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직업열전] 직업은 생월을 따른다

해암도 2015. 2. 18. 08:51
추락에 대한 공포를 마음에 담고 비행하는 파일럿은 없다. 그런 마음이라면 당초에 파일럿이 됐을 리 없으니까. 되려 그들의 마음엔 비행기는 절대 추락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으리라. 


새해가 시작하고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메인 게임은 설날부터다. 작심삼일로 끝난 다짐도 설날 이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게 우리 전통이다. 예부터 동아시아는 설을 기점으로 해를 갈았다. 고작 100년 전, 서구 열강의 힘에 의한 질서 재편으로 말미암아 새해 첫날을 강탈당한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새해의 시작을 木의 기운부터 시작해 왔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식물의 새 잎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木의 기운은 죽음의 기운에서 생명의 기운으로 변화하는 터닝포인트다. 얼어 있는 땅을 뚫고 가녀린 잎이 솟아나는 생명력, 절망 속에서 희망을 내다보는 지혜, 매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이런 것이 木의 기운이다.


周易에서는 이런 봄의 기운을 괘상으로 잘 보여준다. 열두 달의 기운은 12소식괘로 설명한다.
양력 2월은 寅월, 3월은 卯월인데, 괘상으로 표상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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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효가 모여서 하나의 괘를 이루는데, 2월 아래는 陽爻 위는 陰爻. 3월이 되면 양의 기운이 더욱 성장하여 아래 4개는 陽爻, 위 2개는 陰爻이다.


陽爻가 많을수록 양의 기운이 더 발달한 것이다. 양은 나아가는 힘, 태양의 기운, 생명의 기운, 발산하는 기운이다. 양효:음효 = 1:1로 동일한 것이 寅月(2월)의 기운, 즉 나아가되 지나치지 않는다. 점잖게 나아간다는 것. 멀리 보고 나아간다.


하지만 양효:음효 = 4:2 로 되면 균형이 무너져 양의 기운이 주도적이다. 저돌적으로 전진한다. 부정적인 전망따위는 머릿속에 없다. 낙관론이 지배한다. 알래스카에서 냉장고와 에어컨 사업도 벌일 수 있을 정도다. 신혼부부 집에서 열린 술자리에서도 끝장을 본다. 같은 2월(寅月)생이어도 생일이 말일에 가까울수록 지나친 행동이 잣다. 3월(卯月)도 예외 없다. 3월 31일생이 3얼 1일 생보다 필요 이상으로 적극적이다. 우리 주변에 해피 바이러스 인자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유독 3월생이 많다. 듣.보.과의 시초 노홍철은 3월 31일생이다.


다시 비행기 조종사로 돌아가자. 인류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비행기는 일견 치밀하고 침착한 사람이 조종하는 게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치밀한 사람이라면 비행기 추락 위험성에 더 집착할 것이다. 비행기 사고는 났다 하면 전원 사망이고, 사고율이 다른 교통기관에 비해 적지만 0는 아니지 않은가.


3월생은 가능성의 표상이다. 3월생에게 염려의 DNA는 열성 유전자이다. 섬세한 감각이 절실한 요리는 3월생관 거리가 멀다. 일본의 오쇼신요리(精進요리)는 3월생에게는 돼지발에 편자격이다. 3월생은 미세한 감각을 미세하게 구별하지 못한다. 3월생이 식당 개업을 원하면 프랜차이즈가 적격이다. 3월생은 생명의 세계에서 왔다. 출가한 스님이 3월생이라면 평생 산중 암자에서 용맹정진만 하기 쉽지 않다. 이판승보다는 사판승이 더 맞을 것이다.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형제 중 형 윌버 라이트는 4월생이다. 木이 성숙 할 만큼 성숙한 뒤 火로 바뀐 기운이다. 더 못 말린다. 火는 木의 연장선, 목의 제곱 정도로 연상하자. 3층에서 떨어져서 경미한 상처만 남기는 어렵다. 수년간 연속된 실패 속에서 한 두 번 떨어졌겠는가?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계속 시험 비행을 하여 성공했다. 새로운 문명은 3월생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군인이라면 3월생은 진격전에 능할 것이다. 진지를 구축하여 방어전을 하는 쪽은 3월생이 아니다. 3월생 지휘관은 23시간 50분을 경계를 잘해도 10분안에 뚫릴 수 있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1927년 뉴욕-파리 5818km를 혼자서 논스톱으로 33시간 32분 동안 고도계, 계기판 없이 오직 맨몸으로 비행에 성공한 챨스 린드버그도 2월 4일생이다. 33시간 32분 동안 연속해서 정확한 판단을 해서 성공했다고 보는 게 맞을까? 33시간 32분 동안 성공 가능성에 의심을 품지 않는 힘이 더 필요했을까? 린드버그 이전에 6명이 뉴욕-파리 횡단에 도전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린드버그의 판단력이 아니라 린드버그 생을 감싸고 있는 생명의 기운이 그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안겼고 그를 파리로 인도했다. 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님도 3월생이다. 

[J플러스] 입력 2015-02-17
김민종 한의사
명리학과 직업열전 http://blog.joins.com/rusick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경제학을 부전공한 사회과학도 출신 한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