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오늘 처음으로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졌다. 낮의 평균 기온이 섭씨 5도 이하로 떨어진 날씨가 지속되면 실제적으로 겨울철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날씨가 추워져서 감기에 걸렸다."는 분들을 진료실에서 종종 본다. 정말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에 더 잘 걸리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
감기가 주로 추운 날씨에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기와 추운 날씨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다시 말해 추운 날씨에 바깥에 나간다고 해서 감기에 더 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실내 활동이 많아진다. 이때 감기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실내에 들어올 경우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옮겨가기 쉽기 때문에 겨울에 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감기는 코에서 기관지에 이르기까지의 상부 호흡기계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으로 아마도 인간세상에서 가장 흔한 질병일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가장 흔한 경로는 악수 등을 통해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이 묻은 피부와 직접 접촉할 때다. 또 환자의 손이 닿은 책상이나 문, 손잡이, 텔레비젼 리모컨 등을 잡은 손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거나 코, 입을 만질 때도 생긴다.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는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기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에 분출되는 호흡기 분비물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런하는 사람 700명의 61%가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 감기에 걸리는 회수가 줄었으며 오직 4%만이 더 많이 걸린다고 했다. 또 12년 이상 달리기를 하고 있는 170명의 연구에서는 90%가 거의 아프지 않다고 했다. 일주일에 5일을 12-15주간 한번에 35~45분씩 속보로 걷는 여자들은 감기를 앓더라도 운동하지 않는 여자들이 앓는 기간의 약 반이었다.
1987년 LA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2,311명의 마라토너들 중에서 7명 중 1명꼴로 대회 후 첫 주에 감기에 걸렸는데, 이는 마라톤 훈련은 했으나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은 사람이 감기에 걸린 수보다 5배나 많았다. 즉 심한 피로가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대회전 2개월 동안 주당 90km 이상 달린 사람들이 주당 30km 이하를 달린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배나 높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는 것은 대부분 과훈련에 의한 피로누적이 직접 원인이다. 마라톤 주자들의 면역계는 달린 후 6~9시간까지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으며 이때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취약시기이다.
어른은 매년 평균 2∼3차례, 어린이는 5∼6차례 감기에 걸리며 특히 요즘처럼 10도가 넘는 일교차와 차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의사들은 우스갯소리로 “감기는 약을 복용하면 1주일 만에 낫고, 안먹어도 7일 뒤에는 저절로 낫는다”고 말한다. 견딜 만하면 감기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란 뜻이다.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는 리보바이러스를 비롯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200여 가지고 이에 대한 특효약도 없다. 종합감기약이라고 해서 치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쉬어야 하고 견디기 괴로울 정도의 증세가 있을 때는 해당 증세에 대한 약을 복용하거나 흡입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쉬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한다. 몸에서 열이 나면 수분이 증발되므로 물을 마시면 탈수 현상을 막을 수 있고 가래를 몸에서 빼주는 역할도 한다. 코감기가 심할 때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를 사서 한쪽 코를 막은 채 다른 코로 들이마신 다음 코 뒤로 넘겨 입으로 내뱉는 것을 되풀이하면 증세가 누그러진다. 어린이들은 감기 뒤 중이염이 생기기 쉬운데 코를 막고 귀가 멍멍해질 때까지 코로 숨을 내쉬는 시늉을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감기 증상이 심할 때는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약을 처방받는데 복합 제제보다는 단일 제제를 처방받도록 한다. 감기약 중 일부에는 뇌출혈 위험 논란이 있는 페널프로판놀아민(PPA)가 함유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험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에서는 위험성 때문에 판매되지 않고 있으므로 가급적 이들 약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도 2004년 8월부터 코리투살시럽·화콜에프캅셀·지미코정, 콘택 600 등 PPA 함유 약품 160여 종의 제조와 판매가 중단됐다.
감기로 열이 나고 두통이 생기면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데 아스피린은 위출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간 독성, 이부프로펜은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 코감기에는 주로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되는데, 졸음이 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운전하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기침약의 항히스타민 및 에페드린 성분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증세를 악화시키므로 소변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 코데인 성분은 중독성이 있고, 덱스트로메트로판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눈동자가 풀리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며, 목이 마르고 무엇인가가 목에 걸려 있는 듯한 증상을 겪게 된다. 또 위장 장애, 혈압 상승, 고열 등의 부작용도 있다.
또 의약분업 실시 뒤 감기약도 반드시 병의원에서 처방받아야 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상당수는 일반의약품이므로 곧바로 약국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성분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작용 없이 100% 안전한 약은 없으며 특히 아이들에게는 약을 가리고 또 가려 먹여야 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세 미만의 아기에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감기약을 복용시키라고 권고했다.
예방을 위해선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무작정 추위를 피해 밀폐된 실내에 있는 것보다는 적절한 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주고 습도를 유지하고, 잘 때에는 가습기를 튼 상태에서 바람이 들어올락 말락 하는 정도로 창문을 열어놓는 것이 좋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폴링 박사는 하루 비타민C를 1000㎎ 이상 복용하면 감기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의학계에서는 아직 인정되지 않는 이론이다. 비타민C 과다 복용은 설사, 요로결석 등을 일으키므로 남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감기는 땀을 내야 낫는다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부러 땀을 뻘뻘 흘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발한(發汗) 작용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감기는 중이염·축농증·폐렴 등으로 악화될 수 있는 데다 다른 병을 감기인 줄 오인하고 방치해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증세가 심해지는데도 생활요법이나 대체요법에만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1주 이상 증세가 계속되거나 견디기 힘들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감기든 독감이든 증세가 3주 이상 가거나 목이 한 달 이상 쉬고, 음식을 삼키기 곤란하거나 누런 콧물이 나올 경우 등은 다른 질환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