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책 12권

해암도 2019. 12. 21. 06:56

586 세대론부터 SF까지… 의미와 재미 잡은 베스트 12

경기는 어려웠지만, 애서가는 늘었다. 소설과 여행서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에세이는 여전히 사랑받았다. 40대 여성 독자가 출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빌 게이츠가 추천한 책부터 20대 여성 작가가 쓴 SF 소설까지, 조선일보 Books는 책 12권으로 올 한 해를 결산한다. 2019년 '올해의 책'은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김태훈·이한수·곽아람), 문학(박해현·백수진), 학술(김기철·김성현) 담당 기자 일곱 명이 열띤 논의 끝에 선정했다. 올해 우리 사회에 고민거리를 던져준 책, 우리 사회의 쟁점을 반영한 책을 짚으려 노력했다. 독자들이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은 물론이다.

586 세대론부터 SF까지… 의미와 재미 잡은 베스트 12
/일러스트=박상훈
세대론·불공정·민주주의 위기

올해 우리 사회를 뒤덮은 주요 사안은 세대론, 불공정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3·1운동 100주년 등이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는 "세대론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8월 출간돼 8500부가량 팔렸고, 최근 진중문고에 선정되면서 1만2000부가 더 나갔다. 박지현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남녀가 고루 읽는데, 586세대 독자들이 많이 본다"고 했다.

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쓴 20 vs 80의 사회는 상위 20% 상류층이 각종 혜택을 독점하는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특혜 의혹 등으로 불공정 논란이 뜨거웠던 우리 사회에도 의미 있는 책"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판매량은 약 1만부. 남성 독자가 61%, 40대 독자가 36%다.

20만부 넘게 팔린 스웨덴 학자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의 주제는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 때문에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책이자, '가짜 뉴스'라는 시대의 관심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3·1운동 100주년 관련 책으로는 박찬승 한양대 교수의 1919가 선정됐다. 6000부가량 팔린 이 책은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구매했다.

병자호란과 종이책 읽기의 즐거움

수면과 꿈의 과학을 다룬 신경과학자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최근 빌 게이츠가 연말에 읽을 책 다섯 권 중 하나로 꼽은 책이다. 2월 출간돼 1만3000부 팔렸고, 빌 게이츠가 추천한 지난 11일 이후론 하루 5000부씩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남성 독자가 여성보다 1.5배 정도 더 많은데, 특히 30대 후반과 50대 후반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2019 올해의 책
디지털 시대, 종이책 읽기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 책도 꼽혔다. 뇌과학자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는 고급 인문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1만8000부 팔렸다. 올해 여러 독서 클럽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읽힌 책이기도 하다. 여성은 40대 초반, 남성은 40대 후반이 많이 봤다. 전체 구매 독자 중 여성이 55%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난도가 높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고 했다.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의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는 "미국은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신물이 났고, 따라서 적극적으로 그 질서를 허물고 있다"는 내용. 올 초 출간돼 1만8000부 정도 출고됐고, 남성 구매자가 여성보다 3배가량 많다. 50대 초반이 주로 읽었다. 역사서로는 구범진 서울대 교수의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이 꼽혔다. "한국사를 다루고 있지만 민족주의적 시각을 벗어났다. 책 자체로도 굉장히 재미있다"고 평가됐다. 주 독자층은 30~40대 남성. 3500부 팔렸다.

老將의 원숙함, 신인 작가의 발랄함

노장(老將)의 원숙함, '스타 작가'의 노련함, 신인의 발랄함. 문학 분야에선 다양한 빛깔의 책이 선정됐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라는 우주를요." 동성애 남성을 주인공으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올해 동인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작품. 4만부 팔린 이 책의 독자는 여성이 75%로 압도적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6%, 30대가 32%, 40대가 19%다. 기술이 빚어낸 소외와 결핍을 그린 김초엽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를 뿌린 작품"으로 평가됐다. 순문학과 SF의 접점에 있으면서 페미니즘적 시각을 띤 책으로 3만3000부 팔렸고, 20대 여성이 주로 봤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라는 문장이 묵직한 김훈 산문집 연필로 쓰기가 글의 힘을 보여주는 책으로 꼽혔다. 30~40대 여성이 주로 선택했다. 이연실 문학동네 팀장은 "여타 에세이에 비해 4050 남성의 구매도 많은 편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한다"고 했다. 스타 작가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는 올 한 해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47만부 팔린 이 책을 산 사람도 대부분 30~40대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