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포용과 대화로 변화를 꿈꾸다‘팩트풀니스’의 공동 저자인 올라(왼쪽)와 안나 로슬링 부부. 이들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 한스는 암 진단을 받고도 책 집필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고 했다. 갭마인더재단 제공
《 불신과 배제, 혐오로 얼룩진 한 해였습니다. 출판인, 학자, 문화예술인 등 42명에게 ‘2019년 올해의 책’을 3권씩 추천받았습니다. 한 번이라도 추천된 125권 가운데 상위 10권을 꼽았습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책들이 목록을 수놓았습니다. 포용, 대화, 소수자, 인권을 들여다본 책을 사회가 직시한다는 건 ‘희망’의 증거라 봐도 좋을까요. 선한 의지를 실천할 준비를 갖췄다는 뜻일 테니까요.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 》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등 지음, 이창신 옮김·474쪽·김영사
“절망과 비관이 ‘상수’가 되어버린 시대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진실일까.”(송영석 해냄 대표)
올 한 해를 어지럽힌 키워드는 혐오와 배제였다. 그 바탕에는 가짜 뉴스와 확증편향이 깔려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홍수 속에 원하는 것만 보고 기억하고 믿는 확증편향이 모든 세대의 정신을 갉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팩트풀니스’가 11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통계, 즉 사실에 바탕을 둔 사고를 추구하는 ‘사실충실성’의 중요성과 그 방법론을 담은 책이다. 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는 “세상이 변해도 해묵은 세계관을 고집하려는 인간의 게으른 본능을 강력한 ‘팩트’로 뒤엎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사회의 환부를 예리하게 포착한 문제의식과 신선한 접근법이 높은 점수를 샀다. “책이 제시하는 담론은 우리 안에 깊이 자리한 편견을 겨냥하며 생각의 패러다임을 전복시켰다”(김기중 더숲 대표), “첨예한 갈등 대부분은 팩트를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팩트와 주장을 구분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이 책은 가치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주일우 이음 대표)는 호평을 받았다.
마냥 절망하기보다 희망을 전한 점에 주목한 이도 적지 않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사실보다 느낌에 휘둘리며 절망하기 일쑤인 우리에게 좀 더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힘을 불어넣는다”고 짚었다. 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된 확증편향의 세계에서, 덜 치우치고 더 대화가 가능한 틈을 열어주는 인문학 리터러시의 방법론”이라고 했다.
사실에 근거한 사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 정신의 기본을 지켜주는 책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필수 도구와 같은 관점을 제시했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지음·244쪽·창비
“공정과 정의라는 목적지로 이르는 데에 선량함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는 책”(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운영자)이자 “더욱 착하게 살고 싶은 시민들을 위한 일상 성찰 매뉴얼”(장은수 대표)이다. 소수자 인권과 차별을 연구하는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의 첫 저작이다.
우리 안에 내재한 차별을 일깨워 더 나은 세상을 도모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차별을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 우리 사회의 평등 가치를 드높였다”고 했다. 염종선 창비 이사는 “한국사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인권 감수성의 지평을 열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 3월1일의 밤 / 권보드래 지음·647쪽·돌베개
국문학자인 저자가 문화사의 맥락에서 3·1운동을 그려냈다. “3·1운동 100주년을 학술적으로 가치 있게 기리기에 충분한 책”(표정훈 출판평론가)이다. “이념의 틀을 벗어나 16개의 다원적이고 문화사적인 시선으로 접근했다.”(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신문조서, 재판기록, 잡지 등 자료를 총망라해 풍성한 글을 빚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독자를 과거의 그날로 소환해 지금의 눈으로 그날을 다시 살게 한다”고 호평했다. 김수한 주간은 “올해 한국 인문학의 성취”로 꼽으며 “100년 전 한반도의 근대에 카메라를 귀신처럼 줌인-줌아웃 하는 저자의 집요한 연구가 돋보인다”고 했다.
신문조서, 재판기록, 잡지 등 자료를 총망라해 풍성한 글을 빚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독자를 과거의 그날로 소환해 지금의 눈으로 그날을 다시 살게 한다”고 호평했다. 김수한 주간은 “올해 한국 인문학의 성취”로 꼽으며 “100년 전 한반도의 근대에 카메라를 귀신처럼 줌인-줌아웃 하는 저자의 집요한 연구가 돋보인다”고 했다.
○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지음·361쪽·문학과지성사
“한국에서 불평등이 세대 특성을 띠는 이유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책. 권력을 틀어쥔 386세대 기득권에 대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장은수 대표)
세대론으로 불평등을 분석한 책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세대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논증하고 이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며 추천했다. 염종선 이사는 “한국사회 기득권이 구축한 공고한 메커니즘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세대 간 갈등 문제, 세대 독점 문제, 세대 기반 정치 담론 등에서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자 발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표정훈)
세대론으로 불평등을 분석한 책이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세대 불평등의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논증하고 이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며 추천했다. 염종선 이사는 “한국사회 기득권이 구축한 공고한 메커니즘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세대 간 갈등 문제, 세대 독점 문제, 세대 기반 정치 담론 등에서 생산적 논의의 출발점이자 발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표정훈)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지음·330쪽·허블
국내 소설로는 유일하게 ‘올해의 책’에 올랐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김초엽 작가의 데뷔작이다. 공상과학(SF) 소설이지만 어렵지 않고 인간애를 다뤄 편히 읽힌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정은숙 대표는 “낯선 감각, 신선한 서사, 과학도의 첫 소설집이 우리 소설의 영역을 넓혔다.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질문하는 독특한 방식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올해의 발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내 몸에 딱 맞는, 게다가 다정한 SF를 만났다”고 평했다.
