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영화평론가 임안자(72)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생시킨 숨은 조력자

해암도 2014. 10. 10. 04:33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한 영화인에 관한 독특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영화감독이나 영화배우가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70대 한국인 영화평론가가 주인공이다.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는 영화평론가 임안자(72)씨는 부산국제 영화제를 1회 때부터 만들었고 우리 영화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90년대에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알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그녀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자료들을 모아 전시를 열게 된 것이다.

임씨는 지난 1961년 전북 전주의 예수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교환 간호사로 일했다. 고된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1969년 스위스 여행을 하던 도중 그녀는 글을 쓰고 싶은 어릴 적 꿈을 잊지 않고 스위스 유학을 결심했다. 결국 10년간 일하던 간호사를 그만두고 1971년 스위스 프리부 대학에서 영화사(史)를 전공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 후엔 스위스의 주간지에 가끔 영화평을 쓰거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영화를 소개하는 정도였을 뿐 평론가로서 당시엔 특별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녀에게 어느 날 특별한 만남이 찾아왔다. 1989년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 출품한 어느 한국인 감독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올라 마침 한국인이던 그녀에게 인터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녀의 인터뷰 대상은 바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배용균 감독이었다. 임씨는 "평론가로서 내 삶을 바꿔 놓는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배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는 영화제의 공식 일간지에 실렸고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박스에도 게재되었다. 배 감독은 그해 첫 영화를 가지고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배 감독의 ‘달마가...’는 한국 영화가 해외에서 거둔 첫 예술 영화로서의 성과일뿐 아니라, 파리나 베를린 등 유럽 대도시들의 일반 극장에서 이례적인 대성공을 거둔 첫 작품이기도 했다. 더불어 임씨도 이 평론 이후 스위스 평론협회와 국제평론협회의 회원권을 얻었고 한국과 유럽영화계를 잇는 다양한 작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1994년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칸느 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을 맡았고, 2000년까지 그녀는 해외 국제영화제로부터 7차례 심사위원을 맡았다.

1996년 베를린영화제에 당시 그녀는 한 국내 영화전문지 기자로 영화제를 활동했다. 어느 날 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김지석(현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씨가 부산에서 국제영화제가 해보려고 하는데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임씨는 “부산에 바다가 있기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면 관객은 저절로 모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고 그녀의 제안은 결국 그해 가을 현실화 되었다. 1996년 9월 13일 부산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제 1회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고 그녀의 활동 영역은 한국영화의 한복판으로 이어졌다.
김채호
멀티미디어영상부 기자
E-mail : chkim8800@chosun.com

어릴 적부터 제가 상상하던 그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
입력 :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