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학 천재도 풀지 못한 방정식, 사랑

해암도 2015. 6. 19. 08:44
  • 네이든
    
	영화‘네이든’에서 수학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네이든.
    영화‘네이든’에서 수학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네이든. /봉봉미엘 제공

    2, 3, 5, 7, 11, 13, 17, 19…. 이 숫자들을 아우르는 패턴(규칙)은 무엇인가.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수, 모두 소수(素數)다.

    25일 개봉하는 '네이든'(감독 모건 매튜스)은 숫자로 세상을 배운 소년 네이든(아사 버터필드)의 이야기다. 그는 수학 영재지만 사람과의 소통엔 애를 먹는다. 곁을 주지 않는 소수를 닮아 있다. 엄마 줄리(샐리 호킨스)는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마음의 문을 더 걸어잠근 아들에게 다가가려고 수학 교사 험프리스(라프 스팰)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의 지도로 네이든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영국 대표로 뽑혀 대만에서 열리는 합숙 훈련 기회를 얻는다.

    수학이라면 치가 떨리는데 수학 영화라니, 라는 오해는 마시길. '네이든'은 착륙지점을 찾지 못해 공중을 떠돌아야 하는 우리 삶의 한 부분과 같다. 확신이 없어 서성이던 시절 말이다. 자폐증을 앓는 네이든에겐 숫자가 유일한 동아줄인데 아빠는 죽기 전 그것을 '특별한 힘' '마법사의 언어'로 떠받들었다. 수학으로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꿈이 그를 지탱한다. 영국 대표팀에 '소속'되면서 일상과는 다른 궤도에 올라서는 셈이다.

    수학은 질서정연하지만 세상은 뒤죽박죽이다. 네이든이 좋아하는 패턴과 질서는 책이나 칠판에만 존재할 뿐 밖으로 나가는 순간 헝클어진다. 그는 다른 괴짜 영재들을 만나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발견한다. 대칭과 같다. 중국 소녀 장메이에게서는 특별한 감정을 경험한다. "장메이와 있을 땐 뇌의 작용이 평소와 달라져요"라는 고백처럼 사랑에는 공식이 없다.

    침대맡에서 '해리 포터'를 읽어줬더니 아이가 "차라리 수학 문제를 푸는 게 낫겠다"고 한다면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이 영화는 그런 낯선 상황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숫자와 숫자의 연결, 패턴을 볼 줄은 알지만 나머지는 보잘것없는 네이든이 혼돈의 세상에 잘 착지할 수 있을까. 줄리는 자폐아를 기르는 게 어떤 일인지 아릿하게 보여주는데, 샐리 호킨스는 장면마다 눈부신 심리묘사를 통해 숱한 연기상을 거머쥔 내공을 증명한다. 수학과 담쌓은 청소년, 자식의 수학 성적이 근심인 부모는 거꾸로 이 영화를 보며 위안 삼을 수도 있겠다. 손수건을 준비하시길. 원제는 'X+Y'. 111분, 12세 관람가.


  • 박돈규 기자   조선   입력 : 201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