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제나 할러웨이 전시회 ‘더 판타지’

해암도 2015. 8. 24. 09:01

신감각파들 눈길 사로잡은 ‘새로운 상상’ ‘새로운 표현’

9월 7일 폐막…관람객 5만 넘을 듯

“사진전시의 새 지평 열었다” 찬사

물을 매개로 관객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어
무중력 속의 강렬한 색채 “우주공간 같은 느낌”

오는 9월 7일까지 예정된 ‘Zena Holloway –the Fantasy’ 수중사진전이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7전시실에서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본 전시는 개관 한 달 만에 누적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하며, 제 7전시실 개관 이래 최단기간 최대관객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올 여름 국내에서는 다양한 회화, 사진전이 개최되고 있는데, 특히본 전시는 사진전시의 새로운 트랜드(trend)를 주도하는 대중전시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가 대중들로부터 관심을받는 이유는 제나 할러웨이의 작품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나 할러웨이가 지난 7월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제나 할러웨이가 지난 7월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강렬한 색체가 주는 시각적 화려함, 무중력의 공간에서 충실히 담아내는 스토리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의 작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구태여 주석을 곁들이지 않아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 도 관람객은 그녀가 의도하는 바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한 가족단위, 연인, 학생 등 각계각층의 관람객들로 현재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주로 “꿈 속을 걷는 듯 한 느낌이다.”, “우주공간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제나 할러웨이의 작품들은 지상에서 유일하게 중력으로부터 자유로 울 수 있는 ‘수중(水中)’에서 촬영되기 때문이다. 수중세계야 말로, 이번 전시제목과 가장 부합하는 판타지적 공간이 아닐까 싶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판타지를 ‘진리를 낚는 허구적인 미끼’라 설명하는데, 이로 판타지는 실재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꿈과 무의식을 반영하는 공간이라 해석 해 볼 수 있겠다. 제나 할러웨이는 “모든 사람들이 물 밑을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작품을 통해 수중세계의 매력을 공유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에서 소녀 앨리스가 꿈 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듯, 2015년 여름 제나

할러웨이는 ‘물’을 매개로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것이다.

지난 7월 초 전시 개막과 함께 제나 할러웨이가 한국을 찾았던 당시 꽤 많은 언론매체들이 인터뷰요청을 해왔다. 이에 대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열정이 비법이라고 말하던 제나 할러웨이는 국내의 집중된 관심에 매우 기뻐했다. 많은 언론들이 제나 할러웨이의 작품에 드러나는 시각적 만족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열정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필자 역시 이번 수중사진전을 기획하면서 국내에 수중사진영역을 소개하고 예술과 대중의 소통에 주요 의미를 두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것은 한 사람의 열정으로 탄생한 경이로운 결과물이 관객들에게 자극과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계기를 마련한 점이라 하겠다.

박미미/큐레이터 mimi820907@naver.com

싱글맘 가족에 입장권과 엽서세트 기부

‘홀트’ 기부자에 8월말까지 입장권 15% 할인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에서 싱글맘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은 홀트아동복지회와 협업하여 휴가철을 맞은 싱글맘 가족에게 전시회 관람권과 작가의 대표작품이 담긴 엽서세트를 기부한다. 더불어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입장권 15% 할인을 제공한다.

제나 할러웨이는 주최자인 한겨레신문사를 통해 “꿈과 환상을 담은 행복한 워터 베이비들과 함께 싱글맘 가족들이 행복한 휴가를 보내길 바란다. 더불어 올 해 착한 기부활동을 하신 분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첫 한국 전시, 세계에 예술성 알리는 기회”

세 아이 키우는 ‘워킹맘’, 런던 자택엔 수중 스튜디오
“한강 너무 크고 아름다워…자전거 타고 강변 달릴거에요”


“물속은 제가 항상 말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곳이에요. 빛은 하늘거리고 중력에서도 자유롭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죠. 단 한번도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가 없어요.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물에만 들어가면 스트레스를 잊어버린답니다.”

