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트코인 2차조정 어찌되나? [김세형 칼럼]

해암도 2021. 2. 23. 08:48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세형 칼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의 불길을 일론 머스크가 지폈고, 지나치다 싶었는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책임을 지우겠다"고 급제동을 걸었다.

이렇게 두 힘이 부딪히며 비트코인이 과연 10만달러(1억1000만원) 벽을 돌파할 것인지, 2019년 초처럼 다시 바닥(3500달러)으로 고꾸라질 것인지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1조달러의 벽을 넘는 순간, 옐런 장관뿐만 아니라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 에릭 로즌그렌도 "중앙은행들이 발행할 디지털화폐(CBDC)가 통용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인데 비트코인은 마약 범죄 외에 쓸 데가 어딨겠냐"고 경고를 날렸다. 규제권력을 쥔 당국은 합동공세로 나올 채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도 아차 싶었는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너무 높다"고 머리를 긁적이며 자세를 낮췄다.

생각해보라. 한국의 삼성 현대차 등 30대그룹 총수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부자가 돈을 더 벌고 싶어 비트코인을 1조6000억원어치나 샀고 회사제품 사는 데 비트코인을 받아주겠다고 하면 난리가 나지 않겠는가.

향후 암호화폐 시세에 가장 큰 위험은 미 통화당국이 거래를 엄격히 제한할지, 심지어 금지시켜버릴지에 달렸다.

미 증권거래소(SEC)에 신청해 놓은 ETF 상품도 옐런의 기세를 보면 아마 불허(不許)될 것 같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소(SEC) 새 위원장이 대학에서 암호화폐를 가르쳤고 상품거래위원장 출신이라 해도 ETF를 선뜻 허용해 비트코인 가격에 더 불을 지를 수 있겠는가. 그랬다간 옐런 장관에게 쫓겨날 것이다.

미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제재 가능성, 그리고 깎아지를듯 급등한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차트를 보면 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성급함은 일단 자제하는 게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조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또 언젠가는 반등하여 비트코인 가격은 장차 1억, 10억원까지 오르리란 가정들은 영원히 쓸모없어졌는가?

지난번 1차 상승기에는 "비트코인이 뭐야?"라는 게 질문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거래하는 거야?"로 바뀐 것은 큰 변화다.

수세기 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금(金) 가격은 1970년대 닉슨 쇼크 이후 3번에 걸쳐 폭등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현재 온스당 18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진정한 제도권 디지털골드(digital gold)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3번의 급등락의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유용성과 합법성을 취득하지 못하면 제로(0)로 탈락해 나갈 수도 있다.

어쨌든 차제에 암호화폐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하고 지나갈 필요는 있겠다.


*왜 오르나




1차 급등기(2017~2018년)에 돈에 관한 세계적인 전설인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제이미 다이먼(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은 미친 짓이며 사기"라고 단언했다.

워런 버핏은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꼭 1년 전 2020년 2월 인터뷰에서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은 "비트코인은 결국 사기"라면서 거래하는 직원은 바로 해고하겠다(2017년 9월13일)고 했었다.

빌 게이츠는 처음에는 비트코인을 혹평하다가 최근에는 "중립"이라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새로운 발견을 한 모양이다.

이번 2차 급등기의 원인은 일론 머스크 같은 빅테크 기업인들의 참여 외에 제도권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편입과 개입이다.

그들이 개입한 이유에는 세계 제1의 기축통화인 달러화 대량 발행에 대한 불안이 도사린다.

독일 바이바르공화국 때 마르크화 대량 발행으로 돈 가치가 땅에 떨어진 데 대한 악몽이 코로나19 극복, 13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러화가 마르크화 짝이 나지 않느냐는 우려가 담긴 것이다. 미국에 대한 불안도 있다. 폭도들이 의회를 점령한 사건이 경제인들에게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 그것이 곧 달러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는 작년 12월 20일 묘한 트윗을 하나 날렸다. 승려 복장을 한 요염한 여성이 엉덩이에 비트코인을 붙인 카툰 그림이었다.

그로부터 50일이 채 안된 금년 2월 8일 "테슬라는 비트코인 15억달러어치를 샀다. 전기차를 사는 데 비트코인도 받아준다"는 발표문을 낸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론 부호들이 날리는 SNS의 내용을 잘 해석해 읽으면 부자가 될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불결제 회사인 페이팔(PayPal)이 비트코인을 받기로 한 것은 이 회사 창업자가 일론 머스크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핀테크 업체 스퀘어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대주주로 2014년부터 비트코인을 결제통화로 받아왔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은행인 BNY멜런이 거래송금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마스터카드가 2월 11일부터 결제 시 암호화폐 일부를 포함시키고 여러 펀드들이 가상화폐를 포함시키거나 그럴 계획이다.

