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1위 '아토믹스' 박정현·박정은 인터뷰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한국 셰프를 꼽으라면 박정현(41)을 빼놓을 수 없다. 박정현과 아내 박정은(41) 대표가 운영하는 한식 파인다이닝 ‘아토믹스’는 세계 미식의 중심지 중 하나인 미국 뉴욕을 사로잡았다.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미식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이 올해 처음으로 북미권 레스토랑만 따로 평가를 했는데, 지난달 아토믹스가 1위에 오른 것이다.
당시 주최 측은 아토믹스를 “맨해튼의 명작. 이 작은 뉴욕 레스토랑은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다. 음식·음료·디자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 세계 한식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의 ‘올해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에선 2위에 선정됐다. 미쉐린 가이드 2스타이자 북미 1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토믹스 부부를 2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서울 삼청각에서 개최한 ‘2025 한식 컨퍼런스’에서 만났다.
아토믹스 부부는 교포나 해외 유학파가 아니다. 경희대 호텔관광학부를 함께 다녔다. 박 셰프는 영국, 호주 식당에서 일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미국은 가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2012년 결혼식 올린 지 이틀 만에 뉴욕 한식당 ‘정식’에 합류했다. 박 대표도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부부는 처음엔 2~3년 미국에서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레스토랑을 차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뉴욕에 남기로 했다. 그렇게 2016년 첫 식당 ‘아토보이’를 시작으로 현재는 ‘아토믹스’ ‘나로’ ‘서울 살롱’까지 4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에 남은 건 한식의 잠재력을 만났기 때문이다. 박 셰프는 “과거 한식당은 K타운 위주로만 있었고 그마저도 주재원·유학생 등 한국인을 위한 식당이었는데, 몇 년 살다 보니 H마트(한인 마트)에, K타운 레스토랑에 점점 외국인들이 자리를 채우는 게 보였다”며 “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은 브루클린 등 뉴욕 곳곳에서 한식당을 볼 수 있고, 그가 운영하는 ‘나로’도 록펠러센터에 있다. 록펠러 센터에 들어갈 때도 그에게 먼저 제안이 왔다. 박 대표는 “아시아 음식은 보통 일식, 중식에 먼저 제안하기 마련인데 우리에게 먼저 입점 요청이 왔다”며 “한식이 문화적으로 이렇게 성장했구나 느낀 순간”이라고 말했다.
뉴욕 생활이 늘 평탄했던 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땐 가게 문을 열 수 없었다. 직원 월급에 은행 잔고가 바닥났다. 온라인 펀딩 사이트에서 직원 월급을 후원받아 버틸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많게는 1만달러까지 후원해준 단골손님도 있었다”며 “한식 밀키트 배달을 해가며 코로나를 버텨냈다”고 말했다.

현재 부부의 대표 식당은 단연 ‘아토믹스’. 이곳에선 현재 ‘꽁치 김부각 스낵’ ‘누룩·마카다미아 소스를 얹은 방어’ 등 12개 내외 코스가 나온다. 음식뿐만 아니라 식기, 유니폼, 레스토랑 디자인 모두 한국 디자이너와 함께했다. 박 셰프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모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1인당 385달러(약 55만원)의 싸지 않은 가격에도 매달 예약이 10분 만에 마감된다.
아토믹스는 ‘메뉴 카드’도 유명하다. 코스마다 엽서 같은 카드에 메뉴·재료 등을 설명한다. 포인트는 한식을 한국 발음대로 표현했다는 점. 된장을 ‘Fermented soybean paste’라고 쓰지 않고 ‘Doenjang’이라고 쓰는 식이다. 외국 손님들에게 어렵지는 않으냐고 묻자 박 셰프는 ‘언어가 주는 힘’을 강조했다. 그는 “된장이 된장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다”며 “외국 손님들은 처음엔 어려워해도 나중엔 ‘나 된장 알아. 아토믹스에서 먹어 봤어’ 하며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토믹스의 메뉴가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비결엔 ‘마감일’이 있다. 1년에 네 번 정도 메뉴가 바뀌는데, 다음 메뉴 변경일을 정해두고 일한다. 박 셰프는 “메뉴 작성 마감일이 있으니 다른 식당을 가서도 계속 음식·재료·태도를 공부하게 된다”며 “식당을 흘러가는 대로 두면 진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부는 한식의 미래를 더 밝게 전망했다. 현재 한식은 ‘사 먹는’ 음식인데, 앞으론 집에서 ‘해 먹는’ 음식도 될 수 있다는 것. 박 셰프는 “‘케데헌’ 같은 K콘텐츠에 친숙한 미국의 젊고 어린 사람들이 주방에서 칼을 잡을 때가 되면 떡볶이·부대찌개도 해먹게 된다”며 “과거 파스타를 사 먹던 우리가 집에서 해 먹게 된 것처럼 한식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성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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