세계 처음 수중 패션사진의 영역을 개척한 영국의 수중사진가 제나 할러웨이(42)는 소탈하고 솔직한 ‘런던맘’이었다. 한겨레신문 주최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첫 한국 사진전 ‘더 판타지(환상)’에 맞춰 방한한 그는, 7월11일과 12일엔 전시장에서 직접 관람객들에게 촬영과정과 작품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시는 내게 크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제 작업이 상업사진을 넘어 예술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봐요. 지난 10여년간 <하퍼스 바자> 등의 잡지에 정기적으로 제가 찍은 수중 패션사진을 실었고, 나이키, 소니, 스피도 같은 기업 광고 사진들도 많이 찍었지만, 서울 전시는 달라요. 상업적 사진은 20% 정도고, 제가 애착을 가진 찰스 킹즐리의 동화소설 <물의 아이들>의 삽화 작업과 5년여 작업했던 ‘스완송’(백조의 노래), 누드 사진과 초창기 바닷속 스쿠버 작업 같은 비상업적 사진을 훨씬 더 많이 내걸었어요.”

1990년대 초창기부터 2000년대 이후 연작들까지 주요 작업 200여점을 망라한 출품작들은 대개 깊이 5~6m에 이르는 수조 안에서 모델과 작가가 함께 잠수해 유영하면서 공들여 찍은 결과물들이다. 물을 화폭 삼아 인간 몸이 빚어내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잡아낸 작품들인데, 고가의 촬영장비와 특수분장 등 과정이 까다로워 하루 종일 일해도 건지는 사진은 6컷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과 장비를 작동시키는 전기는 함께하기 어렵죠. 전기가 나가거나 장비 고장이 잦아요. 하지만 2005년 이후엔 필름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쓰면서 작업이 다소 손쉬워졌어요. 모델들한테서 좋은 포즈를 포착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도 받는데,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오래 한 경험 덕분에 모델들을 자유롭게 따라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몸짓이나 구도를 잡아주도록 이끌죠.”

제너 할러웨이.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제너 할러웨이.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그는 1973년 중동의 바레인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물속에 있는 것이 마냥 편안하고 좋았다”는 그는 18살 때부터 스쿠버 강사로 활동했다. 이집트의 홍해와 카리브제도 등에서 관광객들에게 강습을 해주고, 한편으론 비디오 촬영 작업도 도우면서 수중사진의 매력을 접하게 됐다. “1994년 케이맨섬에서 스쿠버 강사로 일하던 시절이었어요. 해변에서 맥주 광고 비디오 촬영 작업을 돕는 중이었는데, 스태프들이 인어공주로 분장한 배우를 들어올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순간 반해버렸죠. 아, 내가 이런 걸 찍어야겠구나. 그 뒤로 런던에 돌아가 영화사에 취직해 하나하나 실무를 익히면서 수중 촬영의 꿈을 키웠습니다. 97년 처음 광고 사진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길을 걷게 됐어요.”

할러웨이는 현재 런던 햄프턴힐 자택에 자신만의 작업을 위한 수중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체험하지 못하는 물속의 꿈 같은 환상 세계를 실감나게 느끼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저의 사명이죠. 놀라운 물속 세상을 공유하기를 원해요.”

세 아이를 둔 ‘워킹맘’ 할러웨이는 이번에 전시된 ‘엘리’라는 작품에 등장하기도 했던 큰딸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15일 출국을 앞두고 13, 14일은 자유시간으로 비워두었다며, 이틀간 한강에서 원없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한강변을 따라 계속 자전거를 타고 싶어요. 벌써 자전거 빌리는 데도 알아봤답니다. 왜 한강을 도느냐고요? 제가 좋아하는 물가에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렇게 크고 아름다운 강은 처음 봤거든요!”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물과 몸이 빚어내는 마법의 세계

