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생쥐도 질서를 지킬줄 안다

해암도 2017. 11. 9. 08:10

생쥐의 공존 전략 


한마리씩 들어갈 때만 보상 받을 수 있는 방질서 지키며 차례로 입장

생쥐

생쥐도 눈앞의 이익을 두고 동료와 경쟁하다가 서로 피해를 보기보다는 사회적 규칙을 지켜 서로 이익이 되는 길을 택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생쥐도 규칙을 만들어 갈등을 피하고 서로 이익을 늘리는 공존 전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뇌 자극 실험으로 알아냈다"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연구진은 적외선을 받으면 뇌의 보상 중추로 전기 자극을 주는 장치를 생쥐에게 씌웠다. 보상 중추가 자극되면 생쥐는 쾌감을 느낀다. 미로의 특정 방에 생쥐 한 마리가 들어가면 적외선 전등이 켜지지만, 두 마리가 동시에 들어가면 전등이 꺼지게 했다. 반면 한 생쥐가 전등이 켜진 방에 있을 때 다른 생쥐가 밖에서 기다리면 곧 옆방에 전등이 켜지도록 했다.

생쥐들은 처음에는 서로 전등이 켜진 방으로 가려고 했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몰려다니면 쾌감을 얻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생쥐 한 마리가 전등이 켜진 방에 들어가면 다른 생쥐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옆방에 전등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장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질서를 지키는 일종의 사회적 규칙을 만든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생쥐 19쌍 가운데 60%가 사회적 규칙을 지켰다.

자연에서는 늘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서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일부 생물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질서를 지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쓴다. 나비나 실잠자리, 거미는 나중에 먹이에 도달한 개체가 먼저 와 있는 개체를 공격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다. 신희섭 단장은 "이번 연구는 포유류에서 공존을 위한 규칙을 만드는 행동을 처음 관찰한 사례"라며 "생존을 좌우할 정도의 보상이 아니라면 동물도 질서를 지켜 잠재적인 사회적 갈등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 2017.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