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라도 한 번에 넣을 만한 짧은 거리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단단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그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13일(한국시각)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브랜트 스니데커(34·미국·사진)가 4번 홀(파3·240야드)에 섰다. 3번 홀까지 2타를 줄이며 기분 좋게 티잉 그라운드에 선 스니데커는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티샷을 했다.
그린 왼쪽 벙커에 공이 빠졌지만 정확한 벙커샷으로 홀 3피트(91.44cm) 거리에 공을 붙였다. 2012년 보너스 1000만달러가 걸린 페덱스컵 우승자인 스니데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손꼽히는 '퍼팅의 달인'. 하지만 악몽이 시작됐다. 내리막 퍼팅이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가더니 2m나 지나갔다. 보기 퍼팅은 오르막이었는데 홀 오른쪽으로 지나갔다. 스니데커가 60cm 거리에서 퍼터로 톡 건드리다시피한 내리막 더블 퍼팅은 홀을 비껴가더니 내리막을 타고 3m나 더 굴러 내려갔다. 스니데커는 오른손으로 어이없다는 제스처를 했다. 그는 트리플 보기 퍼팅을 홀 옆에 붙이고 나서 결국 쿼드러플 보기(홀 규정 타수보다 4타를 더치는 것)로 악몽의 홀에서 벗어났다. 4타를 잃은 스니데커의 스코어는 2언더파에서 2오버파로 바뀌었다. 충격을 받은 스니데커는 이후 실수를 연발하며 모두 8타를 잃고 공동 46위(8오버파)로 31계단이나 떨어졌다.
마스터스의 그린은 "'제6의 감각(sixth sense)'이 필요하다" 말이 있을 정도로 까다롭다. 그린의 잔디 길이를 0.3175㎝로 규정하는 마스터스의 그린은 단단하고 빠른 것으로 악명 높은 US오픈의 평균 그린 스피드보다도 더 빠르다는 평을 듣는다. 그린 전체의 경사가 심한 데다 착시현상으로 브레이크를 읽기 힘든 홀이 많아 프로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스리퍼팅 이상이 수시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