“나에게 물은 캔버스, 빛은 물감”
총 200여점 전시…작업과정 동영상, 수중 누드도 볼만


에르메스, 베르사체 등의 초고가브랜드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깊이 6m 대형 수조에 풍덩 뛰어든다. 자맥질한 모델을 물 속에서 기다리는 이는 스트로보(인공빛) 장착 수중카메라로 중무중한 사진가다. 머리칼과 옷자락 너풀거리며 하늘을 날며 발레하는 듯한 모델의 율동 하나하나를 작가는 장노출로 집요하게 포착한다. 7~8시간 그렇게 찍은 뒤 사진만 건지고 수백만, 수천만원대 옷은 일회용처럼 버린다. 모델이 물에 들어가기 전 머리, 얼굴, 옷 등을 매무새하는 특수분장팀의 준비도 6시간 이상 걸린다. 상식으론 말도 안되는 이런 작업을 왜 생고생하면서 만들까. 20년 가까이 모델, 동물, 다이버들과 작품들을 찍으면서 제나 할러웨이는 말한다. “지상에서는 어려운 물 속의 특별한 매력에 이끌린다. 중력으로부터의 자유, 사람들이 경외심을 갖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세상에 마술적인 것이 있다면 아마도 물 속에 있을 것’이란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의 말을 좋아한다.”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더 판타지(환상)’는 물과 사람의 몸이 만나 빚어내는 마술 같은 세계다. 작가는 인간에게 물질적 경계가 되는 물을 화폭삼아 빛으로 몸이 지닌 동적인 감각자체의 아름다움을 살려낸다. 색감과 율동 등이 돋보이는 특유의 미학은 지난해 세계적인 컬렉터 찰스 사치가 소장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전시장에는 90년대 초창기 미니 작업부터 수중사진가로 성가를 굳힌 2000년대 초반기와 동화 등에 바탕한 연작들을 쏟아낸 최근까지의 주요 작업 200여점이 내걸렸다. 먼저 눈을 맞는 건 그리스신화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서 영감 받은 연작들. <비인스파이어드> 패션지에 실은 근작들로 여신풍 모델이 물거품 속에서 다채로운 몸짓으로 여성미를 발산한다. 뒤이어 사치가 선택한 대표작 ‘스완송(백조의 노래)’ 연작(2009~2014)이 보인다. 백조처럼 깃털옷으로 둘러싸인 소녀가 물속 심연에 가라앉으면서 덧없이 존재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작가적 예술성을 인정받은 분기점처럼 평가된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동심의 고난을 담은 찰스 킹슬리의 소설 <물의 아이들> 주요장면을 아이, 동물이 어울린 판타지로 변주한 ‘워터 베이비’를 만나게 된다. 전시장 가운데 안쪽에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사이렌’의 공간에서 두 연작의 고단한 작업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게 필수다. 작가의 관능적 감각을 집약한 수중 누드상들만 모은 맨 안쪽 구석의 ‘누디룸’, 작가가 쓰는 광각렌즈 등을 모은 출구쪽 아카이브 방도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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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할러웨이는 수중사진 동화집 <물의 아이들>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환상을 실제 화면에 재현시킨듯한 이미지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제나 할러웨이가 탄생시킨 ‘물의 아이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동화 속의 세계가 현실이 되는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Meeting, 2005~2007 워터베이비(The water babies) 시리즈, “바다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물의 아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지 못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가장 강한 것들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워터베이비의 작품 중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작품 중 하나다. 왼쪽 소녀는 제나 할러웨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일한 아시아 소녀 모델이다.
Meeting, 2005~2007 워터베이비(The water babies) 시리즈, “바다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물의 아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지 못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가장 강한 것들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워터베이비의 작품 중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작품 중 하나다. 왼쪽 소녀는 제나 할러웨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일한 아시아 소녀 모델이다.
ICE 워터베이비(T h e waterbabies) 시리즈,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숨을 참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아이들과의 촬영은 언제나 성인보다 수월하고 재미있다. 반대로 수중에서 동물을 촬영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강아지는 헤엄을 잘 치지만 잠수하려 들지 않아 공을 사용해 물밑으로 유도했다.

ICE 워터베이비(T h e waterbabies) 시리즈, 아이들은 물에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숨을 참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아이들과의 촬영은 언제나 성인보다 수월하고 재미있다. 반대로 수중에서 동물을 촬영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강아지는 헤엄을 잘 치지만 잠수하려 들지 않아 공을 사용해 물밑으로 유도했다.