정은숙 대표는 “낯선 감각, 신선한 서사, 과학도의 첫 소설집이 우리 소설의 영역을 넓혔다.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질문하는 독특한 방식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올해의 발견”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황서현 휴머니스트 주간은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내 몸에 딱 맞는, 게다가 다정한 SF를 만났다”고 평했다.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 은유 지음·252쪽·돌베개
“우리의 모든 일상에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아프게 일깨운다.”(강맑실 사계절 대표)
강 대표는 “모든 고통이 연결돼 있음을, 거기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고, 작고 의미 있는 실천을 생각하게 됐다”고 이 책이 지닌 힘을 설명했다.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증언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는 희망을 일깨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진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는 “학생들의 노동과 그들이 겪어온 부당함으로 이 사회의 일부가 굴러가고 있었다. 그런 현실을 더 이상 모른 척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책이 주는 울림을 전했다.
강 대표는 “모든 고통이 연결돼 있음을, 거기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고, 작고 의미 있는 실천을 생각하게 됐다”고 이 책이 지닌 힘을 설명했다.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는 “증언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는 희망을 일깨웠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윤진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는 “학생들의 노동과 그들이 겪어온 부당함으로 이 사회의 일부가 굴러가고 있었다. 그런 현실을 더 이상 모른 척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책이 주는 울림을 전했다.
○ 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330쪽·은행나무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해외소설로는 유일하게 목록에 올랐다. 국내에 출간된 작가의 첫 책이다. 제1, 2차 세계대전 등 폴란드의 실제 역사를 신화적 공간에서 다시 써내려갔다.
백선희 번역가는 “현실과 신화가 뒤섞이는 시공간으로,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중심으로…. 폴란드의 작은 마을을 인간과 동물, 식물과 사물,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이 제각각 주체로 꿈틀대는 공간으로 빚어낸 놀라운 서사”라고 평했다. 송영석 대표는 “거대하면서도 섬세하며 독특한 서사가 주는 감동이 대단하다. 소설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번역도 이 책의 미덕”이라고 전했다.
백선희 번역가는 “현실과 신화가 뒤섞이는 시공간으로, 시공을 초월한 우주의 중심으로…. 폴란드의 작은 마을을 인간과 동물, 식물과 사물,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이 제각각 주체로 꿈틀대는 공간으로 빚어낸 놀라운 서사”라고 평했다. 송영석 대표는 “거대하면서도 섬세하며 독특한 서사가 주는 감동이 대단하다. 소설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번역도 이 책의 미덕”이라고 전했다.
○ 천년의 질문 / 조정래 지음·각 권 416, 408, 404쪽·은행나무
오디오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백원근 대표는 “전통적인 소설 읽기의 재미로 부조리한 현실을 묘파하는 긴장과 진득함이 있다. ‘조정래 표’ 서사에는 더 나은 나라를 위한 끈질긴 투혼이 살아 있다”고 감상을 전했다. 김기중 대표는 “대작가 조정래의 팔팔한 정신과 두 눈은 여전히 시대의 불화와 모순을 똑바로 직시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우리가 힘겹게 꽃피워온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을 던지게 된다.”(송영석 대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우리가 힘겹게 꽃피워온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을 던지게 된다.”(송영석 대표)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지음·280쪽·위즈덤하우스
“다양한 가족 구조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정과 제도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어놓은 책.”(염종선 이사)
싱글 여성 둘이 살림을 합치는 과정과 어려움을 담은 책이다. 강맑실 대표는 “재미 하나로 고른 책이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했다. “결혼과 가족,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일을 사랑하는 이들의 개성과 에너지로 가득 찬 일상, 고양이 네 마리…. 이 새로운 가족 형태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각광받을 만하다”는 설명이다. “최고의 마케터는 저자 자신이라는 업계 표현을 증명한 책”(이정규 대표)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탈코르셋 선언 / 윤지선, 윤김지영 지음·136쪽·사월의책
완벽한 화장, 하이힐, 과도한 다이어트…. 여성의 외모를 옥죄는 ‘꾸밈노동’으로부터 탈피하자는 ‘탈코르셋’ 운동을 철학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사회가 ‘여성스럽다’고 정의한 외형과 모습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인 탈코르셋의 배경과 의의를 이야기하는 페미니즘 도서”(표정훈)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는 “시대의 고민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을 투영하여 책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고 했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는 “시대의 고민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을 투영하여 책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재능이 놀랍다”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42명·가나다순)
강맑실(사계절 대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영건(속초 동아서점 운영자) 김영준(열린책들 주간) 김인호(바다출판사 대표)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영규(교보문고 대표) 박혜숙(푸른역사 대표) 백선희(번역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서영택(밀리의서재 대표) 송영석(해냄 대표)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양우석(웹툰작가)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윤진희(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 윤희영(현대문학 월간지팀 팀장) 이광호(문학과지성사 대표)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리라(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 이정규(코난북스 대표)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 이현자(문학동네 국장)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정상준(을유문화사 편집주간)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한나(푸른숲 편집자)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주일우(이음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HUN(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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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입력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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