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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가상화폐 부자는 캐나다 화교 개발자 '창펑자오'

해암도 2018. 2. 26. 08:48


중국에서 추방당한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 간 아이는 성인이 된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4년 중국 상하이에 있는 집을 팔아 비트코인에 투자한 이 남자는 2018년 2월 기준 '아시아 최고 암호화폐(가상화폐) 부자'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Binance)의 최고경영자(CEO) 창펑자오(Changpeng Zhao・41)다. 포브스 선정 세계 3위 가상화폐 부자에 오른 창펑자오는 11억~20억달러(1조1924억~2조1680억원, 이하 거래액은 1월 19일 기준) 규모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가상화폐 부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바이낸스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창펑차오가 설립한 바이낸스가 블록체인 기반 자체 통화 바이낸스(BNB)를 개발해 가상화폐공개(ICO)에 나선 것은 2017년 7월의 일이다. ICO 당시 10센트(108원)에 발행된 1BNB는 1월 19일 기준으로 발행 당시 가격의 10배가 넘는 13달러(1만4100원)로 치솟았고, BNB 시가총액은 13억달러(1조4092억원)를 기록했다. BNB 지분 40%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창펑차오는 이에 힘입어 가상화폐 부자가 됐다.

▲포브스의 표지를 장식한 창펑자오(Changpeng Zhao・41) 바이낸스(Binance) 최고경영자(CEO). / 창펑자오 트위터 갈무리


창펑자오는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에서 살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창펑차오가 태어난 직후 정치적 이유로 임시 추방됐다. 창펑자오 가족은 1980년대 후반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갔다. 10대였던 창펑자오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주유소에서 밤샘 근무를 하는 등 역할을 하며 가족 생계를 도왔다. 그래서인지 창펑자오는 충분한 부를 가진 지금도 차·요트 등 부자를 상징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가 유일하게 사치를 부리는 것은 휴대폰이다. 그는 3대의 휴대폰을 사용한다.

창펑자오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맥길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뒤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금융 IT 전문가로 근무했다. 처음 사회에 발을 디딘 곳은 도쿄였다. 그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무역 거래 주문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후 블룸버그 트레이드북(Bloomberg's Tradebook)에서 선물 거래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IT 글로벌 책임자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2년 동안 3번이나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창펑자오는 2005년 회사를 박차고 나와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 그는 중개인에게 초단타 매매 시스템을 제공하는 퓨션 시스템스(Fusion Systems)라는 회사를 중국 상하이에 세웠다.

◆ 캐나다 화교가 아시아 최고 가상화폐 부자가 되기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창펑자오가 가상화폐 세계에 눈을 뜬 것은 2013년의 일이다. 그는 포커 게임을 하던 중 친구인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비트코인 이야기를 처음 듣고 가상화폐에 빠져들었다. 또 다른 친구인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BTC의 CEO인 바비 리(Bobby Lee)는 보유재산의 10%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창펑자오는 가상화폐 세계에 빠져든다.

창펑자오는 이때부터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의 백서를 접했고 비트코인 관련 포럼에 참가하는 등 비트코인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창펑자오는 2014년 상하이에 있는 집을 판 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창펑자오가 트위터에 올린 대만 인력 채용 공고. / 창펑자오 트위터 갈무리


창펑자오는 2014년 1월 직장을 박차고 나와 가상화폐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인포(Blockchain.info)의 세 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다. 블록체인인포는 '비트코인 전도사'로 알려진 로저 버(Roger Ver)와 벤 리베스(Ben Reeves)가 세운 회사다. 그는 블록체인인포에서 개발책임자로 8개월 동안 일하며 아시아 지역에 회사를 홍보하고 API를 개발하는 등 업무를 담당했다. 창펑자오는 2014년 6월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OKCoin)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해 1년 남짓 일했다.

그 사이 창펑자오는 자신만의 디지털 자산 교환 시스템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했다. 로저 버는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2017년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하고 ICO가 대세로 자리 잡는 것을 본 창펑자오는 자신만의 회사를 세워 ICO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2014년에 샀던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에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창펑자오는 비트코인 투자로 벌어들인 돈으로 2017년 7월 홍콩에 바이낸스를 설립했다. 창펑자오는 바이낸스 안에서 다른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가상화폐 BNB를 개발했고, 2017년 7월 2억개의 BNB를 팔아 1500만달러(162억6000만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한 바이낸스는 일본, 미국으로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2월 7일 기준으로 바이낸스 사용자 점유율 1위는 미국이며,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2위는 일본이다. 바이낸스는 성장을 거듭하며 대만에서 개발자와 고객지원 담당자 채용에 나선 상태다.

창펑자오는 포브스에 "향후 3~6개월 이내에 직원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낸스 직원은 150명이다.

            

 IT조선    입력 : 2018.02.26   정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