수중 속에서 물과 빛, 색 그리고 아름다운 인체가 어울어져 새로운 미적 감각을 탄생시키고 있다. 물과 몸이 섞이듯 만나 마술같은 세계를 빚어낸다. 세계적인 컬렉터 찰스 사치도 제나 할러웨이의 인체 작품이 갖는 색감과 율동감이 넘치는 특유의 미학에 반해 그녀의 작품을 자신의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Graffiti, 2009 “나에게 물은 캔버스고, 빛은 물감이다.” 광고를 위해 촬영한 작품이다. 원래 1컷만 사용하려 하였으나 작품 속의 모델이 유명한 리듬체조 선수였기 때문에 동작이 유연하고 아름다워서 4컷을 작품화 했다. 그리고 사진에 표현된 라이트는 어두운 방에서 따로 촬영하여 합성한 것이다. 제나 할러웨이는 주로 전 세계 유명 패션매거진들과 작업한다. 이 작품 역시 2012년 러시아 지큐(GQ)에 게재되었던 작품이다.

Graffiti, 2009 “나에게 물은 캔버스고, 빛은 물감이다.” 광고를 위해 촬영한 작품이다. 원래 1컷만 사용하려 하였으나 작품 속의 모델이 유명한 리듬체조 선수였기 때문에 동작이 유연하고 아름다워서 4컷을 작품화 했다. 그리고 사진에 표현된 라이트는 어두운 방에서 따로 촬영하여 합성한 것이다. 제나 할러웨이는 주로 전 세계 유명 패션매거진들과 작업한다. 이 작품 역시 2012년 러시아 지큐(GQ)에 게재되었던 작품이다.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은 물속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파티장의 인물들이 마치 꿈 속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제나의 작품 속에서 이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는 환상과 신화에 머물지 않고 생생한 리얼리티를 가지고 우리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Celebration, 2012 제나 할러웨이는 주로 전 세계 유명 패션매거진들과 작업한다. 이 작품 역시 2012년 러시아 지큐(GQ)에 게재 되었던 작품이다.
Celebration, 2012 제나 할러웨이는 주로 전 세계 유명 패션매거진들과 작업한다. 이 작품 역시 2012년 러시아 지큐(GQ)에 게재 되었던 작품이다.


수중 환상도, 그 속을 거닐다

‘더 판타지’에서 확인한 용감함과 아름다운 사진들

2009년 사진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적이 있다. 1회차 요트 웨딩 화보 촬영 미션에서 카메라를 들고 한강에 뛰어들어 찍은 사진으로 우승했다. 2회차는 수중모델 촬영 미션이었다. 수중 스튜디오에 배경 천을 깔고, 외부 조명을 설치한 뒤, 패션모델에게 드레스를 입혀 물속에서 촬영해야 하는 과제였다. 당시 나는 서핑·요트 촬영 경험을 해왔던지라 물에서 촬영하는 것이 자신 있었지만 수중 스튜디오 촬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물속에서 보통 사람이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은 1분 남짓. 모델들은 ‘1분이면 사진 몇 장을 촬영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중모델이 포즈 취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들은 수면 언저리에서 버둥거리기만 했고, 물속에서 잠시도 숨을 참지 못했다. 모델의 드레스는 쉽게 엉켰고,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날렸지만 스스로 정리할 만한 여유가 모델에게는 없었다. 익숙해지기는커녕 표정과 몸짓은 점점 얼어갔다. 당시 상황은 재난영화,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모델과 사진가는 대화가 필요하고, 물속에서 대화를 하려면 수신호·메모판 등 시각을 이용해야 하는데, 모델은 물안경을 끼고 있지 않고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 했다.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 없었고 녹화는 중단됐다.

Zena Holloway, on the set of 125 magazine shoot, 2008
Zena Holloway, on the set of 125 magazine shoot, 2008

결국 스쿠버다이버가 모델에게 보조 호흡기를 물려 5m 바닥까지 내려가 대기하며 머리·의상 등을 정리했다. 그 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다이버가 모델을 놓고 그들이 떠오르면 촬영하는 쪽으로 방법을 바꿨다. 모델은 원하는 포즈를 취하기보다 떠오르기에 바빴고, 제작진은 시간 관계상 조명 위치나 세기를 조절할 수 없다고 했다. 도전자들 모두가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촬영을 하는 바람에 경쟁은 체험행사처럼 싱거워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진은 잘 나오지 않았다. 초점·노출·구도 모두 엉망이었다. 초점이 맞은 사진은 머리카락이나 드레스의 모양이 제멋대로 날렸고, 모델이 웃고 있는 사진은 얼굴이 잘리거나 다리가 잘렸다. 모델과의 호흡(소통)은 커녕 자신의 호흡(기량)도 조절하지 못했다.


