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2314

이발만 60년 이남열 “아직도 통달을 못해 오늘도 배웁니다”

95년 된 서울 最古 이발소 성우이용원이 지켜온 것 ‘나’는 피대(皮帶)다. 요즘 사람들은 알는지. 면도날을 세울 때 바로 나, 말가죽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우리 집은 마포에서 서울역으로 넘어가는 만리재 골목에 있다.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이발소, 95년 된 성우이용원. 이곳의 두 번째 주인 고(故) 이성순이 1950년대 주한미군 PX에 걸려 있던 나를 들였다. 그의 아들 이남열(74)의 손에 대물려 이 집에서만 70년을 살았다. 그동안 복숭아 나무와 호박, 송이버섯이 지천이던 만리재 골목에는 아스팔트 길이 깔렸다. 고물이라고? 이곳에선 청춘이다. 90년 된 드라이기, 제조연도 ‘1934년’이 새겨진 면도칼도 현역이다. 요즘에는 오래된 이발소들도 일회용을 쓴다지만, 이곳 주인은 오늘도 독일제 ‘쌍둥이..

인물 2023.08.19

후니 김, 전세계 한식당 최초로 미쉐린 별… 발효음식으로 뉴욕서 승부

[박진배의 ‘뉴욕의 한인 셰프’] [1] ‘메주’의 후니김 후니김 셰프가 2013년 12월 경북 포항 장류 업체 ‘죽장연’ 장독대에서 간장을 맛보고 있다. 그는 죽장연과 협업해 자신만의 장을 담가 사용한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세계 최고 셰프들은 자기 나라의 식문화 전통을 살리고 독창적으로 응용하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노마(NOMA)’를 운영하는 르네 레드제피의 ‘노르딕(Nordic)’ 음식을 필두로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 여러 나라 셰프들이 보편적으로 유행하는 음식의 범주를 초월하여 자국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세계 외식의 각축장인 뉴욕에서 미쉐린 별을 받은 한국 식당은 아홉 군데다. 과거 한식당이 한인이 외국 손님을 데려와서 소개하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뉴요커들이 자신의 지갑..

인물 2023.08.16

“엄마는 양공주였지만 부끄럽지 않아…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전쟁 같은 맛’으로 전미도서상 후보 한국계 미국인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는 6·25전쟁, 가족 상실, 미군 기지촌, 혼혈아 출산, 미국 이민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겪은 어머니 군자(1941~2008)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난 그녀는 “엄마는 숱한 고통을 겪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다”며 “내게는 영웅이었다”고 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엄마는 양공주였다. 부산 어느 기지촌에서 청춘을 보냈다. 이름은 군자(1941~2008). 사회학자인 딸 그레이스 조(Grace M Cho)는 엄마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6·25전쟁, 가족 상실, 굶주림, 미군 기지촌, 혼혈아 출산, 미국 이민, 사회적 죽음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몸과 정신에 진열해 놓은 ..

인물 2023.08.12

죽고 싶었을 때 혁명군처럼 진격… 끝까지 살아봐야 알아요, 인생은!

‘인생은 아름다워’展 여는 팔순의 닥종이 작가 김영희 김영희가 연인 배용이 만들어준 푸른 원피스를 입고 인형들과 활짝 웃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 와인, 편지 등 일상을 소재로 삼은 추상 신작도 볼 수 있다. /이태경 기자 어머니가 도둑놈 손이라고 했던 열 손가락 지문(指紋)은 평생의 노동으로 다 닳아 없어졌지만, 김영희는 “인생은 오페라보다 아름답다”며 웃었다. 첫 남편과 사별 후 아이 셋 업고 날아간 독일 땅에서 갖은 설움받고 살았지만, “그래서 인생은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했다. 팔순의 그녀가 다시 모국에 왔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말벗이 돼준 닥종이 인형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8월 26일까지 열리는 전시 제목이 ‘인생은 아름다워’다. ◇떨어져 연애하니 좋더라 -내년 80인..

인물 2023.07.31

로테크(low-tech)로 인생 바뀐 전신마비 치과의사

[장애, 테크로 채우다] [5화]중증장애 맞선 치과의사 이규환 씨 2002년 다이빙 중 사고로 전신마비 맞춤형 보조 손가락 끼고 치과 진료 하이테크 아닌 평범한 기술로도 장애인들의 일상 한뼘씩 넓어져 "0.1% 희망만 있어도 포기 마세요" 크게보기 “제가 조금 느립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제일 꼼꼼하고 안전하게 봐 드리겠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이규환 교수(44)가 환자들에게 건네는 첫인사다. 그냥 인사치레는 아니다. 그는 손을 쓰지 못하는 의사다. 크게보기 손을 쓰지 못하는 ‘중증장애 치과의사’ 규환은 어깨와 손목을 약간 움직일 뿐, 목 아래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 치과의사다. 그의 진료실은 두 가지가 다르다. 의사가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고, 치과 도구를 잡을 때 손가락..

