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염색하면 암 걸린다? 이 정도 기간 주면 괜찮다

해암도 2021. 9. 9. 11:10

                                       일러스트=김도원

 

 

나이가 들어 머리카락이 은발로 변하면, 다들 젊게 보이려고 염색들을 한다.

 

간혹 백발로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성이냐?고 물어보면, “염색하면 암 걸린다고 해서 안 한다”고 답하는 이가 꽤 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 염색과 암 발생을 놓고 논쟁이 이어져 왔다. ‘dye or die’ 염색하느냐 죽느냐 식으로 깜짝 놀랄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염모제는 화학반응을 거쳐 모발에 침착된다. 암 발생 위험 이슈가 되는 건 모발에 침착된 염모 성분이 오래가는 반영구 이상 염색이다. 반영구 효과를 내기 위해 넣은 방향족 아민 등 화학물질이 피부 접촉이나 연기 흡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용사처럼 매일 오랜 기간 염모제에 노출된 사람은 방광암 발생 위험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가정용 염모제를 쓰거나 가끔 염색하는 경우도 암 발생률이 높아지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가 나왔지만,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노출 정도, 염색 유형, 관찰 기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미국 하버드의대가 ‘개인 염색자’와 암 관련 사망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연구 논문을 영국의학협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76년부터 36년 동안 수집된 간호사 건강 연구에 등록한 여성 11만7200명을 대상으로 염색 빈도 데이터를 모은 후 무염색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개인 염색자’는 전반적으로 암 발생률이나 사망 위험이 더 높지 않았다. 다만 염모제 사용 기간이 긴 경우, 피부암⋅유방암⋅난소암 발생 위험이 다소 높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암학회도 가정용 염모제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당신은 염색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가정에서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염색은 하겠다고 답하겠다. 그래도 주의할 것은 있다.

 

염모제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볼 필요는 있다. 장갑을 끼고 하고, 염모제가 두피에 닿지 않게 하라. 사용 후 물로 두피를 충분히 헹궈줘라. 눈썹이나 속눈썹 염색에는 쓰지 마라. 요즘은 독한 아민 화학물질을 염모제에 쓰지 않는다. 그래도 신경 쓰이면 염색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않지만 식물성 성분을 쓰시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