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모나대 경제학 교수 '숫자를 읽는 힘' 번역 출간
커피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음료이지만 커피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암과 당뇨 등 각종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주장 모두 각종 연구 데이터에 근거한다.
게리 스미스 미국 포모나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번역 출간된 '숫자를 읽는 힘'(지식노마드)에서 우리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데이터와 숫자의 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통계적 추론'이란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1700년대 스웨덴에서 이뤄진 커피에 관한 최초의 통계적 연구를 소개한다. 커피는 독이라고 믿은 국왕 구스타프 3세는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참수형을 기다리는 일란성 쌍둥이 남자 둘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선다. 한 명은 매일 세 주전자의 커피를 마시고, 다른 한 명은 차를 마셔야 하는 조건에 따라 형량을 종신형으로 내린다.
구스타프 3세의 생각과 달리 차를 마신 한 명은 83세로 죽었고, 커피를 마신 한 명은 더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성별과 나이, 유전자라는 교란 요인을 없앴다는 점에선 주목할 만했지만 표본 크기가 작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책은 이후 진행된 커피 관련 연구 결과도 두루 살핀다. 1971년 한 연구는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흡연자일 가능성도 높다는 교란 요인이 존재했다고 분석한다. 2001년 또 다른 연구에서는 커피가 담배의 해로운 영향을 일부 상쇄해준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고 전한다.
브라이언 맥마흔 미 하버드대 연구팀이 1980년대 초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췌장암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지만, 차후 연구에서는 커피 복용 시 췌장암 발병의 위험 추세는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도 책에 담겼다.
저자는 "이후 하버드 연구팀의 초기 이론은 여전히 입증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남성의 췌장암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커피는 건강에 유익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장기관 내벽에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책은 "연구자들의 의견이 계속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콜릿과 와인도 나쁘다고 했다가 이제는 좋은 것이라고 한다"며 "이런 이유는 초기 연구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인데 교란 요인을 무시하고 넘어갔거나 발표할 거리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무리하게 쥐어짰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자는 이름과 성의 첫 글자를 조합했을 때 에이스(ACE)처럼 긍정적인 경우 3~5년을 더 오래 산다거나 교도소 복역 경험이 있는 유권자의 투표율이 22% 감소한다는 주장, 방 정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주장 등도 모두 저명한 학자와 언론이 데이터에 근거해 도출한 거짓 주장이라고 말한다.
책은 2010년 하버드대의 두 경제학 교수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를 넘으면 경제성장이 위태로워진다고 주장한 것도 언급한다. 미국의 한 대학원생이 이들 주장이 담긴 연구논문을 검증한 결과 데이터 일부의 선택적 누락 및 의도적 선별, 비정상적인 평균 계산 등 통계적 오류와 데이터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교수란 권위와 구체적인 숫자 데이터가 결합하면서 긴축재정에 관한 설득력 있는 근거로 받아들여졌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또 "도발적인 주장을 접했을 때 쉽게 수긍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생각하는 능력이 데이터보다 중요하며 데이터는 종종 우리를 속인다"고 덧붙인다.
책은 "전문가라도 연구조사를 하면서 매번 데이터가 편향되거나 부적절한 것은 아닌지, 연구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결론에 호도하는 내용은 없는지 살피지 않는다"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가 결코 틀릴 리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정란 옮김. 448쪽. 1만8천원.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입력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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