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식재료라고 생각했던 달걀이 최근 인기다. 편의점에는 바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가공란이 진열돼 있다. [중앙포토]
SNS에선 지금 달걀 요리 전성시대
편의점선 다양한 가공란 매출 증가
컵라면에 잘익는 전용 달걀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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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제·반숙란에, 컵라면 전용 달걀까지 출시
최근 편의점의 인기 제품은 달걀, 그 중에서도 가공란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공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바로 먹을 수 있어 간편한 데다, 단백질이 풍부한 완전식품 달걀의 영양을 그대로 담고 있어 1인 가구나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가공란 중 훈제란의 매출이 가장 높은데 최근엔 반숙란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반숙란을 훈제해 속은 촉촉하고 겉은 쫄깃한 '반숙의 훈제란'. [사진 행복담기]
특히 요즘 같은 여름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로 인해 가공란 매출이 더욱 증가한다.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 식단을 SNS에 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도 식감이 부드럽고 간이 돼 있는 반숙란은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가공란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제품은 훈제란이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반숙란이 훈제란의 뒤를 쫓고 있다. 2013년 한일합작회사 마루카네코리아가 일본 기술을 들여와 출시한 ‘감동란’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1% 동물복지 순백색 유정란으로 폴바셋의 인기 메뉴로 자리한 매일유업 ‘상하농원 신선한 반숙란’, 반숙란을 다시 훈연해 흰자의 쫄깃한 식감까지 살린 행복담기 ‘반숙의훈제왕’ 등 종류도 다양하다. 행복담기의 전하영 팀장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SNS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간편하게 편의점에서 가공란을 먹는 훈제·반숙란 등 가공란을 먹는 사람이 늘었다”며 “특히 반숙란을 먹는 사람은 반숙란을 유행하는 음식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란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풀무원이 컵라면에 맞춰 출시한 '컵라면에 잘 익는 반숙달걀. [사진 풀무원]
가공란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양식 셰프들이 샐러드나 브런치 요리에 사용하던 수란은 요즘 CU·GS25 등 편의점 진열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예 컵라면 전용 제품도 있다. 풀무원이 4월 출시한 ‘컵라면에 잘 익는 반숙달걀’이다. 센 불에 가열할 수 없는 컵라면 조리의 특성을 반영해 노른자는 촉촉한 반숙 형태로 익히고 흰자는 적당히 익은 수란의 물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날계란을 넣었을 때처럼 비린내가 나거나 노른자가 터지면서 라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5월 기준 출고량이 4월 대비 42% 이상 늘면서 빠르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달걀과 물만 넣으면 반숙 또는 완숙 달걀을 만들 수 있는 쿠진아트의 '달걀찜기'. [사진 쿠진아트 홈페이지]
덩달아 달걀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조리 과정을 도와주는 소형 가전도 인기다. 대표적인 제품이 달걀 찜기다. 팔팔 끓는 물에 달걀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삶은 달걀이 될 것 같지만 해 본 사람은 안다. 반숙이나 완숙 상태를 조절하기 은근히 까다롭다. 이를 도와주는 게 달걀 찜기다. 반숙 또는 완숙 등 원하는 정도를 정한 후 기계 안에 달걀과 물을 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쿠진아트·크룹스·보만·BSW·위즈웰·키친플라워 등 다양한 국내외 업체에서 ‘에그쿠커’ 또는 ‘달걀찜기’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며 가격은 1~3만원대다.
플레이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걀을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모양틀도 인기다. 달걀 프라이를 할 때 팬에 올려 사용하는 하트·별 등의 틀이나 삶은 달걀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주는 캐릭터틀 등이 있다. 최근엔 노른자를 별·하트 등의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모양틀도 판매 중이다. 바보사랑에서 판매하는 이 제품은 이중으로 된 모양틀에 흰자를 먼저 넣고 끓는 물에 넣어 익힌 후 가운데 모양틀을 빼내면 빈 공간이 생기는데 여기에 다시 노른자를 넣어 한 번 더 끓이면 된다. G마켓 식품팀 담당자는 “홈쿠킹, 혼밥족이 늘면서 쉽게 달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도구를 찾는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G마켓에서도 6월 한 달간 달걀찜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온라인에게 인기몰이 중인 '마약달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마약계란을 해시태그로 적은 게시글들. [사진 인스타그램]
여름 입맛을 잃은 가족을 위한 식재료로도 달걀은 유용하다. 최근 온라인을 강타한 ‘마약 달걀’처럼 말이다. 반을 가르면 노른자가 흘러나오는 데다 간장의 짭조름한 맛까지 배있어 밥 위에 얹어 쓱쓱 비벼 먹으면 자꾸 먹고 싶어진다고 해서 마약 달걀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엔 ‘마약계란’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 수가 6600개가 넘는다. 동량의 간장·설탕·물에 다진 마늘과 파를 넣은 후 반숙으로 삶은 달걀을 넣어 반나절 숙성시키면 돼 조리법도 간단하다. 『달걀은 항상 옳아』의 저자이자 요리연구가 김영빈 수라재 대표는 “마약 달걀용 달걀을 삶을 땐 실온에 있는 달걀을 사용해야 삶을 때 껍질이 깨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약 달걀은 촉촉한 식감의 노른자 맛을 즐기기 위한 것인데 오래 보관하면 노른자가 딱딱해진다. 따라서 3~4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반숙 상태의 달걀을 간장 양념에 담가 만드는 '마약달걀'. 송정 기자
브런치나 샐러드 같은 기본적인 서양 음식도 달걀 하나로 맛이나 플레이팅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바로 수란이다. 물이 끓으면 젓가락을 넣어 원을 그리듯 회오리를 만든다. 이때 깬 달걀을 넣으면 달걀이 회오리 속에 안착하면서 알 끈이 돌아 달걀을 감싸 완성된다. 김 대표는 “수란은 신선한 달걀이라면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만큼 쉽다”며 “수란은 브런치에 곁들여도 좋고 잼처럼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다”고 조언했다.
송정 기자 song.jeog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