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개봉한 '아메리칸 스나이퍼'
'라이언 일병' 넘어 美전쟁영화 최고수입
이라크戰 저격수가 모델… 보수·진보 이념논쟁 촉발
애국주의뿐만 아니라 전쟁의 비극도 묘사
미셸 오바마 "잘 만들었다"
'라이언 일병' 넘어 美전쟁영화 최고수입
이라크戰 저격수가 모델… 보수·진보 이념논쟁 촉발
애국주의뿐만 아니라 전쟁의 비극도 묘사
미셸 오바마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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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전쟁 경험담을 엮은‘아메리칸 스나이퍼(저격수)’출간 직후 촬영한 크리스 카일의 모습. 미국 텍사스 카우보이였던 그는 이라크전에 파병돼‘전설의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AP 뉴시스
미국 CNN은 '아메리칸 스나이퍼(sniper·저격수)'가 2일까지 극장에서만 2억5000만달러(약 2755억원) 수입을 거둬, 전쟁 영화 사상 미국 내 최고 수입 기록을 깼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2억1600만달러)가 최고였다.
R등급(17세 미만은 성인 동반 시청) 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기록이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아바타' 등 할리우드의 성공 영화는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12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 대부분이다. R등급 영화로는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3억7000만달러)가 역대 흥행 1위인데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이 기록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2003년 이라크전에 파병돼 미 육군 역사상 가장 많은 적(공식 기록 160명)을 죽인 저격수 카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최근 IS 등 이슬람 테러 집단이 '서방과 전쟁'을 선포한 최근 상황과 맞물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거기에 한국 영화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보수·진보 간 이념 논쟁이 흥행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영화의 성공 비결이 단지 이념 논쟁으로 불거진 노이즈 마케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저격수는 무차별 다수가 아닌 특정 인물을 겨냥한다. 상대방을 인간이 아닌 '표적'으로 취급하며 서서히 '살인 기계'로 변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윤리적 딜레마를 겪어야 하는 존재라는 해석이다.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은 "이런 딜레마를 저격수보다 더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은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최근 "베테랑 군인이 겪어야 했던 복잡한 갈등과 고통스러운 여정을 잘 묘사했다"고 영화를 옹호했다.
곳곳에서 테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영화가 던진 반전(反戰) 메시지가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영화 속에선 전쟁을 겪으며 서서히 가족과 멀어지는 카일의 모습, 총탄에 희생되는 어린 소년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각본을 쓴 제이슨 홀은 "게리 쿠퍼 같은 서부 영웅이 성조기를 펄럭이는 내용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성급하게 전쟁에 뛰어들 생각을 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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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영화‘아메리칸 스나이퍼’(위)가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텍사스 주정부가‘크리스 카일 기념일’로 지정한 2일, 한 노병이 텍사스 주립 묘지에 있는 크리스 카일의 무덤을 방문해 경례하고 있다. /AP 뉴시스
한편 참전 용사나 전쟁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영화 속 카일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었던 가치를 지킨 수호자로 받아들여진다. 이라크전 때 특수부대 네이비실(크리스 카일 소속 부대) 대원이었던 로케 덴버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카일을 조롱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역겨움을 느낄 때, 그들이 매도하는 사내가 사실은 그들이 지금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지켜 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마음을 진정시킨다"고 말했다.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최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 태생 카일을 기려서 텍사스에서 2월 2일을 '크리스 카일 기념일'로 지정했다. 2월 2일은 카일이 사망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