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인터넷 이용자 다섯 명 중 최소한 한 명은 본다는 이 작품

해암도 2016. 1. 29. 16:15

회당 평균 조회 수 500만 건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

지난 12월 18일 저녁, 경기도 성남 분당의 네이버 사옥 전면에 ‘마음의 소리 1000’이라는 문구가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2006년 9월 8일 네이버에서 첫 화를 시작한 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가 이날 1000화를 맞았다.

네이버에 웹툰 코너를 처음 개설하고 조 작가를 담당한 김준구 이사는 “최장・최다 연재일 뿐만 아니라 1000화를 연재한 지난 9년 동안 휴재를 하거나 마감에 늦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심지어 하루 빨리 원고를 보낸다”고 했다. 허리를 다쳐서 누워 있을 때는 종이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 올렸고,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는 공책에 손으로 그린 만화를 올렸다.

1000화를 하루 앞둔 12월 17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만난 조석 작가는 “인터뷰 오기 전까지 30분밖에 못 잤다”고 했다. “9년 넘게 오후 2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서 아침 9시에 잠에 들었다. 오늘 새벽 5시에 자려고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잠을 못 자서 얼굴이 이렇게 하얗냐”고 물었더니 “햇빛 볼 일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월요일에 콘티(스토리)를 짜고, 화요일에 그림을 절반 정도 그린 뒤, 수요일에 원고를 완성해서 담당자에게 보낸다. 목요일에 인터뷰나 회의, TV 출연 등 만화 외 업무를 하고 나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또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이런 일정을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게 있었다”고 했다.

연재를 하는 동안 연애 시절부터 만화에 등장했던 여자 친구 ‘애봉이’와 결혼을 하고 6개월 된 딸도 생겼다. 결혼식을 올리거나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는 않았다. 1000화를 맞아서 네이버 측에서 “최고의 패키지로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마저도 거절했다. 김준구 이사에 따르면 고열에 시달려도 마감 시간을 지켜 작품을 보냈단다.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이 없었기에 마감을 지킬 수 있었어요. 같이 사는 사람과 그런 면에서 마음이 잘 맞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 하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어느 정도’에 도달했단 생각도 안 들고요. 휴재를 안 한 건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못 그릴 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플 때도 조금씩 그리다 보면 결국은 원고가 완성되더라고요.”


가족·친구·애완견이 캐릭터로 등장


조석은 제대 후 휴학생 시절에 ‘네이버 도전 웹툰’이란 코너에 동명의 개그 만화를 그려 올리다가 네이버에 발탁되어 정식 연재를 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신문에 연재를 하는 게 꿈이었고, 웹툰은 천한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개그 만화이지만 일상이나 군대・학창 시절의 경험에서 소재를 얻는다.


그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많이 겪어봤을 법한 걸 다루려고 한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같은 거 말이다. 오늘 이렇게 호텔에서 인터뷰한 것은 소재에 적합하지 않다. 경험해본 이가 별로 없을 테니까”라고 했다. 그의 웹툰에는 가족과 친구, 지인, 애완견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2차원의 그림 속에서도 ‘몸개그’를 활용하고, 누구나 해봤을 법한 경험을 재기 넘치게 표현한다.


“나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나 “요즘 못생긴건 괜찮아?”처럼 ‘피식’ 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도 그의 특기다. 캐릭터는 희화화됐지만, “실제 인물들은 오히려 ‘내가 좀 더 인기가 많았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란다.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특히 장인어른이 그러세요. 실제와 캐릭터가 똑같이 생겼거든요. 대학교 근처에서 인쇄소를 운영하시는데 학생들이 먼저 알아볼 정도입니다.”


조석은 인터뷰 도중 웃기는 이야기를 할 때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한두 번 입꼬리 한쪽을 살짝 올려서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조석은 한 달에 7800만 원을 번다”는 우스갯소리의 실체에 대해 물었더니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것보다 많이 번 달도 있다. 만화가, 웹툰 작가라고 가난하게만 보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석은 “나는 발랄하거나 여유로운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 매우 예민하고 좀 어두운 편이다”라고 했다.

“600화 정도까지만 해도 ‘이번 편이 재미없으면 죽고 싶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원고를 보냈어요. 실제로 평점이 9.9였다가 9.7로 떨어지면 죽고 싶단 생각으로 누워 있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이쯤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지만요. 대신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1000화를 올리고 쉬면 다음 2000화까진 못 쉴 거 아녜요. 게다가 휴재를 안 하는 게 제 종교처럼 굳어져서 한 번이라도 쉬었다간 배교자 취급을 받을 것 같거든요.”

영어·중국어 등 5개 국어로 서비스


조석은 2012년 《조의 영역》을, 지난해에는 《조석축구만화》를 연재했다. 《마음의 소리》도 일주일에 두 개씩 그리고 있을 때였다. 그는 “《조의 영역》은 반응이 좋아서 연재를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축구 만화는 예전에 그릴 때 반응이 좋았는데, 지난해에는 아니었다. 축구 세대가 그새 바뀐 것 같다. 그래서 그만 그렸다”고 했다. 조석은 주 2회 연재만으로도 다른 만화가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당시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애봉이(아내의 별명)가 옆에 다가오면 숨도 쉬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애봉이가 오히려 무덤덤한 성격이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제가 예민해질 기미가 보이면 애봉이가 점퍼를 입기 시작해요.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죠. 일이 많은데 어시(‘어시스턴트’의 줄임말, 보조 작가)를 안 두는 것도 이유가 있다. 저보다 못 그려도, 잘 그려도 잔소리할 테니까요.


제 성격이 이래서 개그 만화를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너털웃음을 주는 큰형님 같은 사람이라면 재미없는 만화를 그렸을걸요. 개그를 하는 사람은 어딘가 모가 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2년 7월 17일 ‘슘페터’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이 1950년 사망한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날 슘페터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조석(32)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에 언급됐기 때문이다. 화요일과 금요일, 이 웹툰이 게재되는 날엔 ‘마음의 소리’ 혹은 작품에 등장하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회당 평균 조회 수는 500만 건. 인터넷 이용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 작품을 구독한다는 얘기다. 한 회에 최고 12만 건까지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가 《마음의 소리》 1000회를 맞아 사옥을 이용해 이벤트를 벌인 것은 조석이 네이버 웹툰에서 갖는 의미와 위치를 잘 보여준다.


《마음의 소리》는 영어, 중국어, 대만어, 태국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로도 제공하고 있다. 누적 조회 수는 50억 건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중국 광저우 국제만화축제(CICF)에서 열린 조석의 사인회에는 5만 명 이상의 현지 팬이 몰릴 정도였다. 당시 김준구 이사는 조석에게 “수고했으니 저녁에 관광이라도 하러 가자”고 했다. “콘티만 짜고 놀겠다”던 조석은 다음 날 새벽 5시에 김 이사에게 “아예 그림까지 다 그려버렸다”고 했다.

“저는 노는 거 별로 관심 없어요.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줄 테니 실컷 놀라고 하면 그 안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올 것 같아요. 저는 담배랑 커피, 딱 그 정도만 있어도 좋아요. 그리고 마감을 지키는 게 제일 마음 편해요.”

조석은 하루에 담배 3분의 2갑을 피우고, 두 잔의 커피를 마신다.

출처 | 톱클래스 2016년 2월호  등록일 : 2016-01-29  조선뉴스프레스   -사진 : 조선DB
자료제공 : 네이버


글 | 변희원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