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고래도 외로우면, 수컷은 일찍 죽는다

해암도 2017. 10. 27. 19:56

英왕립협회 저널 논문 

무리에서 외로운 수컷 고래는 사회성(sociability)이 높은 수컷에 비해 더 일찍 죽는다고, 지난달 말 영국 왕립협회 저널에 게재된 논문이 주장했다. 연구진은 사회성과 인간 수명 사이의 연구는 많았지만, 동물에서 수명과 사회적 유대감의 상관 관계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외로운 수컷 범고래는 특히, 먹잇감이 부족한 경우에 '사회성' 높은 수컷에 비해 훨씬 많이 죽는다/

영국 엑서터 대학교와 캐나다 요크 대학교, 미국 워싱턴 고래연구소의 연구진은 북태평양에서 서식하는 76마리의 범고래를 40년간 관찰하면서, 무리 중 수컷 범고래의 사회성과 수명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사회성’을 한 마리의 범고래가 다른 개체들과 어울리는 관계, 두 개 이상의 그룹에 속하는 정도를 따져 규정했다. 연구진은 연중 내내 또는 수년간 함께 헤엄치는 범고래 떼 관찰을 통해서, 인간사회에서 ‘친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을 범고래 무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범고래 무리에서 ‘중심’에 있지 못하고 사회성이 낮아 ‘외로운’ 수컷은 어느 해든지 다른 수컷에 비해 죽는 개체 수가 더 많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특히 먹잇감이 특히 적은 해엔, 외로운 수컷은 사회성이 높은 수컷에 비해 3배나 더 많이 죽었다. 하지만, 같은 ‘사회성’의 정도가 암컷 범고래의 수명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사무엘 엘리 엑서터대 박사는 "고래사회에서 강한 유대감은 매우 중요하다”며, "사회성이 높은 수컷 범고래는 그렇지 못한 고래보다 무리에서 공유되는 먹이 관련 정보를 접하거나, 먹이를 나눠 먹을 기회가 많아 생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먹이 정보의 ‘부족’은 암컷보다 덩치가 더 큰 수컷 고래에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범고래의 주(主)먹이인 연어가 풍부한 해의 경 우 사회성이 높은 수컷은 60년을 살았지만, 외로운 수컷은 40년 밖에 살지 못했다. 연어가 부족한 해에는 사회성이 높은 수컷은 40년, 외로운 수컷은 20년을 살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와 관련, 캔 발콤 고래연구소 연구원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어획과 댐 건설로, 연어의 바다 유입이 차단되면서 범고래들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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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이주영 인턴    입력 : 2017.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