GM도 테슬라를 따라 암호화폐 거래결제를 검토 중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는 이미 암호화폐를 취급해 소규모 헤지펀드들 중심으로 20억달러의 거래실적을 내는 중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펀드의 90%를 암호화폐로 운용하고 이 펀드를 또 편입하는 간접펀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 펀드매니저는 "비트코인이 3년 전보다 많이 안정됐다"고 말한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대출기관 넥소를 창업한 아토니 트렌체프는 "약 오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비트코인을 태운 열차는 이미 역을 떠났다"고 표현한다.

제도권 내로 들어왔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제도권화에 대한 반론도 여전히 크다.

WSJ에 따르면 가상화폐를 받아준다는 업체에서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JP모건도 "다른 대기업들은 테슬라를 따라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여유자금을 MMF, 단기채 등 안정되게 운용하는데 하루 5% 널뛰기하는 암호화폐에 운영하는 CFO는 목이 열 개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CFO 7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84%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투자 의사가 있다는 나머지 16%도 연내 해보겠다는 응답률은 5%에 그쳐서 여전히 제도권 운운은 시기상조임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 너는 도대체 누구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의 정체성은 1)지불수단인 화폐(currency)냐 2)금(金)처럼 가치저장수단이냐, 그것도 아니라면 3)자산(투기성 높은)이냐. 화폐로 보기엔 지불수수료가 너무 높다. 대개 25달러나 되는데 4달러 커피 한 잔에 수수료를 몇 배 더 내는 것은 이상하다.

거래처리 속도도 초당 5건에 불과해 비자카드 2000건에 비해 턱도 없이 느리다.

FT 보도에 따르면 유명 벤처금융가 차마스 팔리라리키야는 2016년 레이크 타호에 있는 160만달러(17억6000만원)짜리 부동산을 당시 비트코인 가격으로 지불했는데 현재는 1억280만달러(1131억)인데 제정신으로 견뎌낼 수 있겠느냐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런 멍청함을 감당하기 싫어 앞으로 큰 거래에 비트코인을 내면 바보다.

따라서 결국은 '비트코인=자산'이란 등식만이 유효하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하여 전 세계 1등 통화가 될 거라는 허황된 예측 기사도 종종 뜬다.

1929년 대공황은 통화량 부족으로 생긴 대재난이었다. 현재 전 세계 GDP가 80조달러이고 총통화는 300조달러가 넘는다.

고작 1조달러로 세계통화 노릇을 하기엔 족탈불급이다.

각국 중앙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통화통제에 관한 권력 유지다.

그런데 족보도 없는 글로벌 뜨내기들인 한 줌 암호화폐에 통화권력을 내준다? 소가 웃을 일이다.

중국이 마윈의 앤드(Ant) 기업공개를 금지한 것을 장쩌민 자금봉쇄 운운하는 기사는 한마디로 엉터리다.

현재도 알리바바, 텐센트가 전자상거래 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자 큰일 났다 싶은 것이다.

공산당 정부가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꽉 쥐려고 인민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마찬가지고 한국은행도 그럴 것이다.

페이스북이 발행한 암호화폐 디엠(Diem)은 달러화에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안정성이 탁월하다.

그럼 비트코인이 설 땅이 남았나. 옐런의 말마따나 돈세탁이나 범죄활동용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존재 이유가 있다면?




이에 대해선 일치된 분석이 나온다. 발행량의 한계로 희귀성의 보장이 디지털 골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신뢰성이 높다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이동과 보관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관리비용도 안 든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아프리카나 중동의 독재자가 정권이 전복될 때 과거 같으면 비행기를 몰래 대절해 야반에 금괴를 싣고 도주하느라 조마조마하고 중간에 잡혀 죽은 경우(유고슬라비아 티토)도 있었는데 비트코인이 한방에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공산국가의 부패 기업인, 당 간부 등도 이런 수단을 써먹기 좋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지역에서 국지전쟁이 일어나면 비트코인이 급등할 때가 종종 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발행 개수가 2100만개로 한정돼 있고 중앙에서 컨트롤하지 않아 비밀이 절대 보장된다는 점이다. 번호도 절대로 복사가 안 된다. 현재 1860만개가 채굴돼 있는데 이 중 20~30%가 초창기에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제도권에서는 극도로 안정자산의 헤이븐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 수많은 코인이 있는데 국내에서 최초로 ICO를 한 경험이 있는 박창기 대표는 비트코인 외에 이더리움 바이낸스 에이다 등 4개를 가장 유망한 암호화폐로 본다.

