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으로 수억년 걸릴 문제, 단 몇십분만에 뚝딱 풀어내
0과 1로 분류되는 디지털 상태를 양자 중첩시켜 0과 1 동시처리
입자의 순간이동-빛을 멈추는 기술… 韓-日-獨 연구진서 잇따라 성공
양자 컴퓨터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양자 하나가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게 만드는 기술은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고, 빛을 물체 안에 가두는 기술은 빛에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구현할 수 있어 정보통신의 새로운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동아 제공
기상 관측이나 게놈 분석 등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로도 수억 년이 걸려도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단 몇십 분 만에 뚝딱 풀어낼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이 있다. 바로 양자 물리학을 응용한 양자 컴퓨팅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양자 컴퓨팅 기술은 양자의 중첩 현상을 이용한다. 양자 중첩은 하나의 입자가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으로, 양자 상태의 빛에 정보를 보내면 두 장소에 정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려면 중첩 현상을 완벽하게 만들거나, 정보 전달 과정에서 신호가 약해지거나 오류가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자 컴퓨팅에 필요한 중첩 현상을 만들거나 광자를 이용한 메모리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어,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효율 좋은 양자 컴퓨터가 눈앞에 등장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 초전도 회로·빛 증폭으로 양자 중첩 구현
이달 중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물리학과 L 스테픈 교수팀은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고체 상태의 큐빗(양자 비트, 디지털 컴퓨터의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짐)을 순간 이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양자 상태로 순간 이동하면 양자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중첩 현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초전도 회로 내에서 극초단파 광자를 쬐면 큐빗과 강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데 이때 고체 상태의 양자가 두 장소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위치와 에너지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초전도 회로의 극초단파 영역에서 양자 통신을 위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며 “양자가 존재할 수 있는 두 장소의 에너지를 동시에 측정했을 때 달라지는 문제점을 해결해 중첩 현상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공동 연구진은 최근 양자 상태의 빛을 증폭시켜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현석 교수와 마사히데 사사키 일본국립정보통신기술연구소(NICT) 박사 국제공동연구팀은 양자 상태의 빛을 증폭시켜 손실 없이 공간 이동을 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첩돼 얽혀 있는 두 양자 상태의 빛을 한쪽은 세기가 강하고 다른 한쪽은 약하게 조작한 후 세기가 강한 빛을 신호 증폭에 이용하고 약한 빛을 장거리 전송채널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신호 증폭과 장거리 전달을 동시에 구현해낸 것이다. 정현석 교수는 “별개의 방법으로 여겨졌던 양자 신호 증폭과 양자 공간 이동을 동시에 가능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인 장거리 양자 통신과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구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 빛 가둬 광자 메모리 구현
빛에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독일 다름슈타트대 게오르게 하인체 교수팀은 빛을 고체 물질 속에 가둬 1분 동안 완전히 멈춰 세웠다. 1분이면 빛이 지구와 달을 20번 왕복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연구팀은 불투명한 크리스털 결정에 이 결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레이저를 쬐었다. 결정의 원자는 양자 중첩 상태에 들어가면서 특정 주파수 범위에서 투명해졌다. 여기에 다른 레이저를 쬔 뒤 처음 쬔 레이저를 끄자, 결정은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두 번째 쏜 레이저의 빛이 결정 속에 갇혀버렸다. 광자의 에너지가 크리스털 원자에 완전히 갇힌 것이다.
연구진이 결정을 다시 투명하게 만들자 원자와 빛의 결합이 풀리면서 에너지가 빛으로 바뀌고 두 번째 레이저의 빛은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3개의 레이저로 이뤄진 이미지를 결정 속에 1분 동안 저장했다가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빛에 정보를 저장하고 출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자 메모리의 구현 가능성을 보였다.
하인체 교수는 “다른 결정을 이용하면 빛을 더 오래 저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장거리에 걸친 양자통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피지컬리뷰레터’ 7월 15일자에 실렸다.
