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줄기세포의 기적… 온몸 피부 80% 교체하다

해암도 2017. 11. 9. 08:41

이탈리아 모데나 대학팀
희소 피부병 걸린 7세 환자, 유전자 교정한 줄기세포로 손상된 피부 교체에 성공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한 줄기세포로 환자의 몸에 있는 피부를 80%까지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다양한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이다. 과학자들은 병에 걸려 손상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교체하면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은 줄기세포의 치료 능력을 완벽하게 입증한 것이다.

이탈리아 모데나 대학의 미켈레 데 루카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9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희소 유전병에 걸린 7세 소년 환자의 손상된 피부를 모두 줄기세포로 배양한 새 피부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교정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 교체 과정
이 소년은 연접부 수포성 표피박리증이라는 희소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이 병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표피 조직의 기반을 이루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조그만 자극에도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지는 증세를 보인다. 외부 자극이나 병원체를 막는 피부가 손상되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결국 피부암으로 발전한다.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실정이다.

연구진은 먼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에 돌연변이 유전자를 대체할 정상 유전자를 끼워 넣었다. 다음에는 소년의 피부 중 아직 온전한 부분에서 세포를 추출했다. 바이러스를 이 피부세포에 주입하자 돌연변이 유전자가 정상 유전자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이 세포를 배양해 환자의 피부에 이식했다. 21개월 후 환자는 완전히 회복했다. 환자의 피부 80%가 정상 피부로 바뀌었다. 피부 재생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미켈레 데 루카 교수는 "이번 결과는 소수의 줄기세포만으로도 손상된 피부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처음에 배양한 피부에는 아직 다른 세포로 자라지 않은 줄기세포와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8개월 후 환자의 피부는 모두 줄기세포에서 나온 피부세포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수술 후 면역거부반응과 같은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의 마리아셀레스테 아라고나 교수는 네이처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유전자를 교정한 줄기세포로 난치병에 걸린 피부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완전히 교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줄기세포로 병든 세포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병든 세포 대부분을 바꾼 적은 없었다. 아라고나 교수는 "정상 유전자를 전달한 바이러스가 다른 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같은 최신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7.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