운용체계면에서는 후자 3개 코인이 비트코인을 능가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펀드에서 암호화폐 편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게 수요공급에서 1차 급등기에 비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정말로 펀드들에 의한 수요가 늘어난다면 2차에 한 차례 폭락이 있다고 해도 늑대인간 영화 23편처럼 주인공이 죽지 않고 눈을 불끈 뜨면서 3차 속편을 기다릴 것이다.


얼마까지 오를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은 2009년 금융위기 한복판에 영국이 망한 은행들에 구제금융을 해주는 바로 그 시점에 태어난 악마의 알(devil's egg)이라 불린다.

이 달걀의 가격이 얼마까지 오른다고? 정직하게 말해서 아무도 모른다. 그걸 알면 거래가 안될 것이다. 그래도 애써서 무슨 공식을 만들어 가정을 해보거나 그냥 직관으로 때려 부르는 기관들도 꽤 있었다.

올 1월 초 JP모건은 비트코인이 14만6000달러(1억6100만원)까지 오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는 비트코인이 금(金)을 대체할 것이므로 모든 금값을 합쳐 비트코인 가격으로 환산하면 40만달러(4억5000만원)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까지 오른다는 예측은 여러 기관에서 했다.

국내에서도 경제장관, 금융그룹 회장, 은행장(출신), 유명 펀드매니저 등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비트코인이 계속 오를 것인지, 그러면 얼마까지 오를 수 있는지.

이 난해한 질문에 단 두 사람만 가격 전망을 해줬다. 한 사람은 팍스넷을 창업하고 스위스에서 국내 금융가 중에서 최초로 암호화폐 보스코인을 직접 발행하고 그 자본금을 지금도 비트코인으로 갖고 있는 박창기 대표다. 그는 이공계 출신으로 난해한 물리학 방정식을 직접 풀어낸 장본인이다.

그가 2019년 6월 24일 계산한 '비트코인 가격 이론적 전망'의 결론은 8만달러(약 9000만원)이다.

그는 장문의 논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까지 올랐다가 1만1000달러로 하락한 이 시점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운명이 바뀌게 될 것이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희귀성과 쓰임새를 합쳐 도출한 최종 결론은 8만달러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복잡난해한 계산식을 필자인 나에게도 보내줬지만 물론 무시하여 사지 못한 게 참 아쉽다.

그의 이론은 2020말경 8만달러로 오를 것으며 Han Solar의 모델을 이용, 2024년에는 얼마까지 오른다는 예측도 했는데 여기서 구체적으로 숫자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


투자에 나서볼까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는 고개를 반대 방향에 두고 응시하는 러시아 국기의 독수리 같다.

워런 버핏, 제이미 다이먼이 사기이고 미친 짓이고 거래하는 직원은 쫓아내겠다고 했는데 3년도 안된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워런 버핏은 "그래도 나는 암호화폐는 안 살 거야"라고 버티지만 일론 머스크, 잭 도시, 폴 튜더존스, 마이크 노보스라츠, 앤서니 스카라무치 등은 약 올리며 기고만장하다.

역사상 이런 백주에 이런 농간이 없다. 목숨을 걸고 내기를 하는 스핑크스나 투란도투의 3가지 수수께끼도 이보다 황당하진 않았다.

이제 선택을 얘기할 차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카르다노, 바이낸스 같은 크립토(crypto)에 투자해보겠는까?

솔직히 필자도 그냥 지나치기엔 엄청난 세기의 시장이어서 판굿을 보고 싶긴 하다.

투자를 한다면 언제 얼마를 하면 좋을까.

이에 대해 헤지펀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브리지워터 CEO)가 알맞은 답을 해준 것 같다.

달리오는 "여윳돈 있으면" 비트코인을 사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리포트에는 "투자금의 80%를 잃어도 되는 자금이라면 사도 좋다"는 단서를 달았다.

신중론자인 달리오는 "비트코인이 희귀성에서 놀라운 자산이긴 하지만 기술의 진화로 시간이 흐르면 더 나은 가상자산들이 얼마든지 비트코인을 대체해버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결국 진화론에 베팅하라는 것인데 세상에 이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이 모든 궁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암호화폐 거래금지를 한다면 만사휴의다. 결과는 달리오가 말한 80%룰보다 더 혹독할 것이다.

 

 

[김세형 고문]       매일경제     입력 :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