해서 2n이 되는 게 아니에요. n 제곱이 돼요. 역량끼리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내는 거예요. 결국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은 4차산업시대의 핵심이 될 거예요. 미래에는 현재의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계속 생겨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때 질문하고, 조합할 줄 알면 미래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핵심 역량을 갖추게 되는 거죠.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해라  

창의적 질문을 할 줄 알면 연결할 줄 알고, 연결할 줄 알아야 창조와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이 폴 김 교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질문하는 습관부터 형성해야 한다. 폴 김 교수는 “어려워할 것 없다”고 했다. 그저 “부모부터 질문에 익숙해지라”고 했다.

질문은커녕 어떻게 답해줘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이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정답을 말해야한다는 부담부터 내려놓으세요. 아이가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라고 물으면 대답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되물으세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요.
그다음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주고받는 겁니다. 아이의 질문에 계속 질문으로 답해주는 거예요. 이게 바로 ‘코칭’입니다. 아이의 질문에 과학적 지식으로 답해주는 건,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티칭’이에요. 정보를 주입하는 거죠. 질문을 던지는 건 생각을 유도하는 거예요. 잘 가르치는 교사는 질문도,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같이 생각해 볼까?”가 전부예요. 학생이 묻고, 학생이 답하고, 학생이 서로 평가하게 ‘브레인스토밍 파트너’가 되어 주면 됩니다.

폴 김 교수가 탄자니아에서 '스마일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됐다. [사진=한빛비즈]

하지만 막상 아이가 질문을 던지면 막막해요. 빨리 답을 줘야 할 것 같아요.
질문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질문 잘 안 했잖아요. 그저 대학 하나만 바라보며 외우기 급급했죠. 그 틀을 깨야 해요.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한 세 가지 게임을 제안할게요. ‘업앤다운(Up&Down)’, ‘왜냐하면(Because)’, ‘만약에(IF)’ 게임이에요. 업앤다운 게임부터 설명하죠.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아이가 먼저 올라가거나 늘어나는 상황을 이야기 하면, 부모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려가거나 줄어드는 상황을 제시하는 거예요. ‘성적이 올랐다 → 공부하라는 소리가 줄어든다 → 내(아이) 기분은 좋아진다 → 엄마의 걱정은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요. 다음은 ‘왜냐하면(Because)’ 게임이에요. 앞사람이 한 말에 대한 근거를 뒷사람이 말하는 거예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어 → 왜냐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협적으로 느껴서야 → 왜냐하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의 유럽 내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야 → 왜냐하면 입지가 줄어들면~’, 이런 식으로요. 
‘만약에(IF)’ 게임은 뭔가요? 
말 그대로 상상이에요. ‘만약에 학교에 못 간다면 어떨까? → 친구들이 보고 싶을 거야 → 만약에 친구들을 영영 못 만난다면 어떨까? → 외로울 거야 → 만약에 외롭지 않으려고 매일 채팅만 하면 어떨까?’.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하면 주제를 분석할 시간이 많아져요. 분석적 사고는 창의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준 높은 질문도 수월해지고요. 이런 게임을 통해서 아이들이 생각을 이어가고, 끊임없이 묻게 하는 액셀러레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건 부모도 아이와 함께 똑같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라는 겁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 성찰 질문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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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질문이요?
부모 스스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항상 체크하셔야 해요. 아이를 키우는데 완벽한 조건과 환경은 없습니다. 돈과 명예도 관련이 없고요. 그렇다면 아이의 성장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부장적이지는 않은지, 아이 스케줄을 쥐락펴락하는 헬리콥터 맘은 아닌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판단할 기회를 줬는지 등등 자신에게 물어보셔야 합니다. 내가 어떤 성향의 부모인지 그걸 관찰하지 않고서는 아이를 코치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는 아이든, 어른이든 ‘내가 올바른 위치에 있느냐(Am I at the right place)’를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지금보다 한발 더 나아가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목표와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폴 김 교수는 “아이가 질문이 많다면 복 받은 거고, 황당한 질문을 한다면 아이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질문은 귀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부모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약에 앞으로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딱 3년뿐이라면, 무엇을 가르칠 건가요? 내 아이만의 엄청난 역량 3가지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경험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게 할 건가요?   

바쁜 당신을 위한 세 줄 요약
· 아이의 질문 일기를 써보세요. 오늘 하루 아이가 무슨 질문을, 몇 개 했는지 기록하는 겁니다. 질문을 보면 아이의 관심과 생각의 패턴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아이의 역량을 관찰해 키워주세요.
· 수준 높은 질문을 유도해 주세요. 학습 후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보게 하세요.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의 하위 질문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위 질문이면 좋습니다. 생각을 유추하게 하는 질문을 만들다보면 아이의 사고도 유연해집니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답해주세요. 부모도 질문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아이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똑같이 질문으로 받아치세요. 질문 습관을 들이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질문 게임을 추천합니다.
 
 
 

이민정기자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