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헤지펀드들, 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거래로 길들이기 착수

해암도 2018. 1. 30. 09:06

[암호화폐 개미들에게 보내는 편지(7)] 끊임없이 폭등했던 상승장 조정

글에 앞서 몇 가지 알려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 글은 역사적 팩트와 사실적 근거를 알려드리는 게 목적이며 가급적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기술은 여러 부분에서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겁니다. 물론 통화시장과 스타트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은 몹시 과도기적이자 비이성적 과열로 심각한 버블이 끼여 있다는 점입니다. 버블이란 거품입니다. 거품은 꺼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환상이고 환영입니다. 한마디로 허상이자 허깨비입니다. 현재 나와 있는 2000여 암호화폐 가운데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1%도 안 될 겁니다. 나머지 99%는 버블입니다. 허상입니다. 이 가운데 실현 불가능한 ICO(암호화폐공개)와 사기성 코인도 많습니다. 3년 안에 퇴장당할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많은 개미들이 시장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심하게 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점 명심하시면서 제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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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하락장

올해 들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힘들다. 몹시 힘들다.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에 상승장을 만끽했기 때문에 더더욱 힘든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13배, 이더리움은 92배, 리플은 360배 폭등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내리 하락장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해 9월 거래소를 폐쇄했던 중국이 올 들어서는 장외거래까지 불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전력소비가 많은 암호화폐 채굴업체에 전기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만 아니다.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가세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암호화폐 거래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한시적이나마 거래소 신규가입을 불허해 신규자금 유입을 봉쇄했다. 또한 실명제 도입과 아울러 미성년자와 외국인 거래불허를 발표했다. 이로써 그간 중국 거래소 폐쇄에 따라 한국 거래소를 이용했던 국내 거래비중의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의 국내거래가 금지될 전망이다. 더불어 당국은 암호화폐 거래 양도차익에 대해 원천 징수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간 끊임없이 폭등했던 상승장에 대한 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하락장은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거래 상장 시기와 맞물려 있다. 왜 그럴까?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자. 
 
선물거래는 현물거래와 달리 가격이 떨어질 때 이익을 취하는 방법이 있다. 원래 이것은 현물 가격이 떨어질 때의 리스크(위험)를 사전에 헷지(Hedge, 대비)하기 위해 고안된 리스크관리 기법의 하나였다. 예를 들면 1억 원어치 상당의 현물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그 백분의 일인 1백만 원어치의 선물 매도(숏)를 사놓으면 설령 현물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선물이 그 손실을 보상해주는 위험회피(리스크관리)를 위해 고안된 금융기법이었다. 물론 현물가격이 올라 손해를 볼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선물시장은 상승과 하락 양방에 베팅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본래의 의도를 벗어나 선물시장이 헤지펀드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곧 현물에 비해 선물을 많이 사놓고 인위적으로 현물가격을 떨어뜨리거나 밀어올림으로써 큰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선물은 소액의 증거금만으로도 그 100배 내지 300배에 해당하는 현물을 거래하는 효과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의 극대화’와 ‘장외거래’, ‘공매도’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장외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할인가격에 대량 구매하여 현물시장에서 파는 방법으로 현물가격을 떨어트린다. 이를 통해 선물시장에서 큰돈을 버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이자를 주고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빌려 이를 현물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파는 방법으로 현물가격을 폭락시킨 후 가격이 싸졌을 때 다시 구매하여 갚는 방식이 있다. 이를 공매도라 한다. 이는 현물가격을 폭락시켜 선물시장에서 숏(매도)으로 큰돈을 벌지만 현물시장에서도 공매도로 돈을 버는 방법으로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법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방법은 큰손들만의 거래기법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일반인을 위한 시장도 개설되어 있다. 비트코인 공매도를 지원하는 해외거래소로는 폴로닉스, 비트파이넥스, 비트맥스가 있다. 비트맥스 경우 마진거래(Margin Trading, 신용대출로 거래하는 것)만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실제 마진 한도가 최대 백배까지 가능하며 운용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무기한 스왑 등 파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마진거래는 한마디로 빚내서 거래하는 것이다.
 
하락 기간과 선물거래 마감일과의 관계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2017년 12월 17일 오후 5시(한국 시간 18일 오전 8시)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자 그때부터 대규모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장장 열흘에 걸쳐 2만 달러를 넘보던 비트코인 가격이 반 토막이 났다. (참고로 선물시장은 하루 가격제한폭이 20%이다.) 
 
이로써 헤지펀드들은 암호화폐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쉽게 농락할 수 있음을 시운전해보았다. 이후 1월 7일 1만 7200달러 대까지 회복되었다. 불과 몇 일만에 비트코인 시장에서 선물이 현물에 미치는 영향이 양 극단을 오간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인 선물거래 허용은 현물가격 진폭을 극대화하는 불안정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래 선물가격은 현물의 미래 시세를 예측해서 정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선물 시세가 현물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왝더독(Wag the dog.)’이라 부른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처럼 암호화폐시장도 왝더독 현상에 걸려든 셈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마감일(청산결제기준일)은 매월 셋째주 수요일 런던시간 오후 4시이다. 곧 1월물은 1월 17일, 2월물은 2월 14일, 3월물은 3월 14일이다. 1월 선물 마감일이 다가오자 이번에도 시장이 요동을 치며 특히 하방으로 곤두박질쳤다. 1월 17일 오후 4시 런던시간은 한국시간 1월 18일 아침 5시 반이다. 이때도 예외 없이 1만 7,252달러까지 회복되었던 비트코인 시세가 17일 9,231달러까지 폭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마감일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이다. 해당 금요일이 공휴일이면 그 전주 금요일이 마감일이 된다. 앞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매월 마지막 금요일은 성금요일이 아니라 피의 금요일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헤지펀드들 전략은 변화무쌍한 게 특징이다. 개미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갈 공산도 있다. 모두가 떨어질 거라 예상하면 이번에는 전격적인 매수로 가격을 순식간에 올림으로써 개미들이 동승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선물 마감일이 다가오면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래저래 개미들에게 피곤한 시장이 되었다.


글 | 홍익희 세종대 교수          등록일 : 201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