:: 양자 컴퓨터 ::
양자 역학의 원리로 작동되는 컴퓨터. 디지털 컴퓨터가 0과 1의 값을 이용해 이진법 연산을 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 중첩 상태를 만들어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유전자 분석이나 기상 관측, 대용량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컴퓨터로 각광받고 있으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민수·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기상 관측이나 게놈 분석 등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로도 수억 년이 걸려도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이런 문제들을 단 몇십 분 만에 뚝딱 풀어낼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이 있다. 바로 양자 물리학을 응용한 양자 컴퓨팅 기술이 그 주인공이다.
양자 컴퓨팅 기술은 양자의 중첩 현상을 이용한다. 양자 중첩은 하나의 입자가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으로, 양자 상태의 빛에 정보를 보내면 두 장소에 정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산을 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려면 중첩 현상을 완벽하게 만들거나, 정보 전달 과정에서 신호가 약해지거나 오류가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자 컴퓨팅에 필요한 중첩 현상을 만들거나 광자를 이용한 메모리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어,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효율 좋은 양자 컴퓨터가 눈앞에 등장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 초전도 회로·빛 증폭으로 양자 중첩 구현
이달 중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물리학과 L 스테픈 교수팀은 초전도 회로를 이용해 고체 상태의 큐빗(양자 비트, 디지털 컴퓨터의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짐)을 순간 이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양자 상태로 순간 이동하면 양자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는 중첩 현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초전도 회로 내에서 극초단파 광자를 쬐면 큐빗과 강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데 이때 고체 상태의 양자가 두 장소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위치와 에너지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초전도 회로의 극초단파 영역에서 양자 통신을 위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며 “양자가 존재할 수 있는 두 장소의 에너지를 동시에 측정했을 때 달라지는 문제점을 해결해 중첩 현상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공동 연구진은 최근 양자 상태의 빛을 증폭시켜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현석 교수와 마사히데 사사키 일본국립정보통신기술연구소(NICT) 박사 국제공동연구팀은 양자 상태의 빛을 증폭시켜 손실 없이 공간 이동을 시키는 데 성공했다.
중첩돼 얽혀 있는 두 양자 상태의 빛을 한쪽은 세기가 강하고 다른 한쪽은 약하게 조작한 후 세기가 강한 빛을 신호 증폭에 이용하고 약한 빛을 장거리 전송채널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신호 증폭과 장거리 전달을 동시에 구현해낸 것이다. 정현석 교수는 “별개의 방법으로 여겨졌던 양자 신호 증폭과 양자 공간 이동을 동시에 가능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인 장거리 양자 통신과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구현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 빛 가둬 광자 메모리 구현
빛에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독일 다름슈타트대 게오르게 하인체 교수팀은 빛을 고체 물질 속에 가둬 1분 동안 완전히 멈춰 세웠다. 1분이면 빛이 지구와 달을 20번 왕복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연구팀은 불투명한 크리스털 결정에 이 결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레이저를 쬐었다. 결정의 원자는 양자 중첩 상태에 들어가면서 특정 주파수 범위에서 투명해졌다. 여기에 다른 레이저를 쬔 뒤 처음 쬔 레이저를 끄자, 결정은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두 번째 쏜 레이저의 빛이 결정 속에 갇혀버렸다. 광자의 에너지가 크리스털 원자에 완전히 갇힌 것이다.
연구진이 결정을 다시 투명하게 만들자 원자와 빛의 결합이 풀리면서 에너지가 빛으로 바뀌고 두 번째 레이저의 빛은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3개의 레이저로 이뤄진 이미지를 결정 속에 1분 동안 저장했다가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빛에 정보를 저장하고 출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자 메모리의 구현 가능성을 보였다.
하인체 교수는 “다른 결정을 이용하면 빛을 더 오래 저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장거리에 걸친 양자통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피지컬리뷰레터’ 7월 15일자에 실렸다.
:: 양자 컴퓨터 ::
양자 역학의 원리로 작동되는 컴퓨터. 디지털 컴퓨터가 0과 1의 값을 이용해 이진법 연산을 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양자 중첩 상태를 만들어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유전자 분석이나 기상 관측, 대용량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컴퓨터로 각광받고 있으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민수·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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