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중(金寅中)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화가다. 그는 천주교 도미니칸회(會)소속 신부다. 그는 74세다. 김인중은 흔히 '빛의 화가'로 불린다. 그러나 나는 그의 그림을 빛에서 출발해 기도에 이르는 성화로 본다. 그의 그림은 선(線)과 색(色)으로 되어있다. 그 선과 색은 빛을 얻어(또는 빛을 매개로) 신(神)에게로의 기도로 완성된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고 때로 황홀하지만 그 궁극적 힘은 용서와 치유, 평화와 온화에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성당과 채플에 드리울 때 비로소 제 기능을 갖는다. 화폭 위에 있을 때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성당의 제단 뒤에, 또는 창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자리 잡았을 때 더욱 성소(聖所)를 성소답게 만들어준다.
지금 프랑스의 옛 성당과 작은 예배소(또는 경당)들은 그들의 창을 오로지 성경의 내용으로 채웠던 십수세기의 전통과 흐름을 바꿔 추상적인 그림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김인중은 선과 색과 빛으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화가다.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는 예술적 가치나 종교적 의미가 짙은 십수세기 전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집착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돼 망가진 것을 새로 대체할 때 이제는 성경의 이야기를 담는 고전적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사람을 기도와 묵상의 세계로 이끄는 '선과 색과 빛'의 추상으로 전환하는 예술적 전위성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성당과 채플에 드리울 때 비로소 제 기능을 갖는다. 화폭 위에 있을 때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성당의 제단 뒤에, 또는 창에 스테인드글라스로 자리 잡았을 때 더욱 성소(聖所)를 성소답게 만들어준다.
지금 프랑스의 옛 성당과 작은 예배소(또는 경당)들은 그들의 창을 오로지 성경의 내용으로 채웠던 십수세기의 전통과 흐름을 바꿔 추상적인 그림들로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김인중은 선과 색과 빛으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화가다.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는 예술적 가치나 종교적 의미가 짙은 십수세기 전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집착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돼 망가진 것을 새로 대체할 때 이제는 성경의 이야기를 담는 고전적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사람을 기도와 묵상의 세계로 이끄는 '선과 색과 빛'의 추상으로 전환하는 예술적 전위성도 가지고 있다.
- 프랑스의 성당에 설치된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위 사진은 파리 외곽 노장쉬르마른시(市)의 사립학교에 있는 작은 경당. 아래는 생 조셉 성당이다. /김인중 신부 제공
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곧 관광명소가 됐고 프랑스의 다른 성당과 채플들은 그의 작품을 직접 보고 김인중에게 자기들 것도 맡아주기를 요청하게 됐다. 그런 성소의 숫자는 이웃 벨기에·스위스·독일까지 합쳐 이미 10곳이 넘는다. 김인중만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추세는 유럽 전역에 번져 스테인드글라스의 추상화(化)는 여러 세계적 작가를 불러모으고 있다.
김인중의 그 많은 스테인드글라스 중에서도 인상적인 곳은 파리 근교 사립학교에 있는 50석 규모의 작은 경당이다. 온 벽을 차지하다시피한 유리창 전부, 그리고 제단까지 김인중이 이끌어 내는 아름다운 색과 선이 그 황홀한 조합으로 수놓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곳은 채플이라기보다 '김인중의 전시장'처럼 보였을 정도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에 가야 볼 수 있다. 성당 안에서도 밖에 태양빛이 있어야 비로소 안에서 빛난다. 그래서 김인중은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선과 색과 빛을 화폭에 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집에서, 생활 주변에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도록 그는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갖는다. 김인중은 지난 7~8년의 기간에 서울의 조선일보 화랑에서 4번 전시회를 가졌었다. 전시회는 전 세계적으로는 60회가 넘는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샤르트르의 대성당 등 세계적 종교적 명소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가졌다. 이제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프랑스·독일·벨기에·스위스 등에 널리 퍼져가고 있다.
파리를 방문 중이던 지난 4일, 파리의 그림시장(市場)을 쥐고 있는 화랑의 거리에서는 63개 화랑이 공동으로 '화랑의 새벽'전을 열었다. 그 화랑 가운데 정평 있는 요시이 화랑은 김인중의 그림만으로 단독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인 화가로는 유일했다. 200여명이 넘는 '김인중 그림 애호가'가 문전성시를 이룬 이 화랑에는 좀 더 깊어지고 있는 그의 선, 더욱 온화해진 그의 색 그리고 그 선과 색을 반전(反轉)하는 동양의 DNA가 넘실거렸다. 어쩌면 김인중은 유럽과 세계를 돌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빛의 여정(旅程)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잔 전문 큐레이터 드니 쿠탄은 김인중의 그림을 폴 세잔, 반 고흐, 모네, 마티스 등 인상파 대가들의 그림과 연결하는 '빛의 길'(가제)이라는 독특한 시네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세잔의 그림 속에 어느 부분을 끌어내 김인중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과 대비시키고 조화시키며 거기서 같은 동화(同和)와 '의미'를 찾아내는 색다른 시도다. 김인중의 그림과 인상파 대가들의 그림을 오버랩시키는 것은 그것 자체로 큰 문화적 충격일 수 있다. 어쩌면 김인중을 '21세기 인상파'로 만드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김인중은 '자기 것을 베끼는 것은 남의 것을 베끼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피카소의 말을 늘 상기하면서 지금도 커다란 빗자루 같은 화필을 쓸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