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 ‘선비의 멋…’展
의성김씨 학봉종택의 갓[黑笠]. 조선 18~19세기.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갓 쓰고 망신 당한다’는 속담이 있다. 한껏 점잔을 빼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망신을 당해 더 무참하게 됐다는 뜻. 신분 구별이 확실했던 조선시대에 갓은 선비의 자존심이었고, 기품과 예의의 상징이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멋진 모자’로 주목 받기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스틸컷. /넷플릭스
국립대구박물관이 특별전 ‘선비의 멋, 갓’을 개막했다. 갓 하면 조선 선비가 연상되지만, 5세기 고구려 벽화에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고려와 조선 초기엔 모자 꼭대기가 둥근 모양이었고, 우리에게 친숙한 흑립(黑笠) 형태는 조선 중기 때 등장한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위로 높게 솟아오르고 양태(갓의 아래 둥글넓적한 부분)는 쓰는 사람의 어깨를 덮을 정도로 넓어진다. 민보라 학예연구사는 “18~19세기에는 호박, 대모로 만든 갓끈으로 멋을 부리는 등 크기와 장식이 극대화된다”며 “조선시대 갓은 예를 갖추는 도구이자 신분 고하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경주 최부자댁 소장 갓[黑笠]. 조선 18~19세기.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서애 류성룡 종택이 소장해온 갓끈.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서애 류성룡의 갓을 비롯해 너비 70㎝에 달하는 의성김씨 학봉종택 갓, 신윤복 회화에서 볼 법한 경주 최부자댁 갓 등 경상도 지역 주요 문중의 갓을 시대별로 한자리에 모았다. 갓끈과 도포, 두루마기 등 복식 자료까지 200여 점을 선보인다. 박물관은 “선비의 갓뿐 아니라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우리나라 모자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라고 했다. 12월 20일까지.
창녕조씨 종택이 소장해온 붉은색 갓 '주립(朱笠)'. 조선 18~19세기.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창녕조씨 종택이 소장해온 붉은색 갓 '주립(朱笠)'의 안쪽면. 조선 18~19세기.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입력 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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