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한 손 마비 극복' 컴퓨터 전문가 된 김태완 경위

해암도 2013. 9. 21. 08:32
교통위반 차량 추격 중 오른손 마비
                                      '한 손의 컴퓨터 고수'… 자격증 4개

 

"마비된 손 탓만 하면서 평생 동료의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한 손의 컴퓨터 고수(高手)' 전북 고창경찰서 김태완 경위는 컴퓨터 자격증을 따기 시작한 계기를 마비된 오른손을 어루만지며 설명했다.

마비된 손에도 김 경위가 보유한 컴퓨터 자격증은 모두 4종. 워드프로세서, 아마추어 무선기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인터넷 정보관리사 등 두 손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도 쉽사리 따기 어려운 자격증들이다.

그의 오른손에 불운이 찾아온 것은 1989년 8월 16일 오후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던 위반 차량을 쫓으면서였다.

이날 오후 김 경위는 고창의 한 국도변에서 교통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한 화물차가 교통 법규를 위반하고 도주했고 화물차의 수상한 행동을 의심한 김 경위는 경찰오토바이를 타고 화물차를 뒤쫓았다.

화물차를 뒤쫓던 그의 오토바이는 커브길에서 균형을 잃었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농로 옆 전신주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경찰에 임용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 뒤 김 경위는 나흘간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른쪽 대퇴골과 오른팔 신경이 크게 손상된 뒤였다.

진단명은 '우상완신경근손상 및 우대퇴골 골절'. 다행히 대퇴부는 수술로 회복됐지만 오른손은 경과가 좋지 못했고 그 뒤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절망과 좌절의 병원생활이 끝나고 6개월 만에 현장에 복귀했지만 불편한 몸으로 경찰관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결국 동료의 배려로 치안수요가 적은 파출소로 발령을 받았고 3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항상 동료에게 짐이 된다는 부담감은 그를 짓눌렀고 더는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는 '정보통신'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전문적인 손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부서인 만큼 부담감도 컸다"면서 "잘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되고 두려움도 앞섰지만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습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관련 책자를 탐독했고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작은 기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에 처음에는 동료도 반신반의했지만, 나중에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그를 도왔다.

6년이 지났고 2001년 9월 14일 '한 손의 컴퓨터 고수'가 탄생했다. 김 경위는 당당히 워드프로세서 3급 자격증을 따냈다.

그 뒤로 19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는 정보통신부서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7년간 그와 함께한 동료는 "처음에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다"며 "하지만 김 경위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정보통신 업무에서만큼은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7년간 그와 근무하면서 대부분의 정보통신 업무와 경찰로서 업무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 경위는 앞으로도 정보처리기사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정복'하지 못한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안아 주지 못했다. 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작은 못 하나 박아주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면서 "제가 이렇게 제 역할을 하면 살 수 있었던 것이 가족과 동료의 응원 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창=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 201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