인물 2023.07.28

아버지의 삼천평 감귤농장을 이끼 정원으로 바꾼 아들

[김선미의 시크릿가든] 제주의 현무암 돌무더기 사이로 잎이 작은 백리향과 담쟁이 넝쿨의 등수국이 반짝였다. 빗물과 햇빛을 받은 식물들의 초록이 유독 명료했다. 땅 위에서 기껏해야 세 뺨 높이로 심어진 산뚝사초는 지형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바닷가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만들었다는 삐뚤빼뚤한 서체의 ‘베케’ 두 글자가 현무암을 품은 검은색 콘크리트 건물에 붙어 있었다. 5년 전 제주 서귀포시 효돈로에 문을 연 이래 젊은 세대의 초록 성지가 된 베케 정원 이야기다. 크게보기24일 제주 서귀포시 효돈로 ‘베케’에서 이끼 정원을 바라보는 방문객들. 서귀포=김선미 기자 이 정원을 만든 이는 조경회사 ‘더 가든’의 김봉찬 대표(58)다. 그는 꽃과 인공 장식물 위주였던 기존의 정원 조성 공식을 깨고 풀과 양치식물, ..

인물 2023.07.27

2.5㎏ 조산아였지만 지금은 ‘근육맨’…90세 최고령 美보디빌더의 건강 비결

보디빌더 짐 애링턴(90)./기네스 세계기록 세계 최고령 보디빌더로 기네스북에 오른 90대 남성이 자신의 건강 비결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꼽았다. 20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인 보디빌더 짐 애링턴(90)은 최근 기네스북 인터뷰에서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링턴은 2015년 세계 최고령 보디빌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는 최근에도 미국 네바다주에서 열린 국제보디빌딩연맹(IFBB) 주최 대회에서 남자 70세 이상 부문에서 3위, 80세 이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보디빌딩 경력 70년 이상인 애링턴은 주 3회 체육관을 찾아 2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그가 다니는 체육관의 한 트레이너는 “거의 매일 애링턴을 본다”고 언급..

인물 2023.07.21

美 '프렌즈' 제작자가 복날 한국 온 이유…76만뷰 개고기 실태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위해 내한했을 때 구입한 개량한복을 입고 기자를 맞은 그는 다큐를 계기로 자주 드나들며 한국이 더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1994~2004)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68) 감독이 복날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한국 개고기 산업을 4년간 자비로 직접 취재해 만든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들고서다. 앞서 ‘누렁이’는 2021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돼 “민감한 쟁점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개고기는 한국 문화‧역사”라는 ‘개박사’ 안용근 전 충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주장을 비롯해 육견협회 관계자, 농장주 등 개고기 찬성파와 강형욱 동물 ..

인물 2023.07.21

고기 즐겨먹는 100세 헨리 키신저, 장수 비결은?

[장수의학자 박상철의 노화 혁명] 19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관을 만나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소(美蘇) 데탕트, 미중 수교 등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사 흐름을 이끌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올해 100세 되었다. 1923년생이다. 그의 아들은 최근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지에 ‘나의 아버지 헨리 키신저의 백세 장수 비결’이라는 기고를 했다. 격동과 긴장의 삶을 살아 왔고, 백 살이 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바탕을 가까이 지켜본 아들이 설명했으니, 장수학자로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신저는 독일식 소시지와 돈가스처럼 쇠고기를 튀겨 먹는 비너 슈니첼을 즐기고 있다. 소식이나 채식과는 거리가 멀다. 스포츠도 보기를 좋아했지, 결코 몸소 하지 않았다. 종래 장수 비법..

인물 2023.07.20

“그냥 한 번 사는 건 싫더라” 72세 노학자가 늙어가는 법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독어독문과) 늙는다는 건 자유예요.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되잖아요.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엔 거절이 그렇게 어려웠는데 말이지요. 지난달 15일 만난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독어독문과)는 “늙는다는 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72세의 노학자다. 은퇴한 지 어느덧 7년째, 그는 경기도 여주에서 ‘여백서원’이란 이름의 ‘책의 집’을 짓고 농부를 자처하며 살고 있다.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독어독문)는 2014년 사비를 털어 여백서원을 지었다. 젊은이들이 들러 잠시 숨을 돌리고, 자기를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다. 서원은 은퇴 이후 그가 살기로 한 삶 그 자체다. 장진영 기자 대한민국..

인물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