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2/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민음사·1권 1만8000원, 2권 2만5000원
김수영(사진·1921~1968) 시인의 50주기(6월16일)를 앞두고 그의 시와 산문을 한데 모은 <김수영 전집>(전2권)이 새로 나왔다. 1981년 초판 발행 뒤 37년 만이고, 2003년 개정판으로부터는 15년 만이다.
김수영 연구자인 이영준 경희대 교수가 엮은 신판 전집에는 기존 전집에 빠졌던 시 7편과 미완성 초고 시 15편, 그리고 산문 22편과 일기 21편, 편지 1편이 추가되었다. 추가된 시는 미발표 시 ‘겨울의 사랑’ ‘연꽃’ ‘“김일성 만세”’와 개정판 뒤 발굴된 ‘음악’ ‘그것을 위하여는’ ‘태백산맥’ ‘너… 세찬 에네르기’이며, 미완성작 15편은 ‘애(哀)와 낙(樂)’ ‘탁구’ ‘대음악’ 등 제목을 붙인 6편과 제목이 없는 9편이다.
산문은 <해군> 1953년 6월호에 ‘시인이 겪은 포로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과 <희망> 1953년 8월호에 발표한 ‘나는 이렇게 석방되었다’ 등 1950년대 초중반의 글들이 대부분이다. <민족일보>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언론인 송지영한테 보낸 1967년 11월26일치 편지와 일기 등도 추가되었다.
이영준 경희대 교수가 27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자신이 엮어낸 신판 <김수영 전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전집을 내고 27일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한 이영준 교수는 그러나 “그동안 연구자들 사이에 새롭게 확인된 김수영 시로 알려졌던 ‘한강변’과 ‘보신각’은 잡지의 그림이나 사진에 곁들인 제사(題辭)로 판단해 이번 전집에는 넣지 않았다”며 “이번 전집에 추가된 산문 ‘어머니 없는 아이 하나와’와 ‘해운대에 핀 해바라기’는 1인칭 화자 ‘나’를 내세웠지만 김수영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완전한 허구라는 가족의 증언에 따라 ‘콩트’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새 전집에서는 시의 경우 마침표를 비롯해 잘못 들어간 구두점을 모두 삭제하였다.
김수영이 일관되게 시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하게 김수영 생전에 출간된 시집 <달나라의 장난>에 실린 시 ‘웃음’의 경우에는 마침표 셋을 살렸다. 시집 출간 때 김수영 자신이 꼼꼼히 퇴고를 했고 원고에도 마침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영준 교수는 “김수영은 시에서 거의 처음으로 마침표를 없앴고 이런 형식적 특성은 이후 한국 시의 관습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김수영은 일상어와 일상사를 시에 적극 끌어들었으며, 욕설을 사용하고 성(性)을 다룬 최초의 한국 시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수영 전집>은 1981년 초판 출간 뒤 각각 63쇄 5만여부(시)와 47쇄 3만여부(산문)가 팔렸다. 민음사 쪽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판매가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등록 :2018-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