그날은 좌절했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내 것’을 찾기 위해 물속을 헤매고 있다. 그동안 내가 알게 된 것은 수중촬영에는 행운이 없다는 것. 물속 세계는 자신의 실력과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적당한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물 밖보다 훨씬 밀도가 높고 숨 막히는 환경, 그 속에선 아주 사소한 것조차 힘든 일이 된다.


제나 할러웨이, 그녀의 사진에는 인류 모두를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다. 그녀의 사진전 ‘더 판타지’를 보며 든 느낌이다. 사진이기보다는 컴퓨터그래픽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분명히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의도된 연출 사진이다. 나는 마법처럼 우아한 그림 같은 사진 속에서 수중 사진 기법의 묘한 힌트들을 찾을 수 있었다.


플래시를 터트리는 스트로브를 사용하고 느린 셔터 스피드를 사용해 경계를 뚜렷하고도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모델 몸의 일부를 움직이게 하여 깊으면서도 얕은 심도를 표현해내는 것, 물의 관성을 이용해 드레스의 우아한 형태를 만드는 것, 수면의 반사성을 이용해 데칼코마니처럼 표현하는 것, 수중촬영의 골칫거리인 공기방울과 렌즈의 플레어를 후보정으로 지워내지 않고 오히려 잘 활용해서 밤하늘의 별처럼 표현하는 것, 수면의 물결과 빛의 굴절을 활용해 빛을 특별한 무늬처럼 만드는 것, 랜턴을 이용해 빛의 궤적을 그리고 전원을 끈 뒤 바닥으로 떨어트려 사진 위에 빛으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지속광과 순간광을 함께 활용하는 것, 인화된 사진 위에 잉크로 그림을 그려 번지는 순간을 담아 새로운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 모든 것을 제나 할러웨이가 한순간 우연히 건진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동안 그녀가 꿋꿋하고 용감하게 걸어온 세월과 실천의 결과일 것이다.
그 아름다운 결과물이 그녀의 몇 장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개인의 호기심과 신념으로부터 시작된 행동에서 일궈낸 어떤 성취가 결국에는 인류 모두에게 놀랄 만한 어떤 것이 되었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져왔고 그녀의 사진은 수중 사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나는 언제쯤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갈 길이 까마득하다.

KIMWOLF/사진가

수중사진, 카메라 하우징 개발 뒤 새 예술 장르로 각광

1970년대 방수 카메라 하우징(Housing) 기술이 개발되면서 드디어 물 속에서도 사진 촬영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오늘날 ‘수중 사진’(Underwater Photography)은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과학, 패션, 상업, 다큐멘터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수중사진 촬영은 특수 장비 뿐 아니라 작가 자신의 스쿠버 기술이 요구되는 특별한 장르이다. 광각 렌즈와 ‘스트로보’(Strobo)라 불리는 인공 광(光)을 사용한다. 사진가의 스쿠버 실력과 인내심 또한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수중촬영은 리얼리티 중심의 스냅 사진(Snap shot)이 대부분이지만,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예외적인 사진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있다.

인물을 주제로 수중에서 연출하는 ‘메이킹 사진’(Making photos)이 그것이다. 수중의 인물촬영은 가장 고난도 작업이다. 촬영에 필요한 다양한 수중 조건을 충족해야할 뿐 아니라, 수중에서 모델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연출과 기획력 등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어야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작가와 모델의 물 속 소통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수중 사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로는 제나 할러웨이를 비롯해 러시아 출신 엘레나 칼리스(Elena kalis), 프랑스의 발레리 모리나 (Valerie Morignat) 등이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다. 이들 중 특히 수중사진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가 바로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인 제나 할러웨이이다.

박미미/큐레이터 mimi820907@naver.com



등록 :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