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전체 억제하는 기존 약물과 달리
"깨어 있으라"는 각성 신호 끄는 원리
의존성·기억력 저하 등 부작용 적어
국제수면의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은 화제의 불면증 치료 신약 ‘데이비고’가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아 잠 못 이루는 한국 환자에게도 쓰이게 됐다.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약물이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듯이, 데이비고가 불면증 치료계의 ‘위고비’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데이비고(dayvigo·성분명 렘보렉산트)는 단순히 새로운 수면제가 아니라, 잠을 만드는 원리 자체를 바꾼 약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불면증 치료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나 졸피뎀 등은 뇌 전체의 활동을 억제해 잠들게 한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 뇌를 쉬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약들은 효과가 빠르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내성이나 의존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음 날 졸림, 기억력 저하, 낙상 위험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데이비고는 ‘잠을 만드는 약’이 아니라 ‘깨움을 줄이는 약’이다. 핵심은 오렉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는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져 뇌 전체에 지금은 깨어 있을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오렉신 덕분에 아침에 눈을 뜨고 낮 동안 집중하며 활동할 수 있다. 반대로 오렉신이 부족하면 잠에 갑자기 빠지는 기면증이 생긴다.
데이비고는 이런 오렉신 수용체를 차단한다. 즉 “깨어 있으라”는 신호만 조용히 끄는 것이다. 뇌 전체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각성 시스템만 선택적으로 조절한다.
효과는 여러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잠드는 시간이 유의하게 짧아졌고, 밤중에 깨어 있는 시간이 감소했으며 총 수면 시간도 늘어났다. 특히 수면 유지 효과가 뛰어나 새벽에 자주 깨는 환자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른 수면제와 마찬가지로 복용 후 운전이나 위험한 작업은 피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졸림이나 이상한 꿈,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 교수는 “데이비고가 불면증 치료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데이비고가 졸음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각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약제이기에 기존 수면제에서 문제가 되던 인지기능 저하, 낙상, 남용이나 의존 등의 